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레이싱드론코리아에서 주최한 FPV 레이싱 드론 공개 세미나에서입니다. 국내외 최고의 레이싱 드론 선수인 김민찬 군이 강단에 나왔을 때 환호성은 아이돌 스타를 만났을 때 그것과 비슷했습니다.

 

환호하는 참석자 중에 여학생은 없었다는 슬픈 진실이…

 

세상에 드론과 관련된 유명 인사는 많이 있지만 아직 한국 이름은 드뭅니다. 그래서 13세 KT팀 선수인 김민찬 군의 지난 수상은 더 빛나 보입니다.

국제 및 국내 드론레이싱 대회 1위 수상 다수
2017.02 KAMA&DJI ARENA 드론레이싱 1위
2016.12 평창 알펜시아 국제 드론 스포츠 대회 드론레이싱/프리스타일 1위 (기사보기)
2016.07 아시아컵 상하이 중국 드론 국제대회 1위 (기사보기)
2016.03 World Drone Prix Freestyle 1위 (기사보기)

 

세미나는 한국모형항공협회의 권용상 강동지구 회장님의 날카로운 질문에 김민찬 선수가 답하는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참석자의 이어지는 질문에 전혀 굴하지 않은 답변들 속에서 김민찬 선수의 숨겨진 비행 기술을 엿들을 수 있었습니다. 드론스타팅에서 이 비술을 정리해 공개합니다.

 

2단 게이트 통과의 비술…

전 세계에 김민찬 선수의 이름을 각인 시킨 두바이 대회에서 사실 사람들이 기대했던 분야는 속도를 겨루는 레이싱 이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그는 허무하게 탈락했습니다.

이미 한 치에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빠른 조종으로 유명한 김민찬 선수의 명성 때문에도 팬들의 아쉬움은 컸습니다.

“레이싱 경기는 밤 11시가 넘어서 시작되었는데 FPV 카메라에 불빛이 번져 보여서 경기장을 보기 어려웠어요. 자유롭게 공간을 비행하는 프리스타일 경기에서는 FPV 카메라가 고장 나서 눈으로 직접 비행을 해야 했는데 심판 중에 RC 헬기 조종에 익숙한 분이 계셨는지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구요.”

RC 헬기의 곡예비행은 김민찬 선수의 특기입니다. 드론 신동으로 알려지기 이전에 그는 이미 3살 때부터 헬기 비행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헬기와 드론은 조종 방법이 비슷합니다. 그래서 비행경력으로 보면 이미 10년차 베테랑 조종사입니다.

 

김민찬 선수의 비행 능력은 이미 베테랑입니다. 사진=youtube.com

 

“헬기 대회와 드론레이싱 대회는 많이 달라요. 헬기는 지금까지 연습한 묘기를 관객과 심사위원에게 보여주면 되지만 드론레이싱 대회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잖아요. 항상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아요.”

그래서 김민찬 선수는 시합에서 32강에 들어간 다음부터는 저돌적인 비행보다 안정적인 비행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거기까지 올라가면 너무 긴장해서 손이 부들부들 떨리거든요.”

아 그렇습니다. 그도 떨고 있었던 것입니다. 김민찬 선수가 시합에 임할 때 신발을 벗는 것도 이 긴장을 늦추기 위함이 아닐까요?

“신발이요? 신발 벗으면 편하잖아요.”

지난 대구 대회에서 보여준 2단 게이트 통과 방법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2층으로 되어 있는 게이트를 위로 들어갔다가 빨리 방향을 전환하여 아래쪽 게이트를 통과해야 하는 코스인데 이때 김민찬 선수가 보여준 레이싱 드론의 움직임은 예외적이 이었기 때문입니다.

 

2층 게이트를 지나는가 하는 순간 아래쪽 게이트를… 사진=youtube.com

 

드론레이싱 대회는 이런 복잡한 커브를 돌아야 하는 구간에서 승부가 많이 나기 때문에 2단 게이트 통과는 기록에 큰 영향을 줍니다.

“게이트 진입직전에 최고 속도로 진입하고 스로틀을 내린 다음, S-Turn 기술과 비슷하게 통과했어요. 프리스타일 비행 기술이 드론레이싱에 도움이 많이 되요.”

순간 그 분이 떠오릅니다.

 

참 쉽죠? 사진=flickr.com

 

일명 ‘나무 넘기’라고도 불리는 프리스타일의 S-Turn 비행은 드론을 순간적으로 뒤집어 장애물을 중심에 두고 드론의 머리를 들어 올려 바닥에 가까이 나는 기술입니다.

나무 넘기의 대가 Skizo 선수의 S-Turn. 참 쉽죠 잉? 사진=youtube.com

 

김민찬 선수의 기체 내 드론과 어떻게 다르기에…

프로 선수의 레이싱 드론은 언제나 궁금합니다. 분명 다른 무언가 있을 것입니다. 기회가 생겼을 때 김민찬 선수의 기체를 살펴보았습니다.

꼼꼼히 관찰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비행 솜씨를 향상시킬 비법은 여기엔 없나 봅니다. 기체와 부품에 대해 김민찬 선수는 모터가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듯 하다고 말합니다.

