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드론을 만나면 궁금증은 커져만 갑니다.

드론에 대한 수많은 질문들이 있습니다. 가장 많은 질문은 크게 두 가지인데 나라와 가정 경제에 관심이 많은 분을 만난다면 질문은

“이거 얼마에요?”가 되고 실리적인 관점을 중시하는 분이라면

“이거 얼마나 날아가요?” 라는 질문을 합니다.

내가 날리는 드론의 가격이 얼마인지는 가계부와 내 카드 명세서가 할부 수수료까지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가계부를 정리하던 배우자님께서 물으실 때를 빼고는 얼마간 솔직하게 대답해도 상관없습니다.

 

아나드론스타팅은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촬영 드론의 가격도 면밀히 검토해 보았고

 

한대만 구입하는 걸로 결코 끝나지 않는다는 레이싱 드론의 가격도 면밀히 분석해 보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얼마나 멀리 비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어딘가 미심적은 부분이 있습니다.

 

“7킬로미터까지 갈 수 있는데요…” “그렇게나 멀리까지요?!” 사진=commons.wikimedia.org

 

공식 홈페이지에는 분명히 이 만큼이나 날 수 있다고 하는데 그 거리까지 날려봤다는 사람은 드뭅니다.

그 거리를 내가 직접 확인해도 좋겠지만 할부의 끝은 더 멀리 있습니다. 사실 7km라는 거리도 별로 실감나지 않습니다.

만약 구체적인 답변을 생각하느라 머뭇거리는 사이 이 드론보다 더 멀리 나는 드론도 있나요? 라는 파생 질문 연타가 들어오면 드론을 조종하는 손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드론을 조종하는 사람에게는 질문을 삼가세요. 위험합니다. 사진=drones4fun.org

 

 

남산타워에서 출발한다면

비행거리는 드론을 평가하는 중요한 미덕입니다.

멀리 비행할 수 있는 능력은 드론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나를 대신해서 훌쩍 멀리까지 날아간다는 사실만큼 멋진 일도 없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드론에 매료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떤 드론이 얼마나 멀리 비행할 수 있는지 지금까지 살펴본 많은 드론을 한자리에 모아 멀리 날리기 대회를 열어 보면 어떨까요?

멀리까지 볼 수 있는 남산타워 전망대에서 출발하면 공정하게 판단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서울은 함부로 드론이 날지 못하는 곳이 많아 상상과 드론의 사양으로만 비교해 봐야겠습니다.

 

서울에서 드론이 날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이니까요.

 

DJI 드론의 7km 비행거리는 상당히 먼 거리입니다.

 

DJI의 상위 기종이 쉽게 날아가는 7km의 거리는 남산타워에서 출발해서 여의도 국회의사당 까지 거리입니다.

시속 94km로 비행하는 DJI의 인스파이어라면 5분이면 갈 수 있습니다.

비행시간이 25분이 넘으니 2번은 다녀올 수 있습니다.

시속 150km를 자랑하는 레이싱 드론이라면 3분이면 충분하죠. 세상이 작게 느껴집니다.

물론 정말로 실험할 수 없어 사양만으로 살펴본 비행거리지만 남산타워에서 출발한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남산타워 꼭대기라면 아무것도 가로 막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진=namu.wiki

 

드론 조종에 주로 사용하는 2.4GHz의 주파수가 7km의 거리까지 수신되려면 그곳에 다다를 때까지 아무것도 가로막지 않아야 가능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드론의 비행을 방해합니다.

2.4GHz는 1초에 2,400,000,000번이나 진동하는 고주파입니다. 이런 고주파는 집에서 사용하는 Wifi나 전자레인지도 사용하고 있죠.

사실 드론의 2.4GHz는 Wifi의 그것과 동일합니다.

Wifi 전파가 많은 곳에서 드론이 가끔 정신을 잃고 멋대로 날아가 버리는 이유는 누군가 스마트폰으로 어젯밤 놓친 축구 경기를 다시 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2.4GHz 라는 주파수의 특징도 장거리 비행을 방해합니다.

아무리 좋은 공유기를 사용해도 구석 화장실에서 Wifi로 보는 드라마의 클라이맥스가 끊기는데 그것은 2.4GHz라는 특성과 관련 있습니다.

이런 고주파는 콘크리트 벽을 통과하지 못하거든요. 낮은 주파수는 소리의 특성을 넘어 진동에 가까워지고 높은 주파수는 전파를 넘어 빛에 가까워집니다.

