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가 열렸습니다. 규제개혁장관회의란 말 그대로 불필요한 규제를 개혁하기 위해 각 부처 장관들이 참여하는 회의인데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합니다. 행정부 수장이 직접 나서는만큼 이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은 상당한 파급력이 있습니다.

다섯 번째로 열린 이 회의에서 아주 친숙한 단어가 핵심 의제가 됐는데요. 바로 나의 사랑 너의 사랑 여러분의 사랑 ‘드론’이 그 주인공입니다. 정부는 미래의 소중한 성장 동력이 될 드론 산업이 각종 규제에 묶여 날개를 펴지 못한다고 판단했죠. 그래서 드론 관련 규제를 상당 부분 완화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결정한 내용은 빠르면 올 9월부터 적용될 예정인데요. 약 3개월 후에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게 될지 살펴볼까요?

 

1. 사업분야 확대

드론으로 가능한 사업의 범위가 엄청나게 넓어졌습니다. 기존의 드론 사업은 항공법에 규정된 ‘초경량비행장치사용사업’이라는 틀에 묶여 있었는데요. 포지티브(Positive) 방식으로 규정되어 있던 것을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사진=pixabay.com

 

포지티브 방식은 ‘해도 되는 것’을 규정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규정하지 않은 것은 금지하죠. 항공법 상 초경량비행장치사용사업은 아래와 같습니다.

① 비료 또는 농약 살포, 씨앗 뿌리기 등 농업 지원
② 사진촬영, 육상 및 해상 측량 또는 탐사
③ 산림 또는 공원 등의 관측 및 탐사
④ 조종교육
⑤ 그 밖에 국토교통부장관이 인정하는 사업

위 다섯 가지에 해당하지 않는 사업은 기본적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면 네거티브 방식은 뭘까요? 바로 ‘하면 안 되는 것’을 규정합니다. 포지티브 방식 때의 논리를 적용하면, 규정하지 않은 것은 뭐든 할 수 있습니다. 단어의 어감과 달리 자유도가 높은 셈이죠. 규제개혁장관회의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안전·안보를 저해하는 경우를 제외한 모든 사업이 가능해졌습니다. 드론으로 광고를 하거나 택배 사업을 벌일 수 있게 된 거죠.

 

2. 비행승인 절차 간소화

드론 애호가들이 가장 불편을 겪는 부분이 비행승인입니다. 특히 촬영 목적으로 드론을 날리는 경우에는 비행승인과 촬영허가를 따로따로 받아야 해서 불편이 많았죠.

얼마나 불편할까요?

 

불편이 생긴 이유는 업무의 비통합입니다. 비행승인은 국토교통부, 촬영허가는 국방부가 담당하고 있죠.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방법은 일원화입니다. 모든 절차를 온라인으로 한 방에 해결할 수 있게 할 예정입니다. 아마 제대로만 시행된다면 이 정책에 대한 호응이 가장 좋을 듯하네요. 시스템 구축을 올 12월까지 완료한다고 합니다.

 

3. 자본금 요건 철폐

드론 사업은 아무나 할 수 없습니다. 드론 말고도 필요한 게 하나 있죠. 바로 돈입니다. 법인을 등록해서 사업할 경우 납입자본금 3000만원 이상, 개인사업자의 경우 자산평가액 4500만원 이상이어야 하죠. 돈을 벌려고 사업을 하는데 돈이 필요한 셈입니다. 돈이 웬수인 세상!

 

우리들의 사랑스런 웬수. 사진=pixabay.com

 

정부는 진입장벽을 낮춰야 더 많은 참여자가 드론 사업에 뛰어들고 시장이 활성화된다고 판단한 듯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자본금 요건을 완전히 없애기로 결정했는데요. 이제 드론 한 대만 있으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는데요. 대인 보상 한도 1억 5000만원 이상인 영업배상책임보험 가입 의무는 여전히 유지됩니다. 오해 없으시길!

영업배상책임보험이 뭐야?

 

보험 기준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사진=flic.kr/p/s5Zd2C

 

4. 12kg → 25kg

‘12’는 한국 드론계에서 아주 중요한 숫자입니다. 드론의 기체 무게가 12kg 이상이면, 여러 가지 제약이 생깁니다. 비행가능구역에서 드론을 날릴 때도 비행승인이 필요하고, 정기적으로 기체 점검을 받아야만 하죠.

하지만 이제 12kg은 과거의 기준이 됩니다. 25kg이 그 자리를 대체하죠.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다만 주의할 점은 12kg이 기체의 자체 중량인 반면, 25kg은 ‘최대이륙중량’이라는 사실입니다. 즉 드론에 짐을 싣거나 연료를 넣을 경우 그 무게도 고려해야 해요. 물론 그렇다고 해도 무게 기준이 크게 완화된 것은 분명합니다. 덩치 큰 산업용 드론을 운용하는 분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네요.

 

새로운 무게 기준 25kg. 사진=commons.wikimedia.org

 

5. 조종자자격증 세분화

최근 드론의 대세는 멀티콥터(Multicopter)입니다. 그 중에서도 로터가 네 개인 쿼드콥터(Quadcopter)가 주류이며, 대형 드론이 필요할 경우 로터 여섯 개 짜리 헥사콥터(Hexacopter)나 여덟 개 짜리 옥토콥터를 사용하죠.

