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은 정보를 0과 1로 바꾸어 다루는 방법입니다. 0과 1뿐이기 때문에 다른 것이 끼어들 여지가 없습니다.

 

모 아니면 도 둘 중 하나지 모호한 0.5나 0.6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진=https://ko.wikipedia.org

 

그래서 전달하는 정보에 잡음이 들어갈 여지가 없습니다. 4차 산업 혁명은 이렇게 오류가 없는 디지털 혁명에서 시작되었습니다.

 

4차 산업 혁명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드론도 디지털 기술을 사용합니다. 사진=https://www.dji.com

 

조종기에서 드론에 내리는 명령부터 비행 제어장치(FC, Flight Controller)에서 모터의 속도를 제어하는 신호(ESC Signal)까지, 드론은 디지털의 산물입니다. 딱 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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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 드론의 FPV(First Person View, 1인칭 시점) 화면만 유일하게 아날로그 기술이 남아있습니다. 사진=https://blog.naver.com/smoke2000

 

아쉬운 화질의 아날로그 기술을 사용할 수밖에 없던 기술적인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선명한 화질의 FPV 시스템을 기다려왔지만 누구도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새로운 시스템을 완성하지 못했죠. 그러던 어느 날 드론계의 마왕 DJI가

 

디지털 FPV 시스템을 소개합니다. 사진=https://www.dji.com

 

이미 항공 촬영용 드론 시장을 석권한 DJI는 기술과 자본력으로 호시탐탐 레이싱 드론 시장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레이싱 드론 시장은 DJI 없이도 크고 작은 드론 회사들이 나름의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레이싱 드론의 세계에서 DJI 입지는 그다지 크지 않았죠.

 

DJI의 스네일

 

DJI 오큐싱크 에어에도

 

무너지지 않는 팬을 거느린 레이싱 드론 생태계였는데 말이죠.

 

그러나 모두가 기다리던 디지털 FPV 시스템을 무기로 DJI가 레이싱 드론에 진출합니다. 레이싱 드론은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레이싱 드론용 아날로그 FPV 시스템을 출시하던 수많은 드론 회사들은 마왕 DJI에게 무릎을 꿇고 사라지게 되는 걸까요? 하지만 DJI의 디지털 FPV 시스템에 대한 레이싱 드론 회사의 반격이 시작됩니다.

 

팻샥(Fatshark)의 바이트 프로스트(Bite Frost) 입니다. 사진=https://www.fatshark.com

 

 

드론의 마지막 아날로그, FPV의 한계

FPV 시스템은 드론 앞에 장치한 카메라가 촬영한 실시간 영상을 드론 파일럿에게 전달하는 기능을 합니다.

 

드론의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조종기에서 볼 수 있는 촬영용 드론의 영상도 FPV의 일종입니다. 사진=https://store.dji.com

 

그러나 FPV 화면만 의지해서 빠르게 비행하는 레이싱 드론은 이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과 그 영상을 확인하는 조종기 사이에 시간차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레이턴시(Latency)라고 부르는 이 시간차는 빠르게 비행하는 레이싱 드론에게 치명적입니다.

 

이 시간차가 0.05초밖에 나지 않아도 드론이 시속 100km로 비행한다면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장애물을 발견한 파일럿이 바로 피해도 FPV 화면은 0.05초 전의 장애물입니다. 0.05초의 짧은 시간이면 드론은 1.4m나 앞서있습니다.

 

그래서 FPV 시스템은 레이턴시가 짧은 아날로그 시스템을 사용했습니다.

 

디지털은 아날로그 보다 느린 걸까요? 아날로그 신호를 담은 전파나 디지털 신호를 담은 전파나 전파는 모두 1초에 30만 km인 빛의 속도로 날아갑니다. 디지털 FPV 시스템이 느렸던 이유는 촬영된 영상을 디지털 정보로 바꾸고 정보를 전파로 바꾸는 과정에서 생긴 시간 차입니다.

 

디지털 FPV 시스템을 처음 소개한 코넥스 프로사이트(Connex Prosight)의 레이턴시는 0.031초 밖에 되지 않습니다. 사진=https://www.banggood.com

 

디지털 FPV 시스템의 레이턴시를 극복해도 디지털로 바꾸는 것 못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디지털은 신호를 잃을 때 화면이 멈춰 섭니다.

 

‘모 아니면 도’ 인 디지털은 깨끗한 화면이 아닐 바에는 안보여 주고 말죠. 사진=https://www.youtube.com

 

DJI의 디지털 FPV 시스템이 위력적인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DJI는 화면이 거칠게 깍두기가 되어도 멈추지 않습니다.

