인생을 살아다가보면 가끔씩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할 때가 옵니다. 그 시기는 보통 둘 중 하나인데요. 어마어마한 기회를 맞이했을 때가 하나, 중대한 위기에 봉착했을 때가 다른 하나죠. 지난 19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린 고프로(GoPro)의 신제품 발표회에서 무대 위에 선 닉 우드먼 CEO의 경우는 아마 후자에 가깝지 않았을까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청중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의 눈빛에서 긴장과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물론 저의 망상일 수도 있습니다).

신제품 발표회에서의 닉 우드먼. 영상=youtu.be/kqZ-vEsnQoY

고프로가 명성에 걸맞지 않게 실적과 주가에서 오랫동안 부진한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에, 이번 신제품 발표회에 쏠린 세간의 관심은 대단했습니다. 사운(社運)이 걸려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뚜껑을 연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단독으로 공개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듯한 신제품이 무려 세 가지나 등장한 것이죠. 고프로를 상징하는 ‘히어로(Hero)’ 시리즈의 최신작인 프리미엄 액션캠 ‘히어로5 블랙(Black)’, 성능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휴대성을 극대화한 초소형 액션캠 ‘히어로5 세션(Session)’, 그리고 고프로의 첫 드론카르마(Karma)’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하나같이 주목할 만한 제품이지만, 이번 기사의 주인공은 이미 정해져 있는데요. 물론 카르마입니다. 어째서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쿨하죠?

 

드디어 출시된 카르마. 사진=gopro.com

카르마는 원래 올 상반기에 출시될 예정이었는데요. 은근슬쩍 하반기로 미뤄졌습니다. 힌트라고는 전혀 없이 풍경만 보여주는 티저(Teaser) 영상 때문에, 눈 내리는 연말에야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흉흉한(?) 소문도 돌았는데요. 생각보다는 양호했습니다. ‘릴리(Lily)’라든가, 릴리라든가, 릴리 같은 제품과 비교하면 양반인 수준이죠. 이 자리를 빌어 릴리를 선주문한 모든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참고로 릴리는 올 12월~내년 1월 사이에 “미국부터” 배송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릴리에 비하면 카르마는 양반입니다. 사진=lily.camera

카르마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높았기 때문에, 디자인이나 성능에 대해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했는데요. 과연 고프로가 자존심을 걸고 만든 드론은 어떤 모습일까요? 지금부터 꼼꼼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진검승부를 택한 고프로

카르마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전형적인 촬영용 드론’입니다. 촬영용 드론 시장은 축구로 치면 ‘챔피언스 리그’에 해당하는 곳인데요. DJI의 ‘팬텀(Phantom)’ 시리즈, 유닉(Yuneec)의 ‘타이푼(Typhoon)’ 시리즈, 패럿(Parrot)의 ‘비밥드론(Bebop Drone)’ 시리즈 등 주옥같은 제품들이 그득합니다.

DJI의 팬텀 시리즈도 카르마의 경쟁 상대입니다. 사진=dji.com

아직 시장이 형성되는 시기인 ‘미니 셀카드론’ 쪽을 노리지 않을까 싶었지만, 고프로는 라이벌들과의 진검승부를 택했습니다. 이미 활활 타고 있는 장작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는데요. 앞으로의 경쟁은 정말 볼만 할 것 같습니다.

사진=gopro.com

 

2. 짐벌이 머리에?

카르마의 디자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짐벌(Gimbal)의 위치입니다. 지금까지 짐벌은 기체 하단에 위치한다는 것이 상식처럼 여겨져 왔는데요. 카르마는 그 고정관념을 완전히 박살냈습니다. 짐벌이 기체의 머리 부분에 떡하니 자리 잡은 것이죠.

영상=youtu.be/N1C6QRodsc8

짐벌의 위치 변경에 따른 이점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드론 촬영가들을 괴롭히는 골칫거리 중 하나가 바로 프로펠러나 기체의 일부분이 카메라에 잡혀 영상을 망치는 일인데요. 짐벌이 전방에 있으면 전혀 걱정이 없습니다. 역시 카메라 전문 기업다운 세심한 배려!

물론 짐벌과 카메라가 앞쪽에 있으면 무게중심 때문에 비행안정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혁신을 이뤄낼 수 있었을 텐데요. 고프로의 기술력은 역시 상당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3. 휴대성은 포기할 수 없어!

닉 우드먼 본인이 서핑광(狂)이라서 액션캠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꽤나 유명하죠? 창립 이념(?)에 걸맞게, 고프로 제품의 본질은 역시 아웃도어 활동에 있습니다. 카르마 역시 예외가 아닌데요. 드론과 아웃도어의 접목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휴대성이겠죠.

카르마는 프로펠러가 달려 있는 (Arm) 부분을 접을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물론 암이 접히는 드론은 꽤나 흔하죠. 눈에 확 들어오는 특징은 다른 데 있습니다. 바로 전용 케이스입니다. 여타 제품의 케이스보다 훨씬 슬림한 형태를 띠고 있는데요.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케이스를 등에 멘 채로 자전거를 타거나 스노보딩을 한다고 생각하면 활동성에 꽤 차이가 나겠죠? 아웃도어의 명가다운 배려라고 하겠습니다.

