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_아나드론

ANA DRONE, MAY 2019

 

여운혁 PD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불리는 개인브랜드이다. 현재 미스틱 엔터테인먼트 소속 PD 겸 영상사업부문 대표로 일하고 있다. 1993년 MBC 예능국에 입사한 후 조연출, 연출, 차장을 거쳤다. JTBC에서는 제작2국 국장을 맡았고, 2017년 미스틱 엔터테인먼트로 이적했다. 예능 PD이지만 <느낌표>나 <썰전>처럼 시사 영역을 다루는 것도 좋아하며, <무릎팍 도사>같은 토크 프로그램, <무한도전>, <신화방송>, <아는 형님>과 같은 예능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여운혁 PD를 만났다.

대학생처럼 활기에 찬 그의 표정이 밝았다. 개구짐과 위트, 그리고 날카로운 카리스마 그 어디 즈음에 여운혁의 크리에이티브는 존재하는 듯 했다. 하지만 그는 어쩔 수 없는 청소년기의 남자들에게 짙게 배어 있는 찌질함이 자신의 연출에는 어딘지 모르게 살아 숨쉰다고 한다. 하하하하 다같이 크게 웃었지만 찌질함의 무기는 정말 아주 강력한 크리에이티브의 모티브라는 진한 여운이 지속적으로 남았다.

Q. 대학 시절의 여운혁은 어떤 학생이었는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소개해 달라.

그냥 평범했던 87학번 신문방송학과 학생이었던 것 같다. 그때는 의식하지 못했는데 돌이켜 생각해 볼 때, 특이했던 점 한가지를 꼽으면 동아리 활동을 일체 하지 않았다. 그 당시는 학생들 대부분이 어떤 서클이든 동아리든 다 가입하던 때였다. 누구든지 어디 하나는 꼭 가입했었다. 그런데 나는 자유인이었다(웃음). 잠시 동아리방을 기웃 거리기도 했는데 결국에는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웃사이더는 아니고 어디 소속되는 것 자체를 싫어했던 것 같다. 대학교에 다닐 때는 흔히 동아리 친구들하고 친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동아리를 가입한 적이 없었다는 말이다. 그때 왜 그랬는지…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면 선배들 때문에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뭔가를 몰아가거나 강압적으로 하는 것들을 아무 생각 없던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Q. 대학을 졸업하고 M 본부의 예능 PD로 입사하게 된 동기 혹은 스토리를 이야기해 달라. (후배들은 이런 이야기를 좋아한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 이해가 잘 안 되겠지만, 신문방송학과를 나왔어도 그때는 정보가 별로 없거나 충분하지 않았다. 방송국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 곳인지, 어떤 직종들로 나뉘어 콘텐츠가 만들어지는지 잘 모를 때였다. 그냥 광고대행사는 광고를 만드는 곳이고, 신문사에서는 기사를 쓰고 신문을 만든다고 생각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이 했고, 신문방송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M 본부에 자연스럽게 지원서를 냈고 입사했다. 사실 그때는 PD라는 직업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도 잘 모르고 입사했다.

20대의 여운혁과 지금의 여운혁은 많이 다른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그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고, 젊고 순수했던 것 같다. 예능 PD로 발령을 받은 후로도 동료들과 선배들한테 ‘못 한다’ 소리가 듣기 싫어서 일을 했다. 굉장한 목표의식이 있었다거나 의욕이 앞서는 스타일은 절대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PD라는 직업이 지금의 여운혁과 가장 잘 어울리는 직업 같기도 하고, 운명 같기도 하지만 주어진 순간 순간에 열심히 지냈던 것은 사실이다.

 

 

Q. 인생은 짧기 때문에 이것저것 다 해 보고 죽자가 인생의 소신이라고 밝혔다. 설명을 부탁한다. 당신이 생각하는 인생의 낭비는 무엇인가?

나는 인생에서 낭비라는 시간은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술자리를 가졌다고 하면, 굉장히 있기 싫은 자리에 억지로 있을 때도 있고, 그 자리가 너무 재미있는 자리일 수도 있다. 굉장히 있기 싫은 술자리 같은 경우를 소위 똥술이라고 하는데. (아침에 일어났을 때 똥술…… 아이, 씨…… 하는 그런 거 말이다.) 근데 똥을 잘 썩히면 거름이 되는 거고 똥을 내버려두면 그냥 똥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생각해 보면, 그런 똥술자리도 잘 섞이고 잘 발효시키는 사람의 부류가 있고, 그냥 생똥으로 남겨놓는 사람들의 부류가 있다.

