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취미와 마찬가지로 드론 역시 즐기기까지 많은 것들이 필요합니다. 이불을 박차고 맑은 하늘을 만나기 전

 

세상 편한 이불 밖으로 나서야 하고. 사진=https://www.maxpixel.net

 

금쪽같이 소중한 나의 시간을 사용해야 하는 데다

 

드론을 가지려면 비용을 지불해야지요.

 

드론이 하나도 신기하지 않은 요즘은 저렴한 비용으로 드론을 만날 수 있지만 아무리 부담 없는 드론이라도 비행을 시작한 첫날 추락해 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잠깐의 설렘과 함께 추락한 드론은 아무리 가벼운 가격이라도 무겁게 가슴속에 가라앉는 법이지요.

 

가벼운 충돌에도 무겁게 부서지는 레이싱 드론은 정신적인 충격이 더 심합니다. 사진=http://blog.naver.com/smoke2000

 

그래서 가장 저렴하게 드론을 만날 방법으로 시뮬레이션을 추천했습니다. 컴퓨터와 조이스틱만 있으면

 

DJI의 다양한 드론을 무료로 경험할 수 있고

 

드론 레이싱 대회를 참가할 수 있는 게임 같은 시뮬레이터도 있습니다.

 

추락해도 수리 비용 따위는 없습니다. 물론 별도의 드론 전용 조종기가 필요합니다. 일반 게임용 조이스틱은 출력을 조종하는 스틱에 고정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거기에 FPV 고글을 통해 보이는 풍경으로 조종하는 레이싱 드론은 시뮬레이터를 실행하는 컴퓨터 모니터 대신

 

FPV 고글의 HDMI 영상 입력 단자를 이용하면. 사진=http://www.fatshark.com

 

실감 나는 비행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HDMI 영상 입력이 지원되는 값비싼 FPV 고글이 필요한 것은 소소한 단점입니다. 드론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을 위한 시뮬레이터라도 즐기려면 드론을 위한 이런저런 장비가 필요한 건 아이러니지만 말이지요.

 

그래서인지 레이싱 드론 시뮬레이터는 대부분 유료입니다. 사진=https://dcl.aero

 

게다가 FPV 고글은 레이싱 드론에 필요한 장비 중 가장 고가의 제품이니 레이싱 드론 시뮬레이터는 입문자를 위한 배려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 만나볼 시뮬레이터는 주목할 가치가 있습니다.

 

오르카 FPV 스카이다이브 입니다. 사진=https://store.steampowered.com

 

오르카 FPV 스카이다이브는 레이싱 드론 시뮬레이터입니다. 현실을 가상으로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시뮬레이터의 목적이니 진짜 레이싱 드론에 비해 조종이 더 간단할 리는 없습니다. RC 레이트(Rate) 같은 이해하기 어려운 세팅도 해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시뮬레이터에 관심이 가는 이유는 지금까지 만나본 다양한 시뮬레이터 중에 가장 가볍기 때문입니다.

 

 

FPV 고글 회사가 만든 레이싱 드론 시뮬레이터

‘오르카(Orqa)’라는 이름을 어디선가 들어보셨다고요?

 

아 이 붉은 삼각형 로고!!! 사진=https://www.kickstarter.com

 

OLED 디스플레이를 가진 최고 사양의 FPV 고글의 이름입니다.

 

팻샥의 하이엔드 FPV 고글 HDO2보다 뛰어난 고글, 오르카 원(Orqa One)입니다.

 

더 높은 완성도를 위해 출시를 미루는 사이, 드론의 공룡 기업 DJI가 디지털 FPV 시스템을 소개하면서 한발 늦은 최강의 아날로그 FPV 고글이 되어 버린 조금은 안타까운 FPV 고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높은 사양만큼 고가의 가격 덕분에 장바구니에 넣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이 오르카가 뜻밖에도 드론 시뮬레이터로 돌아왔습니다.

 

지금까지 레이싱 드론 시뮬레이터는 레이싱 드론 대회를 기반으로 출시되었는데. 사진=https://thedroneracingleague.com

 

FPV 고글 전문 회사가 내놓은 시뮬레이션이니 어쩐지 오르카 원 고글이라도 연결해야 제대로 즐길 수 있을 법합니다.