카르마 케이스를 메고 스노보딩을 즐기는 모습. 영상=youtu.be/CjNjcrQZtd8

 

4. 카르마 그립?

유닉이 ‘Q500’을 시장에 내놓았을 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비결 중 하나가 지상촬영으로의 확장성이었습니다. 카메라를 분리하여 별도 제공된 손잡이와 결합하면 ‘핸드헬드 짐벌(Handheld Gimbal)’로 활용이 가능했죠. DJI는 아예 ‘오즈모(Osmo)’라는 이름으로 고급형의 개인용 핸드헬드 짐벌을 따로 출시해 인기를 끌었고요. 욕심 많은 촬영가들은 항공촬영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합니다.

Q500에 포함되었던 핸드헬드 짐벌. 사진=yuneec.com

후발주자인 고프로가 이런 포인트를 놓칠 리 없죠? 카르마의 구성품에는 ‘카르마 그립(Karma Grip)’이라는 이름의 부속이 포함되어 있어요. 카르마에서 짐벌을 분리하여 카르마 그립에 장착하면 아주 멋진 핸드헬드 짐벌이 탄생합니다.

영상=youtu.be/8vu7IDuDD64

카르마 그립은 손잡이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별도의 버튼이 달려 있어 카메라의 전원을 켜고 끄거나 촬영 모드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짐벌 각도 조절도 가능하고요. 또 손에 들고 다니지 않고 카르마의 케이스에 부착해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정도면 ‘꿀템’이죠?

사진=gopro.com

 

5. 특별한 컨트롤러

카르마는 컨트롤러도 남다릅니다. 카르마 컨트롤러의 외관은 마치 게임용 조이스틱을 연상시키는데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연결하는 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모니터를 갖추고 있습니다. 야외에서 주로 활용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햇빛 아래서도 식별이 가능하도록 매우 밝은 디스플레이를 사용했다고 하네요.

사진=pcadvisor.co.uk

또한 드론 생초보도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비행 시뮬레이터와 도움말 기능을 컨트롤러 자체에 내장했습니다. 컨트롤러에서 시키는 대로 한 단계씩 밟아나가다 보면 저절로 조종법을 익힐 수 있도록 내용을 구성했다고 해요.

비행 중에 지금까지 촬영한 영상을 확인하는 기능도 눈에 띕니다. 원하는 포인트를 찍었는지 확인하고 마음에 안 들 경우 재촬영을 할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영상을 확인하는 사이 드론은 안전하게 호버링(Hovering)을 하게 됩니다. 촬영이 끝난 후에야 영상의 문제점을 발견하여 낭패를 본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주목할 만합니다.

사진=gopro.com

 

6. 카메라는 따로

카르마가 고프로 액션캠을 사용해 촬영을 할지, 아니면 자체 카메라가 부착되어 출시될지는 굉장히 큰 관심사였는데요. 뚜껑을 열자 고프로 액션캠을 사용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카르마와 호환되는 카메라는 함께 출시된 히어로5 블랙, 히어로5 세션, 그리고 이전의 플래그십(Flagship) 모델인 히어로4 실버/블랙 에디션인데요. 고가의 제품인 만큼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법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카르마의 가격은 100만원으로 책정될 예정인데요. 여기에 액션캠 가격을 합하면 다른 회사의 촬영용 드론과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물론 고프로 액션캠을 보유하고 있는 분이라면 더 저렴하게 느껴질 테고요.

히어로5의 모습. 사진=gopro.com

 

카르마의 스펙을 표로 정리해서 보여드립니다.

가격(예정)100만원
크기(펼쳤을 때)303×411×117mm
크기(접었을 때)365.2×224.3×89.9mm
무게1006g
비행 가능 시간20분
인식 거리1000m
호환 카메라히어로4 블랙/실버
히어로5 세션
히어로5 블랙
충전 소요 시간1시간
배터리14.8V
5100mAh
최고 속력초속 15m
최대 바람 저항초속 10m
카르마 그립 사용 가능 시간2시간
컨트롤러 화면 너비12.7cm
컨트롤러 화면 해상도720p
컨트롤러 무게625g

 

지금까지 카르마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소개된 대로만 출시된다고 하면 조심스럽게 이런 평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간만에 신선하고 괜찮은 드론이 등장, 역시 고프로는 고프로다!” 적어도 스펙 상으로는 뚜렷한 단점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마니아들의 애를 태운만큼 내실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할까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고프로가 저력 있는 기업이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입니다.

카르마의 정식 출시일은 10월 23일입니다. 과연 고프로는 경쟁에서 당당히 승리를 거두고 드론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까요? 그 결과를 확인하기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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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운

박종운

/ 드론스타팅필진
드론에 대해 쓰면서 드론을 배우는 박종운입니다.
park@dronestarting.com
박종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