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DJI는 유닉(Yuneec)을 고소했습니다.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였죠. 이 소송전은 ‘신기하다’는 인상을 줬는데요. 적어도 취미용 드론 시장에서는 기술의 독점권을 주장한 선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계를 돌려서 최근 1년 간의 추이를 살펴볼까요? 헤드리스 모드(Headless Mode)가 나오자 이 모드가 가능한 드론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어서 리턴홈(Return Home)이 추가되었고요. 다음 바통은 팔로우 미(Follow Me)가 이어받아 ‘셀카드론’의 시대가 왔죠. ‘팬텀(Phantom)’ 시리즈에 비전 포지셔닝(Vision Positioning)이 생기자 후발주자들이 비주얼 포지셔닝(Visual Positioning)이라는 이름으로 벤치마킹하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장애물 회피가 이슈가 됐죠. 이처럼 특정한 기능이 주목을 받으면 모든 제조사들이 우르르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전 포지셔닝이란?

 

장애물 회피 기능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영상=youtu.be/feZ7yRpg4UE

 

그렇다면 요즘 가장 ‘핫한’ 기능은 무엇일까요? 여러 후보가 있겠습니다만 역시 기압계(Barometer) 센서를 통한 고도 유지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최근에 출시되는 완구용 드론 중 기압계 센서가 없는 것을 찾기 어려울 정도인데요. 심지어 손바닥보다 작은 초미니드론에도 기압계 센서가 있을 정도니 말 다 했습니다.

 

기압계 센서가 달린 초미니드론 CX-10D. 사진=cheersonhobby.com

 

원래 기압계 센서는 GNSS의 보조 수단 정도로 여겨졌습니다. 드론에 부착된 GNSS는 위도, 경도, 고도, 시간의 4가지 요소를 통해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데요. 이 중 고도 측정을 위해 기압계 센서를 활용했죠. 그런데 완구용 드론 제조사들이 기가 막힌 생각을 해냅니다. ‘GNSS가 없어도 기압계 센서만 달면 고도는 유지할 수 있잖아?’ 최초의 아이디어가 누구 머리에서 나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후 완구용 드론 시장은 ‘대(大) 기압계 시대’를 맞습니다.

GNSS란?

 

기압계 센서가 있는 드론(이하 기압계 드론)의 가장 큰 장점은 조종이 쉽다는 것입니다. 초보자 입장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바로 고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인데요. 잠깐만 긴장을 풀고 스로틀을 놓쳐도 바로 추락해버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압계 센서가 있으면 그럴 걱정이 전혀 없죠.

 

기압계 드론 X8HW의 비행 모습. 스로틀에서 손을 떼도 추락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우리의 앞길을 걸어간 ‘드론 선배’들은 기압계 드론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신문물을 거부하는 흥선대원군의 마음인지, 아니면 너희도 고생 좀 해보라는 놀부 심보인 건지 궁금하실 텐데요. 물론 둘 다 아닙니다. 선배들이 지적하는 부분은 기압계 드론이 완구용이라는 사실입니다.

완구용 드론을 구매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조종 연습이 첫 번째, 날리는 재미가 두 번째죠. 그런데 기압계 드론은 이 두 가지 목적에 모두 부합하지 않습니다.

우선 기압계 드론은 조종 연습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아요. 조종 연습을 한다는 것은 보통 고급 기체, 즉 촬영용 드론이나 레이싱드론으로 넘어가기 전에 완구용 드론으로 조작법을 익히는 것을 말합니다. 촬영용 드론은 보통 비행안정성이 뛰어나지만, 기상 악화나 기체 이상으로 인한 돌발상황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긴박할 때 믿을 건 ‘손가락’밖에 없으니까요. 조종 난이도가 높은 레이싱드론은 말할 것도 없죠. 그런데 기압계 드론은 고도가 유지되기 때문에 조종 기술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어요. 자동차로 비유하면, 1종 보통 면허를 따야 하는데 ‘오토’로 연습하는 셈입니다.

 

기압계 드론은 오토매틱 자동차와 비슷합니다. 사진=pixabay.com

 

기압계 드론은 날리는 재미도 부족합니다. 완구용 드론은 내가 조종하는 대로 빠릿하게 움직인다는 점이 매력인데요. 기압계 드론은 고도를 유지하려는 성질 때문에 반응이 좀 느립니다. 완구용 드론을 날릴 때 ‘손맛’을 중시하는 분들에게는 어울리지 않죠.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기압계 드론은 쓰레기군’ 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날리는 분의 성향에 따라서 기압계 드론이 어울리는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드론을 정말 날려보고 싶은데 자신이 너무 없고 무서운 분들에게 기압계 드론은 충분히 좋은 선택입니다. 자전거를 배울 때의 보조바퀴 같은 느낌이랄까요? 또 앞으로 고급 기체를 살 생각도 없고 취미생활로 스트레스 받기도 싫은 분들에게도 기압계 드론을 추천할 만합니다. 실력을 늘려야 할 이유가 없다면 굳이 어려운 길을 갈 필요는 없겠죠. 컴퓨터 게임도 높은 난이도를 클리어하는 데 쾌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적당한 난이도로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걸 선호하는 유저도 있지 않습니까? 드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쉬운 난이도가 잘못은 아니죠. 사진=thecrumbymummy.co.uk

 

설명이 길어졌는데요. 딱 다섯 줄로 요약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① 기압계 드론의 장점은 고도 유지가 되어 조종이 쉽다는 것
② 조종이 쉽기 때문에 실력을 늘리는 것이 목적이라면 기압계 드론은 부적절
③ 기압계 드론은 기압계가 없는 드론보다 반응속도가 떨어짐
④ 날리는 재미를 원한다면 기압계 드론은 부적절
⑤ 드론이 무섭거나, 스트레스를 받기 싫다면 기압계 드론이 괜찮은 선택

 

지금까지 기압계 드론의 장단점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제가 워낙 소심한지라 노파심에 한 말씀 드리자면, 이 기사에 언급된 내용은 일반론이에요. 기압계 드론을 통해 조종 실력을 키우거나 충분한 재미를 느끼는 분들도 있습니다. 혹시 기압계 드론을 샀다고 자책하신다든지 ‘저놈은 뭔데 알지도 못하고 떠들어’ 하고 화내는 분들이 없기를 바랍니다. 기압계 드론이 됐든 레이싱 드론이 됐든 셀카드론이 됐든 수중드론이 됐든, 모든 드론의 핵심은 즐겁고 안전한 비행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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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운

박종운

/ 드론스타팅필진
드론에 대해 쓰면서 드론을 배우는 박종운입니다.
park@dronestart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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