예가 직설적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본다면 인생에서 그 어떤 순간도 버릴 순간은 없다고 본다. 어떻게 발효시키고 생성시키느냐 혹은 썩히느냐는 그 사람의 몫이다. 다 버리고 1년 세계 여행을 한다고 상상해 보자. 그것으로 끝나는 사람이 있고, 그 기간을 잘 숙성시키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보기 때문에 나는 인생에 버릴 수 있는 순간, 혹은 인생의 낭비라는 것은 없다고 본다.

 

Q. PD는 당신에게 어떤 직업인가? 스타 PD로서 당신의 강점은?

PD라는 직업은 글쎄 어떤 직업일까? 굉장히 방대한 질문이다. 나의 직업이기는 한데, 앞으로도 종종 생각해 보겠다. (웃음) 그리고 내 강점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렸을 때는 몰랐지만 사람이 시간이 쌓이면 통계가 나오는 것 같기는 하다. 사춘기 남자애들의 찌질한 감성이 가장 잘 내 프로그램에는 녹아 나는 것 같다. 라디오스타도 그렇고 천생연분도 그렇고, 아는 형님도 그렇고…. 멋있거나 싸움 잘하는 놈, 혹은 공부 진짜 잘하는 놈이 절대 아니다. 우리 때는 한 반에 60명의 남자애들이 바글바글 댔는데, 그 중에 3~40명은 대부분 찌질했다.

특히 남자들은 사춘기 때부터 군대가기 전까지는 다 바보 혹은 병신들이다. (웃음) 진짜. 내가 꼭 그랬다는 것은 아니지만(웃음).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런 감성이 내 프로그램에는 지속적으로 담기고 그것이 하나의 특색이나 강점이 되는 것 같다. 이런 감성을 공감하고 좋아해 주시는 시청자들도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그때 그 남자애들은 뭐 하나를 좋아하면 10년, 20년 꾸준히 좋아하는 특성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내가 하는 프로그램은 엄청 핫 하지는 않지만 오래 생명력이 긴 방송이 되는 것 같다. 이런 것들이 강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Q. 총괄 프로듀서(CP)로 활동한 기간이 길다. 방송에서는 여운혁 PD보다는 CP로 많이 불렸다. PD, CP, 대표 중 당신은 어느 쪽으로 불리기를 원하나. 그리고 그 이유는.

사실 호칭이 많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역시 나는 PD로 불릴 때가 가장 자유롭고 편하고 좋다. 무언가를 스스로 만들고 액티브하게 사는 것이 즐겁다. 내가 사진 한 장을 찍어서 연출을 하고 가치를 만들고 프로그램을 만들면 그것은 PD다. CP(Chief Producer)는 쉽게 말하면 그야말로 총괄 프로듀서다. CP부터는 회사의 직책이 주어지고 또 하나의 관리적인 면모를 갖추어야 한다. CP 혹은 대표라는 직책은 책임부분도 커지는 것이고, 관리자 라는 층위는 누군가 시켜줘야 되는 부분과 그 만큼 인정받아야 되는 부분이 공존하는 구체적인 직위라고 생각한다.

 

Q. 연출한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 셋을 꼽는다면? 그리고 각각의 프로그램이 당신에게 준 고통(고생한 일)과 기쁨(일 또는 출연자들과 함께 한 즐거움 등)을 소개해 달라.

이 질문은 참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고르기 쉽지 않다. 모두, 하나 하나 추억이 있는 것이고. 각각 세 가지씩 고르는 것은 밤을 새야 할 것 같아서 생략하고(웃음). 그래도 제일 재미있었던 순간은 <천생연분> 프로그램을 할 때였다. 나 역시 젊었을 때였고 나이트에서 부킹하는 모습을 프로그램 안에 그대로 재현했다. 그것부터가 재미있는 접근이었다. 그 당시에는. 철저한 오락프로그램이었고, 시청률도 잘 나왔다. 천생연분에 출연한 진행자 외에 많은 출연진들도 즐겁게 촬영했고, 모두들 열정적이었다. 천생연분은 아직도 자주 화자가 되고 굉장히 친근한 이미지를 주는 예능 프로그램인데 아이러니하게도 1년 반 밖에 하지 않았다.

