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접이식 주머니칼 한 자루로 화학과 물리학을 넘어 액션까지 소화하는 현자가 한 분 계셨습니다.

 

어떤 사건 사고도 극복하셨다는 맥가이버 옹(翁) 입니다. 사진=https://namu.wiki/

 

사물의 근본 이치를 깨달은 맥옹께서는 낚시하라고 준 도구로 어떤 물건이든 자신에게 이롭게 개조하는데 능하신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활약하신 맥옹이 있는 물건의 습성을 뜯어 고치는데 능하신 분이었다면 우리에게는 죽은 사물의 영혼을 되돌리는 능력을 가진 현자가 계셨는데

 

순돌이 부친입니다. 사진=http://www.imbc.com/

 

순돌이 부친께서는 망가진 물건은 때리면 된다는 애프터서비스 개념 조차 모호하던 시절 한국 가전 수리 기술에 일침을 가하신 분입니다. 지금도 망가진 물건을 드라이버 하나로 쉽게 수리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순돌이 부친을 기려 ‘순돌 아빠 같은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맥가이버와 순돌 아빠 두 분을 모두 아신다면 당신의 연식이 들통 날 수 있으므로 일단 모른척 하셔도 됩니다. 두 분 다 80년대 미드와 한드를 각각 대표하는 지성인이시니까요.

과거에는 접이식 칼이나 드라이버 하나면 사물의 이치를 통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드론이 날아다니는 세상입니다. 간단한 도구 하나로 사물의 동작을 헤아리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입문용 대표 드론 시마 X5도 별거 아니라며 함부로 열고나면 어찌 해볼 도리가 없습니다.

 

여러 분야의 기술이 모여 만들어진 드론을 읽기 위한 도구는 다양합니다. 각각의 도구는 그 용도가 다르지만 꼭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도구를 선택해야 할까요? 드론과 함께 딱 한 가지 도구만 들고 무인도에 가야한다면 말이죠. 전기밥솥이라구요? 그, 그게 더 현명한 판단 같지만

 

멀티테스터 입니다. 사진=https://www.banggood.com/

 

멀티테스터는 전기로 움직이는 모든 제품의 고장을 진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입니다. 드론의 이상을 진단하기에도 가장 유용한 도구죠. 오늘 나눌 이야기는 드론 진단을 위한 멀티테스터 사용방법입니다.

 

 

멀티테스터, 대체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요.

전기로 동작하는 제품은 당연하지만 전기가 흐르는 힘으로 동작합니다. 동작하지 않는다면 전기가 잘 흐르지 않는다는 의미 입니다. 전자회로(回路)에서 회로는 이름 기대로 돌아오는 길이라는 뜻이죠. 멀티테스터는 이런 전기의 흐름이 정상적인지 진단하는 도구입니다. 그래서 배터리에 담긴 전기의 힘으로 움직이는 드론도 멀티테스터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멀티테스터는 전기의 흐름을 판단하는 다양한 방법을 제공합니다. 가운데 다이얼을 돌려 원하는 측정 방법을 선택하면 됩니다. 사진=https://www.banggood.com/

 

멀티테스터에서 가장 많이 애용하는 기능을 살펴보면

 

 

교류 전압을 측정합니다. 벽에 붙어 있는 콘센트 같이 (+)와 (-)가 번갈아 변하는 전기의 전압을 측정합니다. 우리나라의 콘센트에 멀티테스터의 리드선 (금속봉이 달린 빨간색과 검정색 전선) 을 끼워 넣으면 220V 라고 표시됩니다.

 

 

직류 전압을 측정합니다. 배터리 같이 (+)와 (-)가 나누어진 전압을 측정합니다. 드론에 사용하는 리튬 폴리머 배터리 1개 단위는 2.8 ~ 4.2V의 전압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항을 측정합니다. 말 그대로 전기가 흐르는 것에 얼마나 저항하는 성질이 있는지 측정합니다. 숫자가 클수록 전기가 잘 흐르지 않죠. 전기가 흐르지 말아야 할 곳과 흘러야 할 곳을 점검합니다.

 

 

하지만 저항이 숫자로 표시해도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려면 더 깊은 수련이 필요합니다. 이 기능은 전기가 통하는지 소리로 알려줍니다. 전기가 통하면 ‘띠~’ 소리가 나고 전기가 흐르지 않으면 아무 소리도 나지 않죠.

이 밖에도 전류를 잠시 담아두는 콘덴서(Capacitor)나 한쪽으로만 전기 통하는 다이오드(Diode)를 평가하는 기능, 교류 전압이 1분에 얼마나 빨리 (+)와 (-)가 바뀌는지 측정하는 기능을 가진 멀티테스터도 있습니다. 물론 드론과 마찬가지로 기능이 다양할수록 지갑은 가벼워지는 특성도 있죠.