 

그의 기체를 가까이 관찰할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챔프의 머신.

 

“두바이 대회 때 저는 2206 모터를 사용했어요. 하지만 2209 모터를 가진 기체는 충격이었어요. 저는 그 때 FC도 F1인 Naze32를 쓰고 있었는데 이미 F4를 쓰는 선수도 많이 있었어요.”

모터사양 중에 하나인 2206과 2209는 회전하는 힘을 만드는 전자석(고정자, Stator)의 크기를 말합니다. 클수록 무조건 좋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강한 힘을 위해서 큰 전자석이 필요합니다.

FC(Flight Controller, 비행 컴퓨터)는 비행에 필요한 계산을 처리하는 속도에 따라 F1에서 F7까지 있습니다. 두바이 대회가 열린 2016년에는 F1인 Naze32도 많이 사용되었지만 처리속도가 더 빠른 F4 FC를 가진 선수들을 F1 FC로 상대했던 것을 보면 그의 드론레이싱은 성능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는가 봅니다.

세팅에 비밀이 있지 않을까요? 레이싱 드론을 제어하는 방법은 PID 제어라는 수학 계산이 필요한데 여기에 들어가는 숫자에 따라 움직임이 많이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냥 있는 값(Default)을 그대로 사용해요. 부드러운 움직임을 위해 D값과 조종기의 움직임과 드론의 움직임을 맞추기 위해 Rate값만 손봐요.”

언젠가 김민찬 선수가 광나루 드론 공원에 비행을 마치고 기체를 두고 온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김민찬 선수의 세팅을 보고 싶어 컴퓨터와 연결했는데 기본 설정과 별로 다를 것이 없어 놀랐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결국 실력은 기체나 세팅보다 선수의 기량에 따른 것인가 좌절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일단 최고의 선수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체에 대해 물어봅니다.

“FC는 종류별로 다 사용해 봤는데 지금까지는 F4 FC인 Revolt가 가장 저한테 맞는 거 같아요. 모터의 속도를 제어하는 ESC와는 디지털로 통신을 하는 D-Shot을 사용하고 있구요”

세미나에서 핫한 주제였던 처리속도가 빠르면 정말 좋은가 이 빠른 속도를 파일럿이 감지할 수 있는가하는 질문에 대해 김민찬 선수는

“빠를수록 더 부드러운 느낌이 들어요.”

평범한 사람이 이 미묘한 느낌을 감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저도 일단 처리 속도는 무조건 올려볼까 고민해 봅니다.

레이싱 드론 제작에 관심이 생기셨나요? 이 글을 한번 참고해 보세요.

 

Betaflight에서 이 숫자를 올리면 FC의 처리 속도가 올라갑니다. 뭐 그것만으로 처리속도가 마냥 올라가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올려 보기로…

 

지금 연습하고 있는 기술은…

연습을 할 때마다 40개정도의 배터리를 소진한다는 김민찬 선수는 그러고 나서 지치지도 않는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연습을 계속한다고 합니다.

레이싱 드론에 사용되는 리튬폴리버 배터리 한 개로 가능한 비행시간은 보통 2~3분인 것을 생각하면 그리고 평범한 속도로 날지 않을 것을 생각하면 비행시간만 대략 80분입니다. 이렇게 많은 시간을 계속해서 비행해 본적이 없어 짐작도 되지 않습니다.

“직선 비행보다 라인을 그리며 연습을 하고 있어요. 코너에서 주춤하지 않고 매끄럽게 비행할 때 기록이 더 잘 나와요”

특히 코너를 도는 연습을 많이 한다는 김민찬 선수는 코너에 진입하기 전에 미리 레이싱 드론의 방향을 바꿔서 코너에 가깝게 도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레이싱 드론의 회전은 뱅크드턴 (Banked Turn)이라는 위로 올라가려는 양력을 회전 중심으로 이동시키는 기술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뱅크드턴, 회전하는 레이싱 드론이 원심력에 의해 밖으로 밀려나가지 않기 때문에 기록 단축을 위해 꼭 필요한 기술입니다.

 

“급격히 U턴을 해야 하는 구간에서는 요우(Yaw) 회전을 위해 조종기에 러더 스틱을 많이 사용하고, 일반적인 회전 구간은 피치(Pitch) 회전을 이용한 뱅크드턴을 위해 엘리베이터 스틱을 많이 사용해요.”

게이트를 통과할 때도 다음에 이어질 움직임을 위해 미리 레이싱 드론의 방향을 돌려둔다고 합니다.

 

요우를 이용한 코너 공략과 피치를 이용한 코너 공략.

 

“비행 연습을 끝낸 후에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연습을 계속해요. 보통 2시간정도 하는데 시뮬레이션이 완주하기가 더 어려운거 같아요.”

시뮬레이션으로 호버링을 마스터한 후 시시한 시뮬레이션 따위 하고 거들먹거리던 자신을 반성해 봅니다. 그런데 시뮬레이션으로 대체 어떤 비행을 하기에 완주가 어렵다고 하는 걸까요.