 

거기에 송수신 거리는 DJI 드론에게 우스운 4km입니다. 사진=https://store.dji.com

 

아날로그를 따르는 고결한 레이싱 드론 파일럿이라도 무릎을 꿇을 만합니다. 그러나 아날로그 FPV 시스템은 수년간 꾸준히 발전해 왔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성능에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눈에 익은 시스템을 매몰차게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더 있습니다.

 

한계 속도는 넘나드는 레이싱 드론의 시야는 파일럿마다 다릅니다. 자신에 맞게 렌즈를 교환하던 기존 아날로그 카메라와 달리 DJI의 디지털 FPV 시스템은 화각이 다른 렌즈를 교체할 수 없습니다. 충돌로 렌즈가 깨지면 카메라를 모두 교체해야 합니다. 사진=https://store.dji.com

 

영상 송신과 조종 수신이 모두 가능한 에어 유닛 모듈이지만 크기가 작아지는 레이싱 드론 트렌드에 비하면 아직 큽니다. 무게도 부담스럽고요. 사진=https://store.dji.com

 

4km의 장거리까지 비행이 가능한 조종기지만 스틱의 섬세한 느낌을 위해 투자한 고가의 레이싱 드론 조종기를 대신하기에는 품질이 미치지 못합니다. 사진=https://store.dji.com

 

SF 영화에 나와도 좋을 멋진 디자인의 고글이지만 1개의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박스형 고글입니다. 게다가 이미 투자한 고가의 FPV 고글은 쉽게 버릴 수 없습니다. 사진=https://store.dji.com

 

 

팻샥의 DJI 디지털 FPV를 향한 반격

팻샥은 레이싱 드론 FPV 시스템의 최강자입니다. 가격이 비싸도 안정적인 기술과 품질로 레이싱 드론계의 DJI라고 불릴 정도입니다. 하지만 진짜 DJI가 디지털을 무기로 레이싱 드론 시장을 향해 포문을 연 지금, 팻샥도 가만히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팻삭도 디지털 FPV 시스템, 바이트 프로스트로 반격합니다. 사진=https://www.fatshark.com

 

디지털인 만큼 DJI 디지털 FPV 시스템과 같은 720p 해상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120fps의 DJI에 비해서 60fps로 조금 영상이 딱딱할지 몰라도 평범한 동체 시력으로는 차이를 느끼기 힘듭니다. 아날로그 FPV 시스템의 최대 무기였던 레이턴시는 바이트 프로스트에게는 거의 0에 가깝습니다.

펫삭은 레이싱 드론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바이트 프로스트는 지금의 레이싱 드론에 큰 변화 없이 디지털을 적용하도록 고민했습니다. 팻샥의 바이트 프로스트는 FPV 카메라, 디지털 영상 송신기, 디지털 영상 수신기가 내장된 FPV 모니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별로 필요하지 않은 조종기를 끼워 팔지 않습니다.

 

FPV 카메라는 런캠(Runcam)의 레이서 HD 카메라입니다. 선호하는 렌즈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 사진=https://www.fatshark.com

 

기존에 사용하는 FPV 카메라와 같은 크기입니다. 바이트 프로스트를 위해 드론을 바꾸지 않아도 됩니다.

 

디지털 영상 송신기도 아날로그 영상 송신기와 비슷한 크기입니다. 사진=https://www.fatshark.com

 

레이싱 드론 부품들과 같은 크기의 고정 위치를 가지고 있어 사용하는 드론에 바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연결도 FC의 TX와 RX 단자에 연결하면 끝입니다. 사진=https://www.fatshark.com

 

바이트 프로스트는 기존의 FPV 시스템과 거의 동일한 크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별다른 변경 없이 바로 적용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적용된 디지털 FPV 화면은 전용 모니터로 수신합니다.

 

720p의 해상도를 가진 이 모니터는 디지털 영상 수신 장치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사진=https://www.fatshark.com

 

DJI 디지털 FPV 시스템의 고글처럼 4개의 안테나를 사용합니다.

 

전용 배터리와 함께 조종기에 다른 FPV 모니터처럼 조종기에 연결할 수도 있지만. 사진=https://www.fatshark.com

 

바이트 프로스트 모니터에 내장된 디지털 영상 수신기는 HDMI 케이블로 FPV 고글과 연결됩니다.

 

FPV 고글에 HDMI 입력 단자를 연결하면 디지털 고화질을 사용하고 있는 FPV 고글에서 그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사진=https://www.fatshark.com

 

바이트 프로스트 디지털 FPV 시스템에는 고글이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드론 장비 중에 가장 가격이 비싼 FPV 고글이 빠지면서 DJI 디지털 FPV 시스템보다 더 경쟁력 있는 가격을 확보합니다. 바이트 프로스트의 가격은 DJI의 929USD (129만 원)에 비해 훨씬 저렴한 400USD입니다.