 

 

드론에 흐르는 두 가지 전기

멀티테스터는 전기가 흐르는 곳을 진단하는 가장 기초적인 장비입니다. 여기는 전기가 흐를까? 흐르면 전기는 세기는 얼마나 셀까? 등을 알 수 있죠. 전기가 흐르는 드론도 같은 방법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드론에 흐르는 전기는 크게 2가지로 나누어집니다.

 

첫째, 프로펠러를 돌리는 힘을 얻기 위해 배터리에서 모터로 흐르는 전기입니다.

 

프로펠러를 돌리기 위한 동력은 배터리에 담긴 전기가 그대로 흘러갑니다. 배터리가 4S의 15.2V라면 배터리 커넥터에서 전자 변속기(ESC)까지 15.2V가 그대로 흐릅니다. 드론의 리튬폴리머 배터리는 한꺼번에 많은 전기를 흘릴 수 있기 때문에 (+)와 (-)가 부품을 거치지 않고 저항 없이 연결되면 멋진 불꽃을 관람하게 됩니다.

 

둘째, 드론의 다양한 기능을 동작하기 위해 흐르는 전기 입니다.

 

비행컨트롤러(FC)나 수신기(Receiver) 등의 부품은 15.2V 같이 높은 전압이 필요 없습니다. 다양한 전자제품을 동작시키는 USB처럼 5V면 충분합니다. 그보다 큰 전압은 견디지 못합니다. 섬세하거든요. 5V를 배터리에서 나온 전기를 BEC(Battery Eliminator Circuit)라는 부품으로 약하게 만들어 사용합니다. 요즘에는 각각의 부품에 BEC가 작게 숨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5V가 흘러야 하는 곳에 구동을 위한 15.2V가 들어가면 소박하지만 멋진 불꽃을 감상할 수 있죠

 

 

드론을 위한 멀티테스터 사용법 (1) : 방금 만든 레이싱 드론 이대로 날려도 좋을까?

레이싱 드론을 직접 만들고 나면 이제 배터리를 연결해야 합니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본 드론에 흐르는 2가지 전기가 각각의 전선에 정상적으로 흐르지 않으면 멋진 폭발음과 함께 호버링도 경험하지 못할지 모릅니다. 배터리를 연결하기 전에 초가삼간을 태우지 않도록 기도를 먼저 올리고 그 다음 멀티테스터로 저항을 측정해 봅시다. 전기가 흐르면 소리가 나는 측정방법을 선택하세요.

 

 

배터리 커넥터의 단자의 저항을 측정해 보세요. 두선은 바로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소리가 나지 않아야 합니다.

 

 

배터리 커넥터의 검정색 전선은 (-) 입니다. 그라운드(G) 라고도 부릅니다. 테스터의 한쪽을 커넥터의 검정색 선에 대고 다른 한쪽은 (-)나 (G)라고 표시된 곳을 대보세요. 전자 변속기(ESC) 부터 비행컨트롤러나 수신기까지 모두 소리가 나야 합니다. 그라운드는 높은 전압이 흐르는 부품이나 낮은 전압이 흐르는 부품 상관없이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배터리 커넥터의 빨간색 전선은 (+) 입니다. 전자 변속기에 (+)나 BEC에 (+)와 연결하면 삐 소리가 나야 하지만 그 밖에 다른 곳은 소리가 나서는 절대 안 됩니다. 소리가 난다면 멀티테스터로 측정한 부분 어딘가 잘못 연결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대로 배터리를 연결하면 큰일나죠.

생각지 못한 곳이 연결되어 고장이 나는 경우도 있는데

 

모터 안쪽에 코일과 모터를 고정하는 볼트입니다. 사진=https://blog.naver.com/smoke2000/221427761900

 

배터리 커넥터 단자와 모터 고정 볼트가 서로 전기가 통하지는 않는지 꼭 확인해 보세요. 모터를 고정하는 볼트는 전기가 통해서는 안 되지만 볼트가 너무 길어 모터 안쪽에 코일을 손상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터에서 나온 3개의 전선과 볼트도 서로 전기가 통하는 곳이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세요. 호버링은 되지만 이상하게 모터가 뜨거워지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드론을 위한 멀티테스터 사용법 (2) : 배터리는 괜찮을까?

리튬폴리머 배터리가 이상이 있다면 드론이 정상적으로 비행하지 못하거나 충전기에서 이상을 경고해 줍니다. 하지만 정확히 배터리가 어떤 상태인지 진단하는데 멀티테스터가 유용합니다.

