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한 번, 세상 모든 가전제품 회사가 신제품을 뽐내는 행사가 있습니다. 매년 1월에 열리는 이 행사에서는 올 한 해 어떤 제품이 인기가 있을지 살필 수 있습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가전전시회 CES입니다. 사진=https://www.ces.tech

 

CES는 이미 가전제품을 넘어 자동차와 드론까지 힙한 제품이라면 무엇이든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CES2019에서 독특한 드론 제품이 우리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FPV 고글입니다. 사진=https://www.youtube.com

 

오르카라는 이름의 이 고글은 대부분의 FPV 고글이 둥근 안경 모양을 벗어나지 못한 것을 비웃 듯 다각형의 독특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모보다 실리, 디자인 보다 성능을 중요하게 여기는 드론 애호가를 흥분시킨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OLED 디스플레이에 최강의 사양입니다. 지금까지 이런 고글은 없었습니다. 사진=https://orqafpv.com/

 

오르카 FPV 고글은 킥스타터에도 모습을 드러냅니다.

 

크로아티아에서 개발한 오르카 FPV One은 목표 금액의 10배가 넘는 투자를 받으면서 펀딩에 성공합니다. 사진=https://www.kickstarter.com

 

하지만 약속된 8월이 지나도록 제품을 봤다는 목격담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또 하나의 크라우드 펀딩 흑역사가 되나 싶었지만 2019년이 지나기 전에 다시 등장합니다. CES와 킥스타터에서 약속했던 사양을 하나도 포기하지 않고 말이지요.

오르카(Orqa)는 q 대신 c를 사용하면 범고래(Orca)가 됩니다. 바다를 지배하는 최강의 포식자죠.

 

당연히 상어도 범고래의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뚱뚱한 상어(Fatshark)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진=https://commons.wikimedia.org

 

그러나 오르카가 출시를 지연하는 동안 FPV 고글의 최강자 팻샥 역시 가만히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최강의 사양을 가진 OLED 디스플레이 FPV 고글을 출시합니다.

 

팻샥의 하이엔드 FPV 고글 HDO2입니다.

 

너무 늦게 출시해 최강의 사양이라는 자리를 빼앗긴 오르카, 과연 팻샥의 킬러가 될 수 있을까요?

 

 

상어와 범고래의 대결

디스플레이의 성능은 FPV 고글에 대한 질문의 거의 모든 답입니다.

 

한 개의 디스플레이를 박스 형태로 만든 FPV 고글은 얼마든지 높은 해상도의 디스플레이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경처럼 눈에 꼭 맞는 안경형 FPV 고글은 작은 크기 때문에 초소형 디스플레이와 왜곡을 최소화한 특수 렌즈가 필요합니다. 박스형 FPV 고글처럼 높은 해상도를 만들기 어러운 데다

 

자비 없는 가격에 모두에게 좌절감을 주지요. 사진=https://blog.naver.com/smoke2000/221346028203

 

팻샥의 안경형 FPV 고글 이후 많은 회사들이 안경형 FPV 고글을 소개했습니다. 최고의 성능으로, 그렇지 않으면 최저가를 무기로 우리의 지갑을 유혹했지요.

 

소리 소문 없이 등장한 오르카 FPV One 고글은 최고의 성능으로 등장했습니다. 사진=https://www.kickstarter.com

 

소니의 0.5” OLED 디스플레이를 사용합니다. 백라이트 대신 각각의 화소가 빛을 내는 OLED는 기존의 액정 디스플레이가 표현하지 못하는 완전한 검은색을 표현합니다. 일반 액정 화면에서 찾을 수 없는 선명함을 가집니다. 해상도 역시 1280 x 960 px입니다. 지금까지 등장했던 어떤 FPV 고글보다 높은 해상도입니다. 해상도만 높은 것이 아닙니다.

 

화면의 크기를 나타내는 FOV는 44도입니다.

 

눈앞에 펼쳐진 화면의 끝과 끝이 만든 각도인 FOV는 클수록 큰 화면을 의미합니다. 오르카의 44 도는 단종된 모델을 제외하면 현존하는 FPV 고글 중에 가장 큰 화면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크고 선명한 화면이라도 눈에 맞지 않으면 흐리게 보이겠지요.