 

 

바이트 프로스트가 제안하는 디지털 FPV

디지털 기술은 잡음이 끼어들지 않아 선명한 화질 외에 장점은 더 있습니다. 0과 1의 반복적인 정보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특정 주파수만 이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디지털의 주파수 호핑(Frequency Hopping)은 사용하는 주파수가 붐비면 빈 주파수로 이동하는 기술입니다. 사진=http://www.wirelesscommunication.nl

 

드론의 조종은 2.4GHz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여러 대의 드론이라도 이 주파수 안에서 동시에 비행이 가능합니다. 별도의 채널 구분도 필요 없습니다. 연결된 디지털 정보는 빈 주파수를 건너 뛰면서 계속 연결됩니다. 그래서 아무리 많은 드론이 비행해도 혼선이 생기지 않습니다. 한대의 와이파이 공유기로 온 가족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DJI 디지털 FPV 시스템은 이 주파수 호핑 기술을 이용해서 모두 8대의 드론이 동시 비행할 수 있습니다. 사진=https://www.youtube.com

 

DJI 디지털 FPV 시스템은 잡음이 없는 주파수를 찾아 계속 옮기기 때문에 기존의 아날로그 FPV 영상 채널과 중복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바이트 프로스트의 디지털 영상은 주파수 호핑 기술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고정된 주파수 채널을 사용합니다. 사진=https://www.fatshark.com

 

FCC(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 미국연방통신위원회) 기준에 따라 주파수를 사용하면 4개 채널을, 확장한 주파수 영역까지 사용하면 12개 채널까지 사용할 수 있지만 아날로그처럼 고정된 주파수를 사용합니다. 사용하는 주파수에 잡음 신호가 끼어들면 안정적인 디지털 화질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거기에 아날로그 FPV 주파수 채널과 겹치면 사용은 더 어렵습니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서 영상을 처리하지만 전파는 사용하는 방법은 아날로그입니다. 사진=https://www.youtube.com

 

바이트 프로스트의 아쉬운 점은 더 있습니다. 바이트 프로스트를 선택하면 FPV 영상을 확인할 고화질 모니터가 하나 더 생긴듯 하지만 모니터로 FPV 비행을 하는 레이싱 드론 파일럿은 거의 없습니다. 비행의 몰입도는 FPV 고글을 따를 수 없기 때문이죠. 물론 모니터에 HDMI 케이블을 고글에 연결하면 되지만 HDMI 입력단자가 없는 고글은 소용없습니다.

 

HDMI 입력이 없는 고글도 많습니다. 팻삭 고글 중에서도 HDMI 입력은 고급 기종에만 허용되는 고급 기능입니다.

 

고글의 해상도도 문제가 됩니다. 해상도가 720p는 되어야 디지털 화면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720p 이상의 해상도를 가진 팻삭 고글은

 

OLED 디스플레이를 가진 하이엔드 고글인 팻샥 HDO뿐입니다. 사진=https://www.fatshark.com

 

바이트 프로스트는 이미 HDO 모델을 사용하고 있는 분에게만 살가운 시스템입니다. 제대로 된 디지털 FPV를 경험해 보려면 팻샥 HDO 가격인 500USD의 추가 비용이 필요합니다. 바이트 프로스트 400USD에 500USD가 더해져 DJI 디지털 FPV와 비슷한 가격이 되어버렸습니다. 바이트 프로스트의 영상 수신기를 사용하니까 별도로 구매해야 했던 영상 수신 모듈은 사지 않아도 된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네요.

 

 

계속되는 드론의 디지털 혁명

하늘을 나는 즐거움을 가장 가깝게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이 레이싱 드론입니다. 익숙한 하늘에서는 드론의 반응으로 바람을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디지털 FPV 기술은 고해상의 FPV 영상으로 하늘을 더 가깝게 경험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 DJI가 디지털 FPV 시스템에 ‘장군이요’를 외쳤습니다. 그리고 팻샥이 ‘멍군’으로 받아칩니다.

 

바이트 프로스트는 작은 드론에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https://www.fatshark.com

 

바이트 프로스트는 아직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에 반해 DJI는 기술과 자금력으로 무장했습니다. DJI의 레이싱 드론 시장 독점이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레이싱 드론 시장은 나름의 깊은 생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프로스트 바이트가 핵심 부품만 소형화한 것을 보면 레이싱 드론에 대한 더 높은 이해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완벽한 FPV 디지털 시스템은 아직 입니다. 하지만 디지털은 흐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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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연기

민연기

/ 아나드론스타팅필진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 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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