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기를 잡은 손가락이 꽁꽁 얼어붙는 겨울에도 드론을 날리러 가는 발걸음은 항상 설렙니다.

 

하늘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사진=https://pixabay.com

 

하지만 배터리마저 꽁꽁 얼어붙는 추위는 비행을 향한 마음만으로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겨울 비행은 여러 가지 제약이 있으니까요.

 

밖이 추우면 안에서 날리면 그만이고요? 하지만 항공촬영에 특화된 드론이 좁은 실내를 날기엔 닭장 속에 독수리 마냥 위험합니다. 크기도 크기지만 비행을 위한 다양한 센서가 실내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드론은 다양한 센서의 도움으로 안정적인 비행을 보증합니다.

 

하늘이 막힌 실내는 GPS 센서는 물론이고, 충돌 방지 센서가 동작하기엔 너무 좁습니다. 공기의 무게로 고도를 측정하는 기압센서와 초음파를 이용한 높이 센서가 실내 호버링을 돕지만 겨울 추위에 꽁꽁 걸어 잠근 문을 여닫아 방안에 압력이 변하거나 바닥 카페트가 초음파를 흡수하기도 하죠. 움직임을 감지하는 비주얼 센서도 일정한 무늬를 가진 바닥에서 오류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센서의 도움 없이 날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모든 센서를 제거하고 조종 실력하나로 승부하는 레이싱 드론이라면 가능합니다.

 

고도의 조종술은 공간의 제약도 극복하죠. 사진=https://www.youtube.com

 

하지만 무섭게 회전하는 프로펠러 4개로 방안을 비행했다가는 등짝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드론은 무서운 흉기로 돌변할 수도 있으니까요.

 

추운 날씨에 촬영은 포기하고 방구석에서 마이크로 드론을 즐기며 유유자적하던 어느 날 묘한 동영상을 발견합니다.

 

학교에서 여학생을 촬영한 영상입니다.

 

 

실내용 셀카 드론을 넘어

영상에서 카메라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을 따라 벚꽃 가득한 가지 사이를 통과해 학교 창문으로 들어갑니다.

 

영상은 1080p 해상도에 60프레임입니다. 사진=https://www.youtube.com

 

그런데 교실을 한 바퀴 돌고 복도를 지나 다시 교실로 돌아오는 동안 한 번도 영상을 끊어 편집하지 않습니다. 롱테이크(long take)로 촬영된 영상은 카메라에 진행방향에 따라 영상이 기우는 것으로 보아 드론으로 촬영된 것입니다.

 

심지어 드론이 얼굴 가까이 비행합니다. 사진=https://www.youtube.com

 

하지만 학생들의 표정은 미동조차 없습니다. 1080p의 해상도를 가진 카메라는 무게가 제법 나가기 때문에 드론도 어느 정도 크리라 짐작됩니다. 커다란 드론이 얼굴 가까이 나는데도 전혀 두려운 표정이 아닌걸 보면 고도로 훈련받은 학생들이 아닌가 추측되기도 합니다.

 

거기에 영상은 양팔 사이를 지나갑니다. 사진=https://www.youtube.com

 

그러니까 드론은 이보다 훨씬 작다는 거죠. 영상 제목에도 마이크로 드론으로 촬영했다고 밝혔지만 이정도 크기에 이만한 품질의 영상을 찍을 수 있다는 드론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실내 비행에도 적합한 셀카 드론 중에 이만한 품질의 영상을 촬영할 드론도 있지만. 사진=https://store.dji.com

 

영상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은 드론 센서의 힘을 빌려 얻을 수 있는 경지가 아닙니다. 저렇게 사물에 가까이 비행하려면 공간에 빠르게 반응해야 합니다.

 

레이싱 드론만 조종기와 드론 사이에 시간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사진=https://www.kareareadrone.com/

 

비행 궤적을 따라 흐르는 영상의 부드러움은 중력의 방향을 감지하는 가속도 센서를 사용하지 않고 드론의 회전만 감지하는 자이로 센서만으로 비행하는 레이싱 드론의 움직임을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레이싱 드론은 너무 크고 위험하죠.