그래서 엄마의 잔소리는 어디서든 들려도 Wifi는 쉬 끊기곤 하죠.

 

고주파는 빛을 넘어 병원에서 사용하는 X선과 헐크나 스파이더맨을 탄생시킨 감마선이 됩니다. 목숨을 걸어야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맞아보고 싶습니다. 사진=en.wikipedia.org

 

그러니 드론이 무사히 7km를 날아가려면 아무것도 막지 않는 남산타워만한 곳이 없죠.

 

 

파크 플라이어(Park flyer)와 풀레인지(Full Range)

빛과 비슷한 성질을 가진 2.4GHz의 드론 전파는 통과하거나 비켜가는 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드론이 나무가 많은 곳을 지나거나 건물이라도 넘어간다면 신호를 잃고 추락해 버리는 일이 생깁니다.

눈으로 보이는 거리 까지만 비행하라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곳을 비행하는 것은 전파가 도달하는 거리가 한계에 달한 문제는 둘째 치고 어딘가 가로 막혀 조종기의 전파를 받을 수 없는 상태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런 불편한 점에도 드론이 2.4GHz를 사용하게 된 데는 그만한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짧은 주파수는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거든요. 2.4GHz 대역의 주파수를 고르게 나누면 몇 대의 드론이든 제어가 가능합니다.

 

지난 평창 동계 올림픽 때 많은 사람이 주목했던 인텔의 군집 드론 슈팅스타도 2.4GHz 주파수로만 1,218대를 동시 제어했습니다. 더 많은 드론을 제어할 수 있었지만 가진 드론이 그것뿐이라 1,218대였다고 합니다. 사진=tech.everyeye.it

 

2.4GHz는 예전에 RC(무선 조종, Radio Control)가 사용하던 40MHz나 72MHz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정보량을 가집니다.

거기에 2.4GHz가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은 안테나를 짧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죠.

 

72MHz를 사용하려면 적어도 이 정도 길이의 안테나는 필요합니다. 사진=blog.naver.com/smoke2000

 

2.4GHz를 위한 안테나는 짧습니다. 너무 짧아서 안테나 같아 보이지 않아 안테나 같이 생긴 통에 넣어 둡니다.

 

당당한 안테나 같아 보여도 뚜껑을 열어 나오는 안테나는 이것 밖에 안 됩니다. 사진=blog.naver.com/smoke2000

 

무언가 막고 있지 않다면 이 짧은 안테나의 성능은 대단합니다. 전파를 만드는 에너지만 충분하다면 아주 멀리까지 전파를 보낼 수 있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RC의 세계에서는 이 거리를 분류하기도 하는데, 300m 정도의 거리를 비행하는 드론이라면 집안이 아니라면 잃어버리기 쉬우니 인도어(Indoor)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500m 정도를 비행하는 드론은 공원에서 날리기 좋은지 파크 플라이어(Park Flyer)라고 부르는 데 그보다 더 넓은 공원은 피해야 하나 봅니다.

그리고 1.5km까지 날릴 수 있는 드론을 풀레인지(Full Range)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레이싱 드론의 수신기 사양에서 발견하는 풀레인지는 약 1.5km를 의미하죠. 사진=www.banggood.com

 

물론 이 거리는 남산타워 꼭대기에서 아무 방해 없을 때나 가능한 거리니 카드 할부가 끝나지 않았다면 도전은 다음으로 미루세요.

파크 플라이어와 풀레인지가 있다면 그보다 더 멀리 비행할 수 있는 드론을 부르는 다른 이름이 있지 않을까요?

DJI의 드론들은 7km까지 가뿐히 비행하니까요.

 

DJI는 오큐싱크라는 독특한 통신 기술로 7km의 넘사벽 비행거리를 만들었습니다.

 

풀레인지를 넘어선 거리를 가진 드론을 롱레인지(Long Range)라고 부릅니다.

이미 DJI의 드론도 롱레인지라고 부를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부르는 롱레인지의 거리는 용도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TBS 사의 크로스파이어 시스템은 40km나 비행이 가능합니다. 그 끝에 도달하기 전에 드론의 배터리 용량을 걱정해야 합니다. 사진=www.team-blacksheep.com

 

900MHz 같은 낮은 주파수를 사용하는 것이 장거리 비행의 비법입니다.