하지만 조종자자격제도는 시류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과거에 많이 쓰던 무인헬기 위주로 운영되고 있어요. 개선이 필요하겠죠? 앞으로는 무인헬기(단축)와 멀티콥터(다축)로 구분하여 조종자자격을 인정해 주게 됩니다.

멀티콥터에 조종자자격 부여에 대해 이런 의심이 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자격증 없이도 잘 날려 왔는데, 괜히 귀찮은 일이 생기는 게 아닐까?’ 국토교통부에 문의한 결과, 다행히 그건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기존의 조종자자격 필요 기준(비행장치 무게 12kg 초과)은 변함이 없다고 해요. 응시자가 무인헬기와 멀티콥터 중 무엇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시험 과목에 차등을 둘 예정이라고 합니다.

 

사진=flic.kr/p/i1vx1N

 

6. 시험비행장소 확대

드론 제조업체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 있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드론을 마음놓고 날릴 만한 곳이 많지 않은데요. 성능 테스트가 필수인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상당한 제약입니다. 근처에 날릴 만한 장소가 없다면 드론을 싣고 멀리까지 이동해야 하는 불편이 있죠.

그래서 정부는 수도권에 4곳의 시험비행장소를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수도권이 대상인 이유는 드론 제조업체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기 때문이죠. 아울러 대전에도 시험비행장소를 신설할 예정인데요. 대전은 각종 연구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전 지역이 비행금지구역으로 묶여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냈었죠. 이번 조치로 대전의 드론 산업이 날개를 달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대전에도 시험비행구역이 신설될 예정입니다. 사진=ko.wikipedia.org

 

규제개혁장관회의 결정 사항 중 실질적으로 와닿을 만한 내용은 이 정도입니다. 주로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두고 설명을 드렸는데요. 이제부터는 좀 더 냉철하게 뜯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사업분야 확대, 실효성 있나?

드론 사업 범위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한다지만, 당장 드론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딱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언론에서 가장 많이 다루고 있는 ‘드론 택배’는 현실성이 매우 부족하죠. 드론의 비행 시간은 아직까지 30분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나를 수 있는 짐의 무게도 제한됩니다. 게다가 수하물이 무거울수록 비행 시간은 필연적으로 짧아지죠. 마당이 없는 공동주택에 사는 사람은 택배를 받기도 어렵습니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아예 드론을 띄울 수도 없고요.

광고나 공연에 드론을 활용하겠다는 방안도 비판의 여지가 있습니다. 광고와 공연은 그 성격 상 군중을 대상으로 합니다. 하지만 항공법은 사람이 많은 곳에서 드론을 날리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죠. 모순이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항공법 규정을 완화한다면 사고 위험이 급증하겠죠.

 

이 위로 드론이 추락한다면? 사진=flic.kr/p/Wd54U

 

기술의 발전 속도를 제도가 못 쫓아가는 경우가 일반적인데요. 현재 드론 산업은 제도를 마련해줘도 기술이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2. 비행장소 확대 미비

시험비행장소 확충을 발표했지만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특히 수도권과 대전만 선정한 것은 지역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아쉽죠. 최소한 각 도별로 한 군데씩은 추가 지정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다 더 나아간다면, 사업자 차원에서 활용하는 시험비행장소가 아니라 아예 모두가 이용 가능한 비행가능구역으로 설정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정부의 생각은 철저히 드론 산업 쪽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이는데요. 정부가 정말로 드론을 미래 산업으로 키울 생각이라면 취미 여건 보장에도 힘을 쏟을 필요가 있습니다. 해당 제품의 사용자 수야말로 가장 핵심적인 인프라이기 때문이죠.

특히 지금은 세계 시장에서 국산 드론의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내수시장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 중요한데요. 보안이나 안전 문제를 심화하지 않는 선에서 드론을 날릴 수 있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규제 개혁안은 아쉬운 점도 있고, 시간에 쫓겨 내놓은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게 사실입니다. 특히 위에서 자세히 설명하지 않은 ①주파수 대역 추가 분배 ②공공 실증사업 추진 ③드론교통체계 개발 ④안티(Anti) 드론 연구 확대 등 몇몇 항목은 알맹이 없는 구호 수준에 그치고 있죠. 하지만 정부가 드론 산업에 대해 최초로 보여준 의미 있는 신호라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번 규제개혁장관회의의 결과 자체보다는 앞으로의 행보일 것입니다. 충분한 의견 수렴과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드론 산업 발전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이 개발되길 바랍니다.

 

 

*이 기사는 페이스북 공유 또는 기사링크를 직접 게시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공유하실 수 있습니다. 본문의 일부 또는 전체를 직접 활용(복사하여 붙여넣기 등)하려 할 때는 반드시 운영자의 허가를 받으셔야 합니다.
*기사는 매주 화,목요일에 업데이트 됩니다.
박종운

박종운

/ 드론스타팅필진
드론에 대해 쓰면서 드론을 배우는 박종운입니다.
park@dronestarting.com
박종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