 

실내에서 그런 비행이 가능한 드론은 방구석 비행에 특화된 마이크로 드론이 유력합니다. 사진=https://www.banggood.com

 

하지만

 

제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마이크로 드론에 HD 고화질 영상 카메라라고요?

 

이 영상을 촬영한 드론을 찾는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실내용 마이크로 드론이 더 강력해 진다면

문제의 영상을 촬영한 카메라는 작지만 뛰어난 화질을 가져야 합니다.

 

조건을 만족시키는 카메라는 액션 카메라뿐입니다.

 

의문의 드론은 액션 카메라의 무게를 감당할 출력을 가지고 있을 테죠. 아주 특수하게 제작된 카메라가 아니라면 사용된 카메라는 드론에 인기 있는 액션 카메라로 범위를 좁힐 수 있습니다. DSLR 카메라는 아닐 테니 말이죠.

 

하지만 아무리 작은 액션 카메라라도 마이크로 드론에게는 가볍지 않습니다.

 

드론의 모터와 프로펠러는 적어도 드론 무게의 2배는 들어 올리는 힘을 가져야 합니다. 고프로 세션 (Gopro Session)만 해도 무게가 73g입니다. 아무리 작고 가볍게 드론도 무게가 100g은 훌쩍 넘어 버릴 테니 346g (= 2 x (73g + 100g)) 출력은 되야하죠.

 

이런 드론으로는 어림도 없겠죠? 사진=https://www.tinywhoop.com

 

물론 최근에 마이크로 드론은 브러시 모터를 버리고 BLDC에 일반 리튬폴리머(LiPo) 배터리보다 0.15V 출력이 높은 리튬하이볼티지(LiHV) 배터리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BLDC 모터라도 최대 4.35V의 전압으로 만드는 양력으로 카메라의 73g의 무게를 감당하기는 버겁습니다. 사진=http://www.boldclash.com

 

이 만한 출력을 만들려면 프로펠러는 아무리 적어도 3인치 크기는 되어야 합니다. 배터리도 3개를 직렬로 연결한 3S 배터리는 되어야 안심입니다.

 

이런 조합이라면 비행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의문은 한 가지 더 남습니다. 3인치 프로펠러는 그렇게 크지 않다지만 드론은 아무리 작아도 대각선으로 마주한 모터축의 거리가 120mm는 돼야 합니다. 프로펠러 길이까지 더하면 훨씬 커집니다. 이런게 눈앞에서 날아다녀도 눈하나 깜빡안는 저 학생들은 대체 어떤 훈련을 받은걸까요?

 

 

씨네우프(Cinewhoop)의 탄생

나도 도전하겠다며 눈앞에서 손뼉을 쳐도 눈을 깜빡이지 않는 수련을 연마하던 중 타이니우프(Tiny Whoop)의 변종을 발견했습니다.

 

타이니우프는 덕트형 프레임을 가진 방구석 비행의 대명사 아니겠어요.

 

우프라면 프로펠러를 보호하는 둥근 덕트는 기본입니다. 그러나 이 우프(Whoop)는 우프지만 타이니(Tiny)를 포기했습니다. 대신 영화를 의미하는 씨네(Cine)를 달았습니다.

 

씨네우프입니다. 사진=http://paulnurkkala.com

 

이 드론이라면 동영상의 비밀이 명확해 집니다. 이렇게 프로펠러를 덕트로 보호하면 두렵지 않습니다. 날카로운 프로펠러가 안보이니까요. 덕트의 효과는 더 있습니다. 프로펠러 아래위로 만들어지는 압력의 차이가 날개 가장자리로 밀려나 소용돌이 치는 문제를 막아줍니다.

 

이 소용돌이는 프로펠러의 효율을 떨어뜨립니다.