전파는 모두가 나누어 사용하는 공공제라 모든 국가가 이 방식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40km의 거리는 취미의 영역을 넘어 버린 듯합니다.

 

 

더 멀리 날기 위한 안테나의 자세

같은 주파수와 같은 원리를 사용하지만 파크 플라이어와 풀레인지로 비행거리가 나누어지는 이유는 얼마나 강한 전파가 사용 되었나의 차이 입니다. 마치 풍선과 같죠.

 

전파가 도달하는 거리를 풍선에 비유한다면 풍선의 크기는 전파의 세기입니다. 사진=squadronefpv.com

 

고출력 조종기는 멀리까지, 완구형 드론 조종기는 가까운 거리까지만 전파를 보냅니다.

여기서 같은 출력으로도 안테나의 종류(안테나 게인)에 따라 비행거리를 늘릴 수 있는 팁이 있습니다.

어떤 안테나는 이 풍선을 위 아래로 누른 모양을 만들어 내거가 길쭉하게 쥐어짜는 모양으로 만듭니다.

 

DJI 드론의 수신거리를 강화하는 판 모양의 패치 안테나는 같은 출력으로도 전파를 쥐어짜서 한 방향으로 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해줍니다. 사진=www.aliexpress.com

 

레이싱 드론의 FPV 고글이 서로 다른 모양의 안테나를 사용하는 이유는 드론이 어디 있어도 안테나 중 통신이 잘 되는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래서 FPV 수신기에 똑같은 안테나 두 개를 사용하는 것보다 서로 다른 안테나를 사용하는 편이 좋습니다. 사진=furiousfpv.com

 

신호를 보내는 안테나와 신호를 받는 안테나의 위치에 따라서도 차이가 발생합니다.

두 개의 안테나가 서로 나란히 있을 때가 가장 좋습니다.

전파의 움직임을 위 아래로 움직이는 줄넘기와 비교하면 서로 마주보고 서서 흔들 때 가장 잘 움직이겠죠.

한 명은 서 있고 다른 한 명은 옆으로 누워 있다면 제대로 된 줄넘기를 할 수 없듯 말이죠.

 

그것이 드론 사용설명서에서 안테나의 옆면이 드론을 향하도록 권하는 이유입니다.

 

방정맞은 비행으로 안테나가 좀처럼 나란히 되지 않는 프리스타일 레이싱 드론이 사용하는 클로버 모양의 안테나는 이것을 개선하기 위해서 개발되었습니다.

 

클로버 안테나의 비스듬한 각도는 다른 안테나처럼 전파를 위아래로 흔드는 대신 회오리 모양으로 나가게 만듭니다. 어떤 각도든 전파를 동일하게 수신합니다. 사진=www.aomway.com

 

조금이라도 더 멀리 더 안정적으로 비행할 수 있는 드론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새로운 안테나는 계속 태어나고 있습니다.

 

혼선이 적고 어떤 방향이든 좋은 수신율을 보인다는 파고다 안테나입니다. 사진=www.banggood.com

 

 

드론, 어디까지 날아갈 수 있을까?

전파가 퍼지는 모양과 전파의 세기를 키우는 방법 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도 있습니다.

더 먼 거리까지 드론과 통신하기 위해 전파를 보내는 곳이 한 곳일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전봇대에서 같은 드론 조종 신호를 보낸다면 전봇대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까지든 비행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프리카에서 혈액을 배달하는 집라인의 드론은 3G 전화 통신망, 그것도 패밀리 요금 할인 상품을 이용해서 장거리 비행을 하고 있습니다.

 

5G 기술이 드론과 함께 소개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5G의 빠른 고용량 데이터 전달 기술을 드론에 응용하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방대한 양의 영상 정보를 보내는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죠.

 

만약 고화질 3D 카메라를 가진 드론이 지구 반대쪽 해변에서 노을과 함께 호버링을 시작한다면, 5G 통신과 VR 고글로 화장실에서 바로 그 석양을 즐길 수 있습니다. 사진=pixabay.com

 

이제 우리는 세계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그곳을 대신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드론을 통해 사람이 갈 수 없는 곳까지 관찰의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의 드론은 지구가 아닌 달이나 화성에서 비행하고 있겠죠.

이제 남은 건 더 오래 날 수 있는 배터리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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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연기

민연기

/ 아나드론스타팅필진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 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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