 

 

장수하지 않았는데 오랜 시간 방영된 프로그램 같은 누구나가 알고 있는 친근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나를 비롯한 많은 시청자들에게 좋은 추억을 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힘들었던 일은 개인적으로는 있겠지만, 독자들이나 시청자들에게 그 정도 가지고 뭐 힘들었을까 반문하실까봐(웃음) 없는 것으로 하겠다. 사실 MBC가 워낙 좋은 회사였고, 탄탄한 회사였기 때문에 그때 당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순간에는 힘든 감정이 있었겠지만, 지나고 보니 정말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직장 생활이란 것이 매 순간 힘든 감정이 그때 그때 느껴질 때가 있지 않은가 싶다.

 

Q. 여 대표가 생각하는 PD라는 직업을 개인이 생각하는, 의견이 담긴 짧은 아포리즘으로 표현한다면.

“딱 카메라 옆에 있는 사람” 이라고 생각한다. 앞도 뒤도 아니고 딱 경계선에 있는, 딱 옆에있는 사람.

 

Q. 자신이 생각하는 재미있는 스토리는 무엇인가? 그리고 예능에서 재미있는 스토리라는 의미는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가?

그건 요리사에게 어떤 재료가 제일 좋으냐고 물어보는 것과 같은 건데…돼지고기를 가지고 요리를 만들 수도 있고, 생선을 가지고 요리를 만들 수도 있는. 재료와 모든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생략. 패스~

 

Q. 방송사에서 연예기획사 영상사업부 사장으로 옮긴 것은 전혀 다른 분야로의 전직을 의미하나? 당신의 결정에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된 것은?

보통, 사람들은 뭘 잘될 것 같아서 혹은 잘되기 위해서 이직을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정부분 바람과 꿈과 희망을 갖고 이직을 하는 것은 맞는 이야기이고 나 역시 그렇다. 그런데 나는 어떤 선택을 할 때, ‘내가 쫄딱 망했을 때 어떻게 될까’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완벽하게 망했을 때 내가 감당할 수 있는가. 완전히 바닥일 때 감당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에 대한 감당여부를 책임질 수 있겠다 싶을 때 나는 바로 선택한다.

 

 

생각해본 결과 결론이 났기 때문에, 방송사에서 연예기획사 영상사업부로 옮겼다. 그러고 나서는 최선을 다해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본다. 잘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잘됐을 때 말고, 망했을 때 사람들에게 놀림 받고 경제적으로 힘들어지고 그것을 견딜 수 있을까. 생각해보는 것은 어떤 결정을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다. 사실 나는 타인의 시선이나 판단을 크게 신경 쓰는 사람이라서 망해도 잘 살 수는 있을 것 같다. (웃음) 몸이 고달픈 것 빼고.

 

Q. 리더로서 당신의 강점을 꼽는다면? 반대로 부족한 점은? ‘사장으로 살아본 경험은 무엇을 주었나?

강점이라기보다는 내가 제일 추구하는 것은 내가 없어도 회사를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목표다. 방송국에 있을 때고 그랬다. 어떤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처음엔 좀 들들 볶고 못살게 구는 편인데, 런칭하는 순간 나는 조용해진다. 결과만 본다. 스태프들이나 아래 직원들이 열 시간을 일하든 두 시간을 일하든 관심 없고 상관 안 한다.

다만 결과를 본다. 성실하고 불성실하고 이런 태도 문제에 관해서는 이야기는 잘 안 하는 편이고, 프로그램과 그 결과물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물론 불성실한 태도가 지속되면 속으로는 미워하겠지만(웃음) 나라는 사람이 이렇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이끄는 PD로서, 회사를 만들어가는 리더로써 이 안에 장단점이 공존한다고 생각한다.

 

Q. 좋은 직업과 좋은 직장은 어떻게 다른가?

어려운 질문이지만 진짜 젊은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하는 질문이다. 좋은 직업과 좋은 직장을 같이 갖을 수 있는 사람은 진짜 행운아다. 좋은 직업이면서 좋은 직장에 들어갔다는 말 할 수 있는 사람은 진짜 몇 명밖에 누릴 수 없는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직업은 사실 노동을 해야 하는 곳이므로 대부분이 괴로운 것이다. 그냥. 일이라는 것 자체가 괴로운 것이 아닐까.