 

하지만 다행히 오르카 원 고글 없이도 실행됩니다. 사진=https://orqafpv.com

 

심지어 조종기조차 없어도 동작합니다. 게임을 위한 조이스틱도 인식은 됩니다. 안타깝게도 아날로그 스틱 배치가 이상해서 당장은 사용하기 어렵지만 조만간 업데이트되지 않을까요?

별다른 오프닝 없이 시작하는 오르카 FPV 스카이다이브 시뮬레이터의 메뉴는 단순합니다. 바로 비행을 시작할 퀵 플라이(Quick Fly), 어디서 비행할지 선택할 수 있는 플라이(Fly), 화면과 조종기 그리고 드론의 세부사항을 조절할 수 있는 세팅(Settings)이 전부입니다.

 

마지막 메뉴는 종료(Exit Game)입니다. Esc 키를 눌러도 되지요.

 

게다가 배경으로 흐르는 음악은 음악이라고 할 것도 없이 지독히 심심하게 반복되는 비트음 뿐이라서 무언가 서둘러 선택해야 할 것 같은 압박까지지 느낄 수 있지요.

무작정 비행을 시작하는 퀵 플라이를 선택하면 마지막에 선택했던 비행장이 다시 골라질 듯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아무 곳이나 선택됩니다. 준비된 비행장도

 

광활한 수평선만 남아 코스믹 호러 분위기의 가상 세계에 갇힌 듯한 오르카 레이스 폴리곤(Orqa Race Polygon)

 

공사장이면 공사장이지 어째서 경기장이 된 건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건설이 중단된 것이 분명한 이름의 컨스트럭션 아레나(Construction Arena) 사진=https://store.steampowered.com

 

그리고 구석까지 샅샅이 비행해도 빨간색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온통 황토색의 레드 밸리(Red Valley) 사진=https://store.steampowered.com

 

이렇게 3군데뿐이니 퀵 플라이는 딱히 손이 가지 않습니다. 플라이를 선택하면

 

자유롭게 비행할지 아니면 초록 육각형을 향해 기록에 도전할지 선택의 폭이 조금 넓어지지만. 사진=https://store.steampowered.com

 

같은 장소에 진행 방향만 다를 뿐이라 단조로움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나마 넓은 평수의 격자무늬 경기장을 자랑하는 오르카 레이스 폴리곤은 이런 심플한 그래픽인 걸 보면 무언가 경기장을 직접 설계한다거나 하는 독특한 기능을 기대해 봄 직하지만

 

그런 거 없습니다. 그냥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진=https://store.steampowered.com

 

심지어 얼마나 넓은가 확인하고 싶어 무작정 직진하면 화면 밖으로 튕겨 나와 어디가 하늘인지 땅인지 모를 영역을 비행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오르카 FPV 스카이다이브는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친구와 기록을 겨루는 친목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묵묵히 비행에만 정진하는 그런 시뮬레이터지요. 하지만 오르카 FPV 스카이다이브는 전문 고글 회사의 시뮬레이터입니다. 세팅에서는 좀 더 다양한 선택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드론의 카메라와 카메라 각도 등 일반적인 사항을 설정하는 일반(General)

 

비행 환경의 영상 품질을 설정할 비디오(Video)

 

오디오에서 음악의 볼륨을 조절할 수 있지만.

 

음악이라고는 처음 메뉴 화면의 음악이 전부니 무시합시다.

 

조종기 스틱이 어떤 역할을 할지 설정하는 조종기 세팅(Celebrate Joystick)이 있습니다.

 

드론만큼 조종기도 다양하기 때문에 많은 시뮬레이터의 조종기 설정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오르카 FPV 스카이 다이브에서는 비교적 쉽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레이트(Rate)에서 드론의 회전 반응을 설정합니다.

 

기본 설정에도 실제 드론과 비슷한 반응을 보여주기 때문에 크게 손 데 지 않아도 되지만 드론을 고른다거나 PID 값으로 세세한 튜닝을 하는 기능이 없는 것은 아쉽습니다.

메인 코스인 비행에 들어가기 전 준비된 애피타이저는 이렇게 간소합니다. 조금 실망스럽지까지 하지요. 하지만 비행을 시작하면 마음이 바뀝니다.