 

덕트를 사용하면 프로펠러가 더 효율적으로 양력을 만듭니다.

덕트의 장점은 그것만이 아닙니다. 프로펠러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부분은 날개 끝입니다. 드론 특유의 소음은 날개 끝이 공기와 부딧히는 곳에서 가장 큽니다. 날개 끝에 덕트는 소음을 막죠.

DRL(Drone Racing League) 파일럿이자 프리스타일 비행으로 유명한 누크(Nurk)가 공개한 씨네우프의 사양은 생각보다 보다 묵직합니다. 액션카메라는 고프로 히어로 7입니다. 카메라가 무거워 4S 배터리로 출력을 높였습니다. 1V당 3600RPM으로 회전하는 3600KV 모터에 3” 프로펠러가 사용되었습니다. 씨네우프는 레이싱드론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촬영이 목적이라 고속으로 비행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서 FPV 카메라 각도는 15도, 고프로 카메라는 10도입니다.

 

FPV 카메라의 각도가 클수록 드론이 앞으로 많이 기울어 더 빠르게 전진하거든요. 사진=http://paulnurkkala.com

 

 

씨네우프는 500g이 넘는다고 합니다. 3인치 프로펠러에 꼭 맞도록 설계된 덕트 때문에 더 무거워 졌지만 덕분에 프로펠러가 만드는 양력은 554g에서 616g으로 향상되었다고 합니다.

누크의 씨네우프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여기까지 따라왔으니 나만의 씨네우프를 만들어 봅시다. 레이싱 드론도 직접 만드는 드론인에게 씨네우프의 덕트 따위 어렵지 않습니다.

 

3D 프린터는 드론인의 교양 과목중 하나니까요.

 

덕트를 설계하고.

 

3D 프린터로 출력하면.

 

씨네우프가 탄생합니다. 참 쉽죠?

 

 

씨네우프, 새로운 영역을 촬영하다

사실 씨네우프를 직접 만들기는 쉽지 않아요. 덕트가 제역할을 하려면 프로펠러 끝과 덕트가 거의 공간이 없어야 합니다. 튼튼하게 하려고 두껍게 하면 그만큼 더 무거워져 집니다. 실제 비행은 더 어렵습니다. 무거운 만큼 상승은 어려워도 하강은 금방이라 고도를 유지하며 비행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저 좁은 공간으로 비집고 들어가는 누크의 비행 영상을 연출하려면 잘 만들어진 씨네우프와 그에 걸맞은 비행 실력을 겸비해야 합니다. 사진=https://www.youtube.com

 

비행의 흔들림이 액션카메라에 담기지 않도록 부드럽게 비행하는 설정도 중요합니다. 물론 더 간단하게 씨네우프를 만나는 방법도 있습니다. 난이도 높은 비행이 고화질 영상을 위한 카메라 무게 때문이라면

 

카메라 껍질을 벗겨 가볍게 만들면 됩니다. 사진=https://www.youtube.com

 

이것도 무겁다고요? 화질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더 가벼운 카메라가 없을까요?

 

FPV 카메라와 결합된 더 가벼운 카메라도 있습니다. 사진=https://shop.runcam.com

 

이 카메라를 사용하는 씨네우프 드론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카메라가 가벼운 만큼 타이니우프에 가까운 모양입니다.

 

씨네우프도 이렇게 드론의 새로운 종류가 되고 있습니다. 지갑이 저절로 열리는 드론이 또 하나 탄생했습니다.

 

높은 곳에서 세상을 보고 싶어 떠오른 드론이 이제 방구석을 담을 비행하려고 합니다. 방구석이 어디 새로울 게 있냐고요? 아닙니다. 항상 보는 사물도 다른 각도로 보세요. 전에 보이지 않던 아름다움이 숨어 있습니다. 새로운 아름다움을 촬영하는 비행에 씨네우프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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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연기

민연기

/ 아나드론스타팅필진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 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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