근데 젊은 사람들은 좋은 직장이라는 판단을 결혼을 하기 위한, 혹은 급여 부분에 대한 만족도에서 찾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이 좋은 직장은 큰 회사, 대기업이라고 생각한다.(물론 이해는 한다.) 그런 기준 말고, 자기 스스로가 좋은 직장이다고 느끼고 사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정말 좋은 직장이고, 그 사람은 정말 행운아 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은 흔치 않다. 그래서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좋은 직장이라는 것은 막연하게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별일 없이 잘 생존하고 있는 상태라면 그 자체가 행복, 럭키이고 그곳이 곧 좋은 직장일 것이다. (행복이라는 말은 한자로 보면 행운과 복의 조합이고, 영어로는 사실 럭키의 의미이다. 럭키는 평생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럭키의 행복을 기대한다면 늘 불행할 수 밖에 없다. 별일 없으면 영어권에서는 해피인 거다)

 

Q. 앞으로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콘텐츠와 분야는?

다 하고 싶다. 하지만 드라마 연출은 못하기도 하지만 안 할 것 같다. 젊었을 때부터 드라마연출에도 관심을 가졌다면 잘 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까지 드라마를 열심히 연출했던 수많은 PD들이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니까.

 

Q. 당신이 예측하는 미래의 방송 프로그램, 콘텐츠 제작은 어떻게 변화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모른다. 하하. 그리고 그것을 안다고 하는 사람들은 사기꾼이지 않을까? 점점 TV는 안 보는데 전체적인 동영상 소비는 늘고 있다. 독서량은 줄고, 모든 형식이 짧아지고 있다. 지금의 모습인데… 앞으로의 일은 젊은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가지 않을까 싶다. 우리 같은, 나 같은 사람들이 하는 게 아니라, 20대가 찾아 갈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업에 있어서는 20살이 옳다.’ 는 가치관이 있다. 그 친구들이 어떤 생각을 하면 그런 세상은 반드시 오게 돼 있다.

 

Q. 방송 트렌드를 선도하는 당신만의 방식, 비결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

선도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윤종신씨와 제가 고민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인데 나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재미있어 하고 좋아하는 것은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서 나는 즐겨보고 재미있게 보지만 의학 정보 같은 프로그램은 못 만들겠다. 직관적으로 얘기하면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고, 재미있게 보지만 절대 그런 영화는 내가 만들 수 없다.

그런데 최근에 상영된 영화 <극한직업> 같은 영화를 제작한다고 하면 많은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그래서 나는 내가 잘하는 것을 꾸준히 즐겁게 하면서 그렇게 트렌드를 만들어 간다. 그리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은 아무래도 책을 읽는 버릇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최근에는 눈이 피로해서 책도 읽기 힘들다.(하하)

 

Q. 빡빡한 스케줄을 끝내고 자신만의 시간이 주어졌을 때, 자신에게 새로운 Input을 입력해주기 위해 하는 자신만의 리프레시나 방법이 있다면?

사실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혼자 멍때리고 있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멍때린다고 아무 생각을 안하지는 않는다.(웃음)

 

Q. 당신의 제작 방식과 전혀 다르지만, 뛰어난 프로그램으로 생각(인정)하는 프로그램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점에서 그런가?

솔직히 없다. 그런 거 생각해본 적 없다.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사실 예능 PD들이 좀 안되긴 했지만) 작품이 될 수가 없다. 프로그램이지 작품이 될 수가 없다는 의미다. 광고도 좀 그런 것 같다. 왜냐하면 그 시대에 딱 효과가 있는 것이고, 그 당시를 가장 빠르게 반영한다. 시간이 흐르면 저것을 보고 내가 왜 웃었지 이런 경우가 굉장히 많다.

예능프로그램은 시대와 함께 사라지는 것이 운명이다. <천생연분>도 가끔 언급이 될 뿐인 거지, 그 프로그램을 지금 재미있어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때는 재미있었겠지만 다시 보면 분명 재미없다. 그렇기 때문에 뛰어난 예능 프로그램이다, 광고다 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쉽지만.

 

Q. 실제로 근 몇 년 사이에 드론이라는 새로운 매체는 방송가의 영상 부분에서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고, 지금은 너무나 익숙한 촬영 매체가 되었다. 기술은 더욱 발전할 것이다. 촬영 현장에서, 촬영 매체 이외에도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여 대표는 어떤 새로운 상상을 하는지?

아나드론 잡지를 보면서 내가 나이를 먹었구나 싶었다. 이런 게 나오면 옛날에는 무조건 그냥 구독하고 즐겨 봤다. 예전엔 그냥 재미있겠는데 싶으면 사고, 경험하는 것을 즐겼다. 이런 걸 두고 남성성을 잃어간다고 해야 하나(하하). 촬영장에서 드론은 사실 너무 많이 쓴다. 특히 예능에서는.