 

멀티테스터로 리튬폴리머 배터리의 커넥터 단자를 확인하면 전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직류 전압을 측정하세요.

 

하나의 배터리는 3.7V 정도의 전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배터리가 직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3S 배터리라면 11.1V 가 측정됩니다. 하지만 이보다 낮은 경우 직렬로 연결된 배터리 중에 고장 난 것이 있는지 모릅니다. 배터리에 밸런스 단자를 멀티테스터로 확인하세요.

 

리튬폴리머 배터리의 구조입니다. 멀티테스터로 밸런스커넥터의 가장 끝에 단자 고정하고 다른 쪽을 하나씩 순서대로 측정하면 3.7V씩 전압이 올라갑니다.

 

이상한 전압이 측정된다면 그 배터리 셀에 문제가 있다는 물증을 잡으신 겁니다. 의심가는 배터리를 점검할 때는 멀티테스터 때문에 커넥터 단자의 (+)와 (-)가 서로 붙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짧은 순간만으로 배터리는 우리 곁을 떠날 테니까요.

 

 

드론을 위한 멀티테스터 사용법 (3) : BLDC 모터는 정상일까?

BLDC 모터는 내부 코일에 흐르는 전기가 만드는 자력의 힘으로 회전합니다. 이 코일이 끊어진다면 멀티테스터의 저항 측정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상적인 모터는 3개의 전선 중에 어떤 것을 연결해도 멀티테스터가 소리를 내지만 끊어져 있다면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코일 어딘가 서로 붙어 버렸다면 저항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알아낼 도리가 없습니다. 이런 경우 모터에서 불이 나거나 평소보다 느리게 돌거나 이상하게 뜨거워지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도 멀티테스터로 확인할 비책이 있습니다.

 

전동 드릴에 BLDC 모터를 연결하고 3개의 전선 중에 2개를 멀티테스터에 연결합니다. 사진=https://www.youtube.com/

 

전동 드릴로 BLDC 모터를 돌리면 멀티테스터로 교류 전압이 측정됩니다. 같은 속도로 회전하면서 3개의 전선을 번갈아 측정하면 서로 비슷한 크기의 교류 전압이 측정되어야 합니다. 모터에서 전기가 어떻게 나오느냐고요?

 

모터에 전기를 넣으면 회전합니다. 반대로 모터를 그냥 돌리면 전기가 나오죠. 그래서 그림도 비슷합니다. 사진=https://www.difference.wiki/

 

모터와 발전기는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드론의 전자 변속기는 직류 전기를 BLDC 모터가 회전할 수 있도록 교류전기로 바꾸는 장치입니다. 그래서 BLDC모터를 강제로 돌리면 교류전압이 나오죠. 멀티테스터로 낮은 교류 전압이 측정된다면 그 전선과 연결된 코일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지갑을 열어 새 BLDC 모터를 구입할 때입니다.

 

 

더 정밀한 진단을 위한 도구들

전자 부품의 상태를 진단하는 장비는 많이 있습니다.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면 죽어버린 드론을 살리거나 죽을 운명에 처한 드론을 구원할 수 있죠.

 

BLDC 모터의 코일이 망가진 경우 코일의 저항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장비나. 사진=https://blog.naver.com/smoke2000/221286903521

 

전자 변속기 신호나 브러시 모터에 들어가는 직류 전기의 파형을 분석할 장비도 있습니다. 사진=https://www.banggood.com/

 

물론 이런 장비들은 취미를 위한 예산을 훌쩍 넘어버립니다. 하지만 멀티테스터 만으로 드론이 겪을 많은 문제를 진단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직접 조립하는 레이싱 드론에 도전한다면 멀티테스터 사용 방법을 꼭 익혀두세요. 다 완성했다고 바로 배터리를 연결하기 전에 꼭 한번 멀티테스터로 확인해 보세요. 전기가 흐르는지만 측정해도 드론이 비행하기 충분한지 그렇지 않은지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스모크 스토퍼(Smoke Stopper)라는 도구도 있답니다. 이상 있는 드론이 배터리의 높은 전압으로 더 망가지는 것을 방지합니다. 사진=https://www.getfpv.com/

 

의사는 청진기로 환자의 증상을 검진합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환자와 가까워집니다. 멀티테스터는 드론을 위한 청진기 입니다. 멀티테스터로 드론과 더 친해지세요. 드론의 작은 부분까지 이해하는 당신의 비행은 누구보다 아름다울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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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연기

민연기

/ 아나드론스타팅필진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 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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