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을 날려도 좋은 한적한 공역에서 비행을 즐기다 보면

 

종종 드론에 관심을 가지고 다가오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드론은 마트에 완구 코너에서 만나 볼 만큼 흔해졌지만 그래도 하늘을 나는 물건은 여전히 호기심을 자극하니까요. 그때마다 받는 질문은 크게 3가지입니다.

 

“이 드론 얼마예요?”

이 질문에는 신제품 드론이 출시될 때마다 자세히 분석을 하는 아나드론스타팅 링크를 알려주면 됩니다.

“얼마나 멀리 날 수 있어요?”

DJI의 신제품 드론을 가지고 계시다면 ‘이 드론은 오큐싱크 2.0으로 8km도 거뜬히 비행할 수 있지요.’라고 설명하세요.

 

하지만 레이싱 드론같이 사양이 정확하지 않은 드론이라면 파크 플라이어(Park Flyer)부터 풀 레인지(Full Range)까지 설명하면 더욱 좋겠지요.

 

여기까지 길게 설명하면 드론을 날리는 이상한 사람을 만났구나 대부분 자리를 떠나지만 정말 드론에 관심이 가진 사람에게는 마지막 질문이 더 남아 있습니다.

“얼마나 오래 날 수 있어요?”

긴 비행시간은 모든 드론 제작사의 목표입니다. 그래서 드론마다 각각 다른 비행시간을 자랑합니다.

 

50분을 비행할 수 있다는 드론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사진=https://zerozerorobotics.com

 

최근의 드론들은 한 번 충전으로 30분의 벽을 넘어 그보다 더 긴 비행이 가능해졌습니다. 물론 여전히 짧은 비행시간으로 안타까운 레이싱 드론도 있습니다.

 

레이싱 드론은 연비 나쁜 스포츠카처럼 5분의 비행시간을 넘기기 쉽지 않습니다. 사진=https://dcl.aero

 

항공 촬영용 드론과 레이싱 드론은 서로 다른 배터리를 사용하는 걸까요? 오늘 나눌 이야기는 드론이 긴 시간 비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배터리의 비밀입니다.

 

 

왜 리튬 폴리머 배터리일까?

항공 촬영용 드론과 레이싱 드론 모두 리튬 폴리머 배터리를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하지만 리튬 폴리머 배터리는 단점이 많은 배터리입니다. 넋 놓고 사용하다가 배터리의 전압이 2.8V 이하로 떨어지면 고장이 나거나 4.2V 이상 충전하면 폭발할 수도 있습니다.

 

과하게 사용하면 부풀어 망가지기도 합니다. 사진=https://blog.naver.com/smoke2000/221476099734

 

온도에도 민감합니다. 겨울에 비행이 어딘지 민첩하지 못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리튬 폴리머 배터리는 특수한 충전 기술이 필요합니다. 사진=https://www.banggood.com

 

사용 시간에 비해 충전이 한참 걸리는 단점도 있습니다. 게다가 치명적이게도 비싸지요. 이런 다양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리튬 폴리머 배터리를 선택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가볍습니다.

 

익숙한 건전지나 리튬이온배터리처럼 금속 케이스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질긴 플라스틱 패키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리튬 폴리머 배터리는 크기에 비해 많은 양의 에너지를 담을 수 있습니다. 같은 공간에 얼마만큼의 에너지를 넣을 수 있는지를 의미하는 에너지 밀도가 니켈-카드뮴 (Ni-Cd) 배터리 보다 4배 이상 큽니다.

 

1500mhA는 배터리에 담긴 에너지의 양입니다. 사진=https://www.banggood.com

 

1500mA의 전류를 한 시간 내내 흐르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리튬 폴리머 배터리는 내부에 마주한 두 전극에 전자를 모아서 충전합니다. 이 전극의 면적이 넓을수록 더 많은 전기를 담을 수 있습니다.