 

눈과 눈 사이의 거리를 조정하는 IPD는 어떤 고글보다 넓은 56 ~ 74mm 범위입니다. 사진=https://www.youtube.com

 

눈 사이가 멀건, 가깝건 누구에게나 꼭 맞는 FPV 고글입니다. 최고의 사양을 가지고 있는 만큼 용서없는 가격 650USD가 납득됩니다. 팻샥의 HDO2가 출시되기 전까지는요!!!

 

최고 사양의 첫 FPV 고글은 버튼 하나로 켜고 끌 수 있는 전원 버튼을 달고 출시된 팻샥 HDO2입니다. 사진=https://www.fatshark.com

 

오르카 FPV One 보다 먼저 출시한 팻샥 HDO2는 이름의 ‘O’를 가졌듯 OLED 디스플레이를 사용합니다. 소니 0.5” OLED에 1280 x 960 px 해상도입니다. 화면의 크기인 FOV도 44도입니다. 오르카와 동일합니다. 심지어 디스플레이 조정 범위 IPD는 54 ~ 74mm입니다. 눈과 눈이 먼 드론 파일럿이라면 오르카나 HDO2 나 같은 경험을 하겠지만 눈 사이가 좁다면 2mm 더 좁혀지는 HDO2가 더 잘 맞는 FPV 고글입니다.

 

팻샥 HDO2오르카 FPV One
FOV44도최대 44도
해상도1280 x 960 px OLED1280 x 960 px OLED
화면비율4:3 / 16:94:3 / 16:9
렌즈 간격 조절 범위54 ~ 74mm56 ~ 74mm
가격500USD650USD

 

게다가 팻샥 HDO2의 가격은 500USD입니다. 오르카는 팻샥보다 150USD나 더 비쌉니다. 그 비싸다는 팻삭 HDO2가 가성비 높은 고글로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오르카 FPV One, 150USD의 가치

최고의 해상도를 가진 만큼 HDMI 단자는 물론이고 렌즈 위로 서리는 습기를 방지하기 위한 팬과 버튼 하나로 FPV 고글을 끌 수 있는 전원 버튼까지 HDO2도 동일합니다.

 

과거의 팻샥 FPV 고글이라면 부러워할 전원 버튼은 이제 팻샥도 가지고 있습니다.

 

높은 사양의 제품이 나오면 뒤따라 비슷한 사양의 경쟁사 제품이 출시되는 건 당연하지만 팻샥의 HDO2가 먼저 출시되면서 오르카 FPV One이 자랑하던 최강 사양의 빛을 바랐습니다. 같은 사양이면서 더 늦게 출시한데다 가격까지 더 비쌉니다.

 

오르카 FPV One, 이렇게 비운의 FPV 고글이 되는 걸까요? 사진=https://orqafpv.com

 

하지만 오르카가 늦은 출시에도 가격을 낮추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양만이 오르카 FPV One의 자랑이 아닙니다.

 

오르카 FPV One은 어떤 FPV 고글보다 뛰어난 프로세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진=https://orqafpv.com/

 

HDO2와 동일한 OLED 디스플레이라고 하더라도 영상을 처리하는 성능이 다릅니다. 이후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더 높은 성능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좀처럼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어려운 다른 FPV 고글과 다르게 오르카는 손쉬운 업그레이드를 강조합니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만이 아닙니다. 기능을 더할 새로운 부품을 위해 모듈 베이(Module Bay)가 두 개나 대기 중입니다.

 

오르카 FPV 커넥트는 스마트폰과 바로 연결해줍니다. 사진=https://orqafpv.com

 

오르카 FPV One의 소프트웨어를 바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녹화된 비행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바로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바로 소셜미디어에 업로드도 가능하지요.

고글에 내장된 영상 저장 장치 DVR의 성능도 팻샥과 차별됩니다. 영상 전파 품질에 따라 영상 녹화 시간이 달라지는 팻샥의 DVR과 달리 오르카는 H264의 mp4 형식으로 놓치는 프레임 없이 60fps로 녹화합니다.

 

실제 영상도 오르카 FPV가 더 뛰어나다는 평가입니다. 사진=https://www.youtube.com

 

오르카의 DVR은 단순히 비행 영상만 녹화하지 않습니다. 소리까지 녹음합니다. FPV 카메라 중에는 비행 소리를 담을 마이크를 가진 제품이 있으니 신기할 게 없지만 오르카의 녹음은 드론 소리가 아니라 파일럿의 목소리를 녹음합니다. 이제 시끄러운 프로펠러 소리 대신에 비행의 상황을 청명한 목소리로 남길 수 있습니다.