 

 

가볍게 즐기는 시뮬레이터 오르카 FPV 스카이다이브

오르카 레이스 폴리곤 풍경은 퍽 황량합니다. 비행이 하나도 즐겁지 않지요. 하지만 경기장이 되어버린 공사장과 하나도 붉지 않은 빨간 계곡은 즐겁습니다. 한정된 비행 공간이지만 장애물 사이를 비행하는 기분은 시원합니다.

 

충돌에 튕기는 반응도 실제보다 약하지만 썩 현실감 있습니다. 사진=https://store.steampowered.com

 

드론의 움직임은 다른 레이싱 드론 시뮬레이터에 비해 떨어지지 않습니다. 드론의 무게감과 지면으로 당겨지는 중력은 다른 시뮬레이터보다 뛰어납니다. 특히 프로펠러가 헝클어 놓은 기류에 드론이 다시 들어갔을 때 일시적으로 기체가 흔들리는 프롭 워시(Propwash) 현상도 자연스럽게 재현되어 있습니다.

 

공사장과 계곡에서 프리스타일 비행을 즐기다 보면 이 시뮬레이터 이름이 왜 스카이다이브 인지 깨닫게 됩니다. 사진=https://store.steampowered.com

 

오르카 FPV 스카이다이브의 물리 엔진은 빈약한 설정과 다양한 메뉴가 없다는 단점을 강점으로 느껴지게 만들어 줄만큼 훌륭합니다. 비행을 시작하기 전까지 짧은 과정이 시뮬레이터의 핵심을 강조하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그래서 오르카 FPV 스카이다이브는 손쉽게 비행을 간접적으로 즐길 수 있다는 시뮬레이터의 핵심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컴퓨터에 조종기를 USB로 연결하고, 시뮬레이터를 켜고, 어떤 곳에서 비행하고 싶은지만 고르면 비행이 시작됩니다.

 

그 사이, 인터넷에 접속하지도, 로그인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드론을 고를 필요도 잠겨있는 비행장을 풀어줄 포인트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비행을 즐기는 동안 아무 배경음악조차 없을 정도입니다. 오로시 비행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피곤한 몸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 유튜브에서 드론의 멋진 프리스타일 비행에 반했을 때, 나도 가볍게 하늘을 날고 싶은 순간 오르카 FPV 스카이다이브는 손쉽게 비행을 경험하게 합니다.

 

그리고 이 시뮬레이터는 스팀을 통해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사진=https://store.steampowered.com

 

 

점심시간 잠시 날리는 드론 같은 시뮬레이터

1년여의 개발 시간이 필요했다는 오르카 FPV 스카이다이브는 아직 완성된 시뮬레이터가 아닙니다.

 

최근 업데이트된 물리 엔진은 더 자연스러운 비행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업데이트는 계속됩니다. 사진=https://store.steampowered.com

 

제작자는 앞으로 더 많은 비행 코스와 배경 음악을 만들어 넣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가격을 올릴 계획도 있다고 하네요. 지금은 무료인데 얼마나 오를지는 모르겠지만 잠시 즐기는 드론의 가벼움을 어떤 시뮬레이터 보다 잘 느낄 수 있다면 유료는 당연합니다. 개발자의 수고는 보상받아야 마땅하니까요.

 

하지만 즐길 콘텐츠가 늘어나더라도 지금의 간결함을 잃어버리지 않는 시뮬레이터로 남아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https://store.steampowered.com

 

오르카 FPV 스카이다이브를 실행하기 전에 소소한 팁을 한 가지 알려드릴게요. 조종기를 켜면 드론과 연결할 송신기도 동작합니다. 전파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조종기의 배터리를 가장 많이 소모하는 부품이지요. 하지만 진짜 드론이 필요하지 않은 시뮬레이터에는 필요 없는 기능입니다. 대부분의 드론 조종기는 이 송신기를 끄는 옵션이 있습니다. 조종기의 메뉴를 살펴보면

 

송신기 사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답니다.

 

이제 배터리 소모 없이 비행을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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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연기

민연기

/ 아나드론스타팅필진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 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
민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