 

리튬 폴리머 배터리를 분해하면 이렇게 두 전극이 차곡차곡 접힌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진=https://blog.naver.com/smoke2000/220723558665

 

용량이 크면 클수록 배터리도 커지는 이유지요. 하지만 리튬 폴리머 배터리의 결정적인 장점은 많은 양의 전류를 한꺼번에 쏟아내는 능력입니다.

 

85C는 방전율(Discharge Rate)로 얼마나 많은 전류를 만들 수 있는지 의미하는 숫자입니다. 사진=https://www.banggood.com

 

1500mAh의 용량을 방전율만큼의 전류로 흐르게 만듭니다. 이 배터리는 한 시간 동안 1500mA의 전류를 흘릴 수 있지만 방전율인 85를 곱한 127,500mA를 한꺼번에 만들 수 있지요.

 

자동차 시동을 걸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입니다. 사진=https://www.youtube.com

 

높은 전류를 만들기 위해서는 배터리 내부에 낮은 저항을 유지해야 합니다.

 

저항이 낮은 구리는 기본입니다. 사진=https://blog.naver.com/smoke2000/220723558665

 

그 밖에도 다양한 기술이 동원됩니다. 드론 배터리를 개발하는 많은 업체들이 배터리 내부에 다결정 나노 튜브(Polycrystalline Nanotube)를 더하거나

 

그라핀(Graphene)를 추가하기도 하지요. 사진=https://www.banggood.com

 

드론의 모터는 전압에 비례해서 회전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리튬 폴리머 배터리의 최대 충전 전압인 4.2V 보다 0.15V 높은

 

4.35V의 전압을 가지는 LiHV (High Voltage Lithium Polymer) 배터리도 많이 사용합니다. 사진=https://www.banggood.com

 

LiHV는 마이크로 드론에는 이미 표준이 되었지요.

 

 

오래 비행하는 드론의 비밀

앞서 살펴본 배터리의 용량과 방전율을 기억하면 드론의 비행시간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1500mAh는 1500mA의 전류를 한 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입니다. 비행하는 동안 1.5A 만큼의 전류를 소모한다면 한 시간을 비행할 수 있겠지요.

 

DJI의 최신 드론 매빅 에어 2의 배터리 용량은 3500mAh입니다. 사진=https://store.dji.com

 

매빅 에어 2가 30분을 비행했다면 전류는 3500mAh의 절반인 1750mA가 사용되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드론이 가만히 떠있기만 할리 없는 데다 리튬 폴리머 배터리는 완전히 바닥날 때까지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니 이보다 조금 더 복잡한 계산 방법이 많이 사용됩니다.

 

비행시간 = (배터리 용량 x 배터리 방전 / 평균 전류 감소) x 60

배터리 용량(Battery Capacity) : 배터리의 시간당 흘릴 수 있는 전류량입니다.

배터리 방전(Battery Discharge) : 배터리는 20% 이하까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80%를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0.8입니다.

평균 전류 감소(Average Amp Draw) : 드론이 비행을 할 때 필요한 전류의 양입니다. 이 값은 드론 전체 중량과 그 중량을 띄울 수 있는 모터의 소비 전류입니다.

 

예를 들어 40A를 소진하는 드론에 2200mAh의 용량을 가진 배터리를 사용한다면 비행시간은 (2.2 x 0.8 / 40) x 60 = 2.64 분입니다. 너무 짧다고요? 브레이크 따위 없는 레이싱 드론에게 40A는 평범한 전류입니다. 레이싱 드론이 4분을 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지요. 촬영용 드론은 급가속을 하지 않기 때문에 더 낮은 전류로 비행합니다.

 

매빅 에어 2의 비행시간은 최대 34분입니다. 사진=https://store.dji.com

 

레이싱 드론도 살살 비행하면 34분 이상 비행할 수 있습니다.

 

 

리튬이온배터리를 선택한 드론들

그런 모든 드론이 리튬 폴리머 배터리를 선택한 것은 아닙니다.