화면의 크기도 다릅니다. HDO2와 동일한 44도의 FOV를 가지고 있더라도 오르카 FPV One의 FOV는 한 가지 더 있습니다.

 

FOV를 30도로 줄일 수 있습니다. 사진=https://orqafpv.com

 

FPV 고글의 화면은 크다고 마냥 좋기만 하지 않습니다. 공간을 자유롭게 비행하는 프리스타일 비행은 큰 화면이 좋습니다. 여유롭게 흐르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넓은 화면은 빠른 속도로 장애물을 통과하는 레이싱 비행에는 불편하기도 합니다. 집중해서 돌진하는 비행에 커다란 화면은 장애물을 찾아 눈을 이리저리 돌려야 할지 모릅니다. 오르카 FPV One은 두 가지 비행에 적합한 최적의 FOV 두 가지를 모두 가집니다.

 

고개를 돌리는 방향을 감지하는 헤드 트랙커(Head Tracker)는 기본입니다. 사진=https://orqafpv.com

 

다른 FPV 고글도 헤드 트래킹 기능을 옵션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오르카라고 이 기능이 특별하지는 않지만 오르카 FPV One은 이 기능을 독특하게 응용합니다. 고개를 숙이면 경고음이 울립니다.

 

많은 FPV 파일럿은 이상하게도 비행을 하면서 고개를 숙이는 버릇이 있거든요. 사진=https://dronelife.com

 

숙인 고개가 경추에 통증을 야기하기 때문에 필요한 경고음이 아닙니다. 2개의 안테나 중 강한 신호를 선별하는 다이버시티 영상 수신기는 보통 서로 다른 종류의 안테나를 사용합니다.

 

위를 향한 안테나는 모든 방향의 전파를 수신하지만 앞을 향한 평면 패치 안테나는 정면의 영상 전파를 집중해서 수신합니다. 사진=https://orqafpv.com

 

그런데 고개를 아래로 숙여서야 정면의 전파를 수신하는 패치 안테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드론의 영상 전파가 바닥에서 수신될 일은 거의 없거든요. 사진=https://blog.naver.com/smoke2000/220874867629

 

오르카의 헤드 트래킹 기능은 패치 안테나가 최적 수신 방향을 향하도록 도와줍니다. 고개를 푹 숙인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도 방지해주지요.

 

깨알 같은 기능을 가진 오르카 FPV One입니다. 사진=https://www.kickstarter.com

 

각각의 기능에 가격을 매겨 더하면 150USD가 되지 않을까요? 별로 필요하지 않은 기능이라면 150USD이 비싸게 느껴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150USD보다 더 큰 가치로 다가오겠지요. 판단은 우리와 통장 잔고의 몫입니다.

 

 

2019년 아날로그 FPV 고글 최강자

2019년은 FPV 드론에 큰 변혁기입니다. 드론의 모든 기술이 디지털로 제어되는데 반해 FPV 시스템은 지금까지 아날로그 기술로 동작했습니다.

 

하지만 DJI FPV 시스템의 등장으로 디지털 FPV 시대가 열렸지요.

 

그래서 FPV 고글을 개발하던 많은 회사들이 마지막 남은 아날로그 FPV 시장에 최강 사양의 제품을 서둘러 출시하고 있습니다.

 

스카이존의 SKY03O와 팻샥의 HDO2, 이신의 EV300D가 모두 최강의 자리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오르카가 최고의 고글 경쟁에 합류합니다. 너무 늦어 실패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르카 FPV One은 확장 가능한 넉넉한 하드웨어 성능과 확장 슬롯이 남아있습니다. 사진=https://orqafpv.com/

 

오르카 FPV One은 비록 출시에 늦었지만 최강의 FPV 고글이 되리라고 생각됩니다. 너무 비싸 엄두가 안 난다고요? 오르카 FPV Two라는 이름의 보급형 모델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오르카는 제품에 숫자를 붙였습니다. 숫자가 커질수록 우리의 비행을 더 즐겁게 만들어줄 제품을 기대하게 합니다.

Three는 디지털 FPV 고글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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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연기

민연기

/ 아나드론스타팅필진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 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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