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터넷의 높아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명사들만 출연한다는 TED에 CEO인 안드레아스 랩토포울로스(Andreas Raptopoulos)가 출연한 것이죠. 랩토포울로스는 이 자리에서 ‘드론 네트워크’의 비전에 대해 열변을 토했습니다. 강연의 주요 내용은 1탄에서 소개한 내용과 대동소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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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에 출연한 랩토포울로스. 영상=youtu.be/9yEl0-bCA9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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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작품, 매터넷 원

매터넷은 비영리 활동으로 시작했고 주목을 받았지만 거기서 멈출 생각은 없었습니다. 매터넷의 본질은 자선 단체가 아닌 스타트업이었기 때문이죠. 한쪽에선 끊임없는 연구개발(R&D)를 진행하는 한편, 다른 한쪽에서는 외부와의 협업을 통해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데 진력하는데요. 마침내 그 첫 결실을 맺습니다. 2015년 초입에 매터넷의 첫 번째 드론인 ‘매터넷 원(Matternet ONE)’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이죠. 물론 이전에도 드론으로 여러 활동을 벌였지만 완전한 형태의 제품을 만들어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매터넷 원의 모습. 사진=ainonline.com

매터넷 원은 1kg의 화물을 싣고 20km를 이동할 수 있는 운송용 드론으로, 더 정확히 표현하면 드론을 활용한 화물 배송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조종자가 따라가지 않아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죠.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요? 우리가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이동통신망과, 클라우드(Cloud) 기술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매터넷 원의 원리를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각각의 기체에는 3G나 4G 통신망을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들어 있어요. 이 카드를 통해 기체는 인터넷, 더 정확히 말해 매터넷의 클라우드 서버에 연결된 상태가 됩니다. 이 서버의 데이터는 기체 주변의 비행금지구역, 장애물, 기상 상황, 여객기 등 다른 비행체의 유무 등을 포함하고 있는데요. 기체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목적지까지 최적의 비행경로를 판단해서 자율적으로 비행하게 됩니다. 기존에 존재하던 인프라에 매터넷의 자체적인 기술을 결합한 결과물이 바로 매터넷 원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아무리 시스템을 잘 만들어놨어도 사용할 수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겠죠. 앞서 말씀드렸듯 매터넷은 계속해서 외부 파트너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 파트너는 알프스와 요들송의 나라, 스위스에서 찾을 수 있었는데요. 스위스 월드카고(Swiss WorldCargo, 화물 운송 기업으로 스위스 국제항공(Swiss International Air Lines)의 자회사), 스위스 포스트(Swiss Post, 스위스의 국영 우편 서비스)와 협약을 맺고 2015년 7월부터 매터넷 원의 시험 운용을 시작합니다. 산악 지형이 많은 탓에 새로운 운송 패러다임이 필요했던 스위스와, 미연방항공청(FAA)의 빡빡한 규제 탓에 미국에서의 실험 비행이 어려웠던 매터넷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였죠.

매터넷의 파트너는 의외로 스위스에 있었습니다. 사진=freestockphotos.biz

여기에 하나 더, 아주 재밌는 사실이 있는데요. 매터넷에서 비즈니스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올리버 에반스(Oliver Evans)라는 인물의 존재가 그것입니다. 에반스는 스위스 쪽과 파트너십을 맺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요. 에반스가 매터넷에 입사하기 전 몸담았던 직장이 바로 스위스 국제항공입니다. 그것도 화물 부분 총 책임자를 역임하다가 은퇴했죠. 아무리 세상이 좁다지만 단순히 우연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절묘하지 않습니까? 인맥의 힘이 대한민국에만 통하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물론 어디까지나 추측입니다).

올리버 에반스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사진=aircargonews.net

열심히 일하다 보면 떡고물이 따라오는 법. 매터넷은 2015년 세계적 권위의 경제 회의인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다보스포럼으로 더 잘 알려졌죠)에서 선정한 49개의 기술 혁신 기업(49 Technology Pioneers) 명단에 이름을 올립니다. 싱귤래리티 대학(Singularity University)의 괴짜들이 시작했던 무모한 프로젝트가 전 세계 경제인들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이죠.

매터넷 원의 개발 이후 매터넷은 잠시 숨을 고릅니다. 물론 놀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다만 적극적으로 돈을 벌려고 나서는 대신, 다시 비영리 활동에 굉장한 노력을 쏟아 붇습니다. 매터넷의 손길이 닿은(?) 나라만 해도 1탄에서 소개한 레소토, 도미니카 공화국, 아이티 공화국을 비롯하여 말라위, 파푸아뉴기니, 부탄 등이 있는데요.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 의약품과 식량 배송을 하는 활동을 계속합니다. 유니세프(Unicef)와 손잡고 에이즈의 신속한 진단을 위해 드론을 활용하는 실험도 벌이는데요. HIV 바이러스를 보균한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의 혈액 샘플을 채취하여 드론을 통해 의료기관으로 운반하는 시스템이었죠. 이런 일련의 활동은 돈이 벌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매터넷이 경험과 기술을 축적하는 데 도움을 주면서 지속적인 언론 노출을 통해 명성을 쌓는 데도 기여했습니다.

