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_아나드론

ANA DRONE, SEP 2019

 

‘show’는 말 그대로 ‘보여 준다’는 뜻이다. ‘본다’는 말은 눈으로 무엇을 알아차린다는 뜻이다. 그러나 무엇을 알아차리거나, 보는 일이 눈으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일’을 봤다고 하면, 그 말은 ‘일’과 직면했다는 뜻이 아니라, 무엇을 처리하거나 해결했다는 뜻이 된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인텔(Intel)사가 우리에게 보여 준 것은 단순히 ‘show’로만 그칠 일이 아니었다. 밤하늘로 동시에 떠오른 드론, 슈팅스타 1218대의 위엄은 과연 한겨울의 단단함을 깨뜨리고, 그 균열을 넘어섰다.

드론 쇼가 보여주는 아름다움에 매료된 동안 우리의 눈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하나 있다. 잠시 잊었거나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수백, 수천 대의 드론이 보여준 군집비행의 미학은 어느 순간 그 자체로 ‘폭력의 미학’을 강요하고 나설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위험한 show’가 될 수도 있는 군집비행에 대해서는 어째서 여태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을까? 우리 주변에는, 드론이 태생부터 군사용으로 개발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그토록이나 많은데도 말이다.

 

 

로봇의 반란

세계적인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 모터스(Tesla Motors)의 CEO 엘론 머스크(Elon Reeve Musk)는 한 인터뷰에서 “드론에 AI기술, 안면 인식 기술을 탑재하면 사람을 해칠 수 있는 킬러 드론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발언하며 드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점잖은 경고 메시지를 남겼다.

 

사진=www.pixbay.com

 

유명 유튜버 마이클 리브스(Michael Reeves)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드론이 자신을 공격하는 영상을 올렸다. 영상의 제목은 ‘로봇의 반란’이다. 마이클 리브스는 노트북에 안면 인식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자신의 얼굴을 인식시킨 후, 총 12대의 드론과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 시켰다.

그러자 12대의 드론은 목표물을 향해 순식간에 날아들었다. 비교적 안전한 패럿 AR 드론을 이용한 실험이었기 때문에 다치지는 않았지만,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드론으로 이런 공격이 가능하다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사진=www.pixbay.com

 

이러한 경고 메시지가 지닌 공통적인 관점은 드론을 로봇의 범주에 넣어 미래를 예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고 보니 사실 드론은 생물체가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고 드론이 보여주는 쇼에 대한 편애를 사물 성애자(objectum sexual)라는 말로 자극하기도 어렵다. 드론 쇼를 즐기기 전에, 로봇과 대화하는 법부터 익혀야 할지 모른다. 또는 그러기 전에 나타난 군집드론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총리와 대통령의 수난, 드론의 공격

2015년 4월, 일본에서는 총리 관저 옥상을 향해 소형 드론 한 대가 날아갔다. 드론을 날린 사람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사고가 발생한 원전 재가동 정책에 반대하는 반핵운동가로 알려진 40대 남성이었다. 드론에는 방사능 경고 마크가 붙은 플라스틱 용기가 달려 있었으며, 실제로 미량의 방사능 물질이 검출됐다.

그는 범행 동기에 대해 “원전 반대 주장을 호소하기 위해 총리 관저로 드론을 날렸다”라며 “드론에 설치한 용기에 후쿠시마현의 모래를 넣었다”라고 말했다. 용의자가 자수를 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사건 이후 일본 정부는 경시청에 무인항공기대처부대를 창설하고 국가주요시설에 비행제한 구역 설정을 검토하는 등 관련 제도를 정비했다.

 

사진=www.medium.com

 

2018년 8월, 베네수엘라의 대통령인 니콜라스 마두로(Nicolas Maduro)는 국가 방위군 창설 81주년 행사에서 연설 도중 드론을 이용한 암살 위협을 받았다. 관련 용의자 6명을 체포했으며 이 테러에는 DJI사의 대형 드론 2대가 활용됐다. 각각의 드론에는 1kg 정도의 폭탄이 장착되어 있었으며, 한 대는 격추되고 나머지 한 대는 건물과 충돌하여 폭발했다. 암살은 미수로 그쳤지만 폭발 지점으로부터 50m 반경까지 피해가 있었으며 행사에 참여한 다수의 군인들이 부상을 당하는 사건이었다.