처음에는 신기했고 신경이 쓰였는데, 지금은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내가 별로 신경을 잘 안 써도 알아서 다 진행된다. 지금은 늘 촬영장에 가면 있는 당연한 촬영 매체다. 그리고 새로운 상상이라… 사실 상상하면 나쁜 악마 같은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모든 기술 발전은 악마 같은 상상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Q. 문득, 자신은 지금 이것저것 다 하면서 즐겁게 살고 있는가?

문득 요즘은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 노는 것도 힘이 있어야 노는 건데. 그리고 사실 나는 술을 남자치고 잘하는 편은 못 된다. 사회 생활하면서 술자리가 약간 스트레스가 되었던 적도 있고, 우리 시대 때는 그랬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사람들은 다 내가 술을 엄청 잘 마시는 줄 안다.

 

 

왜냐하면 끝까지 멀쩡한 정신으로 살아남아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으니까(하하). 1차든 2차든 3차든 나는 내 속도로 계속 마신다. 양을 조절하면서. 어렸을 때는, ‘그래 그럼 난 그냥 끝까지 있을게. 집에 안 가면 되잖아.’ 라는 사고방식으로 체력전을 펼쳤다. 잠 안 자기, 밤새기 같은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다. 어렸을 때는 자신감이 있어서 앉아는 있었는데, 지금은 이러다 죽겠다 싶기도 하다. 지금은 잠을 잘 자야 한다(웃음). 그래야 이것 저것 다 하면서 즐겁게 살 수 있다. 나는 지금 나쁘지 않다.

 

Q. 미래의 PD를 꿈꾸는 20대 후배들에게 조언.

아직도 PD라는 직업이 멋진 직업으로 비춰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좋은 방송국, 좋은 직장을 찾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유튜브도 있고, 요새는 장비도 너무 싸다. 핸드폰 있고 정성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 1인 미디어 1인 콘텐츠 시대 아닌가.

누구나가 PD가 될 수 있다. 기술의 발전이 가져다 준 혜택을 충분히 이용할 줄 아는 사람, 유튜브나 TV예능프로나 드라마나 뉴스나 광고나 영화나 다 똑 같은 동영상 콘텐츠라고 본다면 PD라는 꿈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고 본다. 동영상을 제작한다는 것은 결국 누군가의 시간을 뺏겠다고 마음 먹는 다는 것이고, 그 본질의 핵심은 똑같다고 보기 때문에 좋은 PD가 되는 것과 좋은 직장의 PD가 되고 싶은 것을 혼동하지 않기를 바란다.

 

Q. 마지막으로 ANA DRONE Magazine에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며, ANA DRONE 과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

시간이 지날수록 드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데, 마침 아나드론 매거진과 인터뷰를 하게 되어 무척 즐겁고 행복했다. 앞으로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드론은 물론 아나드론을 지켜보겠다. 사진은 멋지게 잘 나왔으면 좋겠고(웃음)! 감사하다.

 

지난 3월에 방영된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에서 재미있는 발언이 나왔다. 정형돈이 여운혁 PD 때문에 인생 최대 위기를 겪을 뻔 했다는 것이다. 8년차 가수이기도 한 정형돈은 ‘나를 맞혀봐’ 시간에 “방송 중 최대 위기를 경험했었다.”며 이에 대해 퀴즈를 냈다. 멤버들이 감을 못 잡자 정형돈은 “여운혁 PD와 함께 한 ‘상상 원정대’에서 경험했던 일이었다”며 힌트를 줬다. 멤버들은 각종 무서운 놀이기구를 언급하며 퀴즈에 대한 답을 맞히기 위해 노력했지만 정답은 투명 그물로 안전장치가 되어 있는 곳에서 번지점프를 했다는 것이었다.

당시 마지막 회에 여운혁 PD는 이 아이템을 가져오며 굉장히 흥분했다고 한다. 좀처럼 흥분하지 않고 인생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여운혁 PD가 ‘굉장히’ 흥분한 그 순간에 함께 있었던 사람들 모두가 럭키는 아니고 행복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운혁 PD는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때로 자신의 예능프로그램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이타적인 사람이다. 아나드론은 그의 이타적인 이야기를 오래 들었다. 멋지기도 하고(사진이 너무 멋있게 나와서) 솔직하기도 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끌어 가기도 하고, 하지만 지금의 여운혁 PD는 분명 멋진 찌질함을 간직한 이타적인 타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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