사진=mttr.net

 

세계적인 기업과 파트너가 되다

그리고 올 9월, 매터넷은 아주 유명한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공식적으로 발표합니다. 어딘지 궁금하시죠? 그 주인공은 바로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이자 중년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였습니다.

1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자동차 회사와 5년 전에 생긴 드론 스타트업의 만남이라니, 당최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데요. 두 회사가 그린 그림은 의외로 명료했습니다. 양해각서 수준의 어설픈 협약이 아니라, 구체적인 개발 계획을 내놓은 것이죠. 이 안 어울리는 커플의 합작품의 이름은 ‘비전 밴(Vision Van)’입니다.

두 회사가 함께 개발할 비전 밴. 사진=designboom.com

비전 밴을 한 마디로 설명하면, 운송용 드론을 실은 밴입니다. 밴의 지붕이 드론의 발사대 및 착륙장 역할을 하는데요. 드론에 짐을 싣는 과정과 배터리 교체 등이 자동으로 이뤄집니다. 밴에 설치된 컴퓨터와 클라우드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비전 밴의 지붕을 차지한 드론은 ‘매터넷 M2’입니다. 매터넷 M2는 매터넷 원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적재 가능한 무게가 2kg으로 2배 늘었으며, 비행안정성과 장애물 회피 기능, 저고도 비행 능력 등이 한층 향상되었습니다.

매터넷 M2의 모습. 사진=mttr.net

비전 밴의 개발 외에도 메르세데스-벤츠는 매터넷의 지분을 일부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정확한 금액은 비밀에 붙였지만, 메르세데스-벤츠가 향후 5년 간 드론, 로봇 등의 미래 산업에 투자하기로 한 액수가 5억 6천 2백만달러(약 6200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만만치 않은 투자를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매터넷에 손을 내민 이유는 비교적 분명합니다. 자동차 산업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내리막길을 걷게 되므로 사업 다각화가 필수적이죠. 메르세데스-벤츠가 먹거리로 점찍은 분야 중 하나가 바로 물류 산업입니다. 그리고 물류의 미래가 드론과 로봇에 있다는 것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죠. 드론 배송에 있어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스타트업 중 하나가 바로 매터넷입니다. 저간의 사정이 이해가 되시죠?

매터넷 입장에서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자금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 드론 배송이 갖고 있는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무기를 얻게 됐습니다. 아직까지 드론이 먼 거리를 긴 시간 동안 이동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데요. 비전 밴을 통해 드론의 운용 가능 범위까지 접근한 후 드론을 쓰는 방식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육상-항공 운송의 조화를 통해 드론 네트워크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게 된 것이죠. 두 회사가 손을 잡은 결과는 그야말로 ‘윈윈(Win-win)’이라고 평할 수 있겠습니다.

 

마치며

아무도 드론에 주목하지 않을 때 드론 네트워크라는, 조금은 허황된 것처럼 보이는 꿈을 꾼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꿈에서 만족하지 않고 직접 회사를 차렸죠. 직접 드론을 만들어 오지에서 의약품과 식량을 날랐습니다. 이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에 사람들은 조금씩 주목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굴지의 대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는 유망 스타트업이 됐습니다. 참 거짓말 같은 이야기죠?

물론 매터넷의 미래가 마냥 장밋빛인 것만은 아닙니다. 드론 네트워크가 구축될 정도가 되려면 지금보다 훨씬 뛰어난 기술력이 필요하죠. 언제 그 수준에 도달할지 가늠하기는 매우 힘듭니다. 더군다나 각종 제도, 여론 등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고요. 아직까지 수익 모델이 완벽하게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자금 소진으로 인해 쓰러질 수도 있습니다.

찬란한 성공이냐 처참한 실패냐, 미래는 알 수 없습니다. 사진=flic.kr/p/dwWHw5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매터넷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매터넷의 구성원들이 그동안 보여준 강력한 추진력과 확고한 비전 때문일 겁니다. 이 기사의 마지막은 랩토포울로스의 TED 제목으로 장식할까 하는데요. 매터넷의 정신을 이보다 더 잘 설명하는 문장은 없을 거라 믿습니다.

“길이 없다고요? 그래서 드론이 있습니다!(No roads? There’s a drone for t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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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운

박종운

/ 드론스타팅필진
드론에 대해 쓰면서 드론을 배우는 박종운입니다.
park@dronestarting.com
박종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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