 

 

뭉치면 강한 군집 드론의 힘

폭발물이나 무기가 탑재된 드론은 모이면 모일수록 그 파괴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상대방에게 비교적 성능이 좋은 방어체계가 갖추어져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물량 공세를 막아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전장에서는 이미 한 가지 플랫폼에 다양한 기능들을 집약시킨 고성능ㆍ고비용의 무기체계가 승리의 핵심 요소로 여겨지고 있지만, 어마어마한 물량으로 공격하는 군집 드론의 위력을 무시할 수 없다. 드론이 지닌 각각의 성능은 첨단 무기보다야 확연히 떨어질지 모른다. 하지만 뭉치면 뭉칠수록 시너지가 상승하는 체계가 드론이 지닌 힘이다.

 

 

실제로 군집 드론의 위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현존하는 무기체계 중 최고의 대공방어능력을 갖추어 ‘신의 방패’라 불리는 이지스(Aegis) 구축함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 한 적이 있었다. 결과는 군집 드론의 승리였다. 자폭 기능을 갖춘 8대의 소형 드론을 군집하여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을 공격하는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는데, 8대의 드론 중 4대가 자폭 공격에 성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으로 근접방어무기체계, 전자전 공격체계, R/D 기만체계 등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모든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지더라도 평균 1.12대의 드론이 자폭 공격에 성공한다고 밝혀졌다.

 

 

드론의 무기화는 현재진행형

수백, 수천 대의 드론이 무기를 장착하고 새까만 메뚜기 떼처럼 적을 공격하는 장면은 이제 더 이상 허구가 아니다. 군집 드론은 공격뿐만 아니라 감시정찰, 전자전, 기만작전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도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무인전투체계 기술의 선도국가인 미국, 그 뒤를 바짝 추격하는 중국과 러시아가 대표적이지만 우리나라도 군집 드론을 군에 투입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사진=www.engadget.com

 

육군정보학교는 민간 기업으로부터 ‘군집드론 비행 핵심기술’ 이전을 완료하고, 이를 바탕으로 24시간 멈추지 않는 전장 가시화 기술을 구축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전장 가시화란 디지털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실시간대에 전장 실상을 화면같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말한다. 다가오는 미래 전장 환경에서 ‘전장 가시화 구현’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복합 센서를 탑재한 군집 드론을 투입하여 24시간 파노라마 영상을 획득하여 전장을 감시, 가시화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군집 드론 기술이 전쟁 기술과 함께 발전하고 있다.

 

사진=www.dronelife.com

 

평창에서 인텔 슈팅스타 드론은 1896년 아테네 올림픽이 시작된 이래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명장면을 기록했다. 그때까지 올림픽이 기록해온 모든 명장면이 사람과 함께 해왔으나, 새로운 기체가 등장하는 순간 ‘show’는 더 이상 사람만을 추종하지 않게 됐다.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힘차게! (Faster, Higher, Stronger!)’도 이제 올림픽의 모토에서 드론의 모토로 바뀔지는 알 수 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 미래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1218대의 드론이 그려낸 군집비행만이 드론이 보여줄 수 있는 쇼의 전부일까? 군집 드론은 뭉치면 더 강해진다. 드론이 준비하는 미래가 항상 우호적일 수만은 없을 것이다. 드론도 이중으로 미래를 설계한다.

 

*이 기사는 페이스북 공유 또는 기사링크를 직접 게시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공유하실 수 있습니다. 본문의 일부 또는 전체를 직접 활용(복사하여 붙여넣기 등)하려 할 때는 반드시 운영자의 허가를 받으셔야 합니다.
*기사는 매주 화,목요일에 업데이트 됩니다.
태그 | #테크&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