한계에 끄트머리까지 시뮬레이션에서 밀어붙인 후에 40개의 배터리로 기술을 해탈시키나 봅니다.

“해내고 싶은 기술은 10번씩 반복해서 연습하는데 완전히 마스터 할 때까지 계속해요.”

 

영재발굴단에도 출연한 김민찬 군. 언제부터 영재의 기운을…

세미나는 김민찬 선수의 팬도 많이 모였지만 레이싱 드론의 미래에 투자한 학부형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김민찬 선수를 키운 아버지의 이야기도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레이싱 드론을 해보고 싶다는 민찬의 이야기에 도전해 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처음 부산 벡스코 대회에서 1위로 500만원의 상금을 받고, 지난 두바이 대회에서 프리스타일 분야에서 5만 불의 상금을 받기도 했죠.”

외마디 감탄이 터지는 세미나 가운데 질문은 다시 김민찬 선수에게 돌아갑니다. 그럼 용돈도 같이 올랐을까요?

“아빠가 조종기를 바꿔 주셨어요.”

안타까운 탄식이 나올 거란 예상과 달리 회장은 금세 수긍하는 분위기 입니다. FUTABA 조종기라면 누구나 부러워할만 하죠. 여기는 드론 오덕과 예비 오덕이 모인 자리였으니까요.

 

혹시 내 비행에 발전이 없는 이유가 바로 저 조종기 때문이 아닐까 의심해 봅니다.

 

연습 때 마다 소진하는 배터리 40개를 충전하려면 (물론 하나씩 충전하지야 않겠지만) 개 당 대략 1시간은 걸리니 배터리 충전도 아버지에게 보통일이 아닐 듯 합니다.

아들의 재능에 아낌없이 지원하는 아버지는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4세 때 헬기 조종기를 맡겼는데 배면 비행(기체의 위아래를 뒤집어 비행하는 고급 기술)을 해 냈습니다. 그 후 지금까지 30 ~ 40 대의 헬기가 소모되었죠. 어느 날은 연습하다가 2대의 헬기가 완전히 부서진 일이 있었습니다. 한 대에 400 ~ 450만원 정도하는 헬기였죠. 하지만 뭐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안전과 관련된 잔소리는 항상 하고 있습니다. 드론레이싱은 위험한 스포츠니까요.”

 

드론과 달리 어마 무시한 위용을 자랑하는 김민찬 선수의 Goblin700 헬기.

 

레이싱 드론코리아의 권용상 회장은 날카롭게 질문의 화살을 김민찬 선수에게 돌려 진위여부를 확인합니다.

“어제도 한 대가 대파 되었지만 괜찮아요. 연습에는 늘 있는 일이니까요.”

김민찬 선수의 아버지 김재춘씨는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믿고 천천히 지켜보세요.”

그리고 앞으로 김민찬 같은 선수가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는 이야기도 잊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레이싱 드론을 하지 않냐는 질문에

“저는 레이싱 드론 안합니다. 아들한테 구박받고 싶지 않아요.”

 

99%의 노력과 1%의 재능이 만드는 천재

우리는 항상 천재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천재들이 보여주는 비범함은 감탄과 함께 위안도 주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보여주는 경지는 마치 노력으로는 얻을 수 없고 선택된 영재들만 닿을 수 있는 영역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에서 내 노력 부족에 대한 그럴 듯한 변명을 하나 얻게 됩니다. ‘역시 저건 내가 노력해서 얻을 만한 것이 아니었어’ 하고 말이죠. 그래서 경지의 이른 천재들이 하는 이야기는 재미있는 것을 시사합니다.

그들은 항상 사람들에게 어떻게 목표를 이루었냐고 질문을 받습니다. 그럼 그들은 목표를 얻기 위한 과정을 이야기해줍니다. 그러나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천재들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본적도 없는 재능에 대해 이야기를 하더란 것입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연구한 ‘그릿(GRIT)’의 저자 앤절라 더크워스는 말합니다. “재능은 환상입니다. 목표를 향한 열정과 끈기가 목표를 향해 이끌어 가는 것이죠.”

1만 시간을 노력하면 누구나 그 분야에 최고가 될 수 있다는 1만시간의 법칙을 옹호할 생각은 없습니다. 주말에 40개의 배터리로 비행 연습을 10년간 한데도 1만 시간을 채우기는 한참 아쉽기 때문이죠.

하지만 앤젤라 더크워스가 말한 GRIT이 목표를 향해 이끌어 주는 힘이라면 김민찬 선수의 비행에는 GRIT이 담겨있습니다. 그가 비행에 대해 이야기할 때 목소리에서 그리고 목소리에 담긴 눈빛이 그것을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조종기 스틱에 그의 엄지손가락은 항상 굳은살이..

 

일단 배터리 40개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낍니다. 아 그럼 그걸 한 번에 충전할 충전기가 필요하겠군요. 그리고 아까부터 눈여겨본 FUTABA 조종기도 그리고 또 김민찬 선수가 언급한 모터도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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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연기

민연기

/ 아나드론스타팅필진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 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
민연기
태그 | #레이싱/FP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