 

샤오미의 드론 픽시(Pixie)는 18650 리튬이온배터리를 사용했습니다. 사진=https://fccid.io

 

넉넉한 용량을 가진 리튬이온배터리는 노트북에서 전기 자동차까지 다양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가격도 리튬 폴리머 배터리에 비해 저렴합니다.

 

DJI의 매빅 미니도 리튬이온배터리를 선택했지요. 사진=https://store.dji.com

 

사실 리튬 폴리머 배터리도 리튬이온배터리에 한 종류입니다. 전기를 저장하고 방전하는 원리는 동일합니다. 전극을 보호할 포장을 경량화하고 배터리 내부에 발생하는 저항을 더 낮추기 위해 새로운 기술이 더해진 것뿐이지요. 과한 출력이 필요하지 않은 작은 촬영용 드론이라면 가성비를 생각해서 리튬이온배터리를 적용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리튬이온배터리의 방전율도 리튬 폴리머만큼이나 높아지고 있습니다.

 

LG HB6 리튬이온배터리는 이미 30A의 방전율을 가집니다. 사진=https://korean.alibaba.com

 

그래서 몇 년 전부터 몇몇 현자들은

 

 

FPV 고글이나 조종기 전용 배터리로 사용되던 리튬이온배터리는 이제 레이싱 드론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레이싱 드론에도 사용해 봄직한 리튬이온배터리입니다. 사진=https://www.banggood.com

 

용량이 3500mAh나 되는 만큼 과격하게 날리지만 않는다면 레이싱 드론도 촬영용 드론의 비행시간이 부럽지 않은 30분 이상의 비행도 가능합니다.

 

 

더 오래 비행하는 드론을 꿈꾸며

2016년 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 고수 이세돌을 이긴 사건은 우리에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곧이어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그리고 우리가 좋아하는 드론까지 다양한 신기술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보자기에 싸여 유행어가 되었지요. 하지만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생활을 극적으로 바꾼 것은 4차 산업혁명이 제시한 기술이 아니라 코로나-19였습니다.

 

바이러스의 진화가 우리의 기술을 앞서버렸습니다. 사진=https://pixabay.com

 

4차 산업 혁명이 실감 나게 다가오지 못한 이유에는 배터리가 있습니다. 빅데이터를 수집할 사물인터넷은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함께 오래가는 배터리 없이는 불편하고 인공지능으로 자율 주행을 뽐낼 전기 자동차도 정부의 보조금 없는 배터리 가격은 너무 비싸지요. 드론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싼 배터리 가격의 부담은 차치하더라도 한번 충전으로 몇 분밖에 비행하지 못해서야 장난감에서 벗어나기 힘들지요. 하지만 새로운 배터리 기술은 언제쯤일까 너무 답답해하지 마세요.

 

2013년에 처음 등장했던 DJI 팬텀의 비행시간은 고작 15분도 되지 못했습니다. 사진=https://www.dji.com

 

배터리 기술은 느린듯해도 꾸준히 발전을 쉬지 않고 있습니다. 어쩌면 더 오랜 비행의 비밀이 배터리 밖의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해 장시간 비행에 도전하기도 하고. 사진=https://www.youtube.com

 

수소 연료전지를 이용한 드론도 머지않아 만날 수 있을 테지요. 사진=http://www.doosanmobility.com

 

내일 날릴 드론의 리튬 폴리머 배터리의 충전을 기다리면서 더 오래 비행하는 드론을 상상해 봅니다.

 

*이 기사는 페이스북 공유 또는 기사링크를 직접 게시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공유하실 수 있습니다. 본문의 일부 또는 전체를 직접 활용(복사하여 붙여넣기 등)하려 할 때는 반드시 운영자의 허가를 받으셔야 합니다.
*기사는 매주 화,목요일에 업데이트 됩니다.
민연기

민연기

/ 아나드론스타팅필진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 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
민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