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등장해 인류를 위기에서 구한 마징가 제트는 지구를 지키는 모든 초대형 슈퍼 로봇의 표준이 됐습니다.

매번 똑같은 곳에서 출격하는데도 어찌된 일인지 좀처럼 적들이 손 데지 않는 본부와 방수 능력을 자랑하는 수영장 밑 격납고는 이제야 겨우 방수을 자랑하는 스마트폰을 비웃듯 앞서 있었습니다.

 

인류를 위해 방수는 필수입니다. 출격 직전 세신의 목적도 겸하고 있습니다. 사진=www.toei-anim.co.jp

 

특히 사악한 기계수의 공격에 파괴되는 도시를 앞에 두고도 바로 마징가 제트에 탑승하기보다 비행조종선인 호버파인더에 탑승 후, 다시 로봇과 결합하는 복잡성은 다른 슈퍼 영웅과 마징가 제트를 구분하는 특징이자 압도적인 기술력을 적에게 과시함으로서 전투의지를 약화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마징가 제트의 뛰어난 기술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마징가 제트의 조종실인 호버파인더는 2개의 프로펠러를 가진 바이콥터(Bicopter) 구조입니다. 사진=toei-anim.co.jp

 

우리가 마징가 제트의 호버파인더에 주목하는 이유는 초기 바이콥터(Bi-copter) 드론의 구조를 볼 수 있기도 하지만 머리와 합체하기 위해 프로펠러를 좌우로 접는 방식에서 드론의 새로운 구조적 가능성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력에 맞서기 위해 직각으로 추력을 만드는 프로펠러를 옆으로 기울여 고도를 낮추는 기술이 적용되었습니다. 사진=www.toei-anim.co.jp

 

2개 이상의 프로펠러로 동체를 움직이는 드론과 달리 프로펠러의 양력 방향을 각각 바꿀 수 있는 드론을 틸트로터(Tilt-rotor)라고 부릅니다.

지구의 평화를 위해 사용한 이 틸트로터 드론을 지나쳐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마징가 제트도 채택한 이 틸트로터에서 우리는 새로운 드론의 형태와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나드론스타팅이 준비한 오늘의 이야기는 틸트로터 드론입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틸트로터

틸트로터는 로터가 기운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헬리콥터도 한 개의 커다란 프로펠러(Main Rotor)가 만드는 양력을 기울여 원하는 방향으로 전진합니다.

 

헬리콥터는 로터 허브(Rotor Hub)라는 복잡한 기구를 사용해서 프로펠러를 기울입니다. 사진=commons.wikimedia.org

 

하지만 헬기의 경우 프로펠러가 기우는 각도가 제한되기 때문에 비행 속도에도 한계가 발생합니다.

이 속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프로펠러를 더 빨리 돌리는데도 문제가 있습니다.

안정적인 비행을 위해 큰 프로펠러가 만드는 회전반발력을 뒤에 있는 작은 프로펠러가 막아주는데 여기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헬기 꼬리에 위치한 작은 프로펠러는 큰 프로펠러가 만드는 반발력으로 동체가 반대로 도는 것을 막아줍니다. 사진=blog.naver.com/smoke2000

 

여기에서 프로펠러를 둘로 나누어 동체 옆에 각각 하나씩 단다면 극단적으로 프로펠러를 기울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은 당연합니다.

프로펠러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회전한다면 자연스럽게 서로의 반발력을 억제하는 역할도 하게 될 테니까요.

 

미군의 V-22 오스프리(Osprey)는 2개의 프로펠러를 앞뒤로 기울여 전진과 후진을 합니다. 사진=en.wikipedia.org

 

틸트로터 아이디어는 1930년에 시작되었지만 실용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습니다. 1963년이 되어서야 운송용 시험 기체가 완성되었죠.

 

시험용으로 개발된 커티스 라이트 X-19(Curtiss Wright X-19)는 지금의 드론과 비슷해 보입니다. 사진=en.wikipedia.org

 

헬리콥터가 가진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한 틸트로터는 더 빠르게 더 높은 고도를 비행할 수 있는데다 직선 비행에서 헬기보다 낮은 소음을 내기 때문에 군사 목적으로 발전을 계속합니다.

그리고 군사용 항공기가 점차 무인기로 변해가는 유행에 따라 틸트로터도 드론으로 옮겨 가기 시작합니다.

 

틸트로터의 발전은 2016년 등장한 다용도 틸트로터 드론, V-247 비질런트(Vigilant)까지 계속됩니다. 사진=en.wikipedia.org

 

드론은 헬기의 기술에 전자 기술이 결합해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헬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틸트로터와 드론은 언젠가 꼭 만나야 하는 운명 같은 관계였는지도 모릅니다.

 

군사용 드론, 어디에서 출발해서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요?

 

 

레이싱 드론이 만난 틸트로터

틸트로터의 대표적 특징인 빠른 속도에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레이싱 드론입니다.

레이싱 드론이 전진을 위해서 앞으로 동체를 기울이는 구조라는 걸 생각하면 틸트로터의 프로펠러만 앞으로 기우는 구조는 멋스럽기 이를 데 없으니까요.

 

기존 구조의 레이싱 드론이 전진할 때 땅을 바라봐야 한다면 틸트로터 구조는 그대로 앞만 바라봅니다.

 

그래서 프로펠러의 각도를 움직이지 못하는 레이싱 드론은 대신 카메라를 위로 올리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그럼 아쉬운 데로 틸트로터와 동일한 속도로 비행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전진하지 않는 이륙과 착륙에는 하늘만 바라보는 아픔을 떨칠 수 없습니다.

 

기울어진 카메라는 비행 중에는 괜찮지만 땅 위에선 괜찮지 않습니다.

 

이륙과 착륙의 순간보다 더 머리 아픈 경우는 비행 중에 겪는 급정지입니다.

앞으로 달리는 드론이 정지하려면 프로펠러를 뒤로 기울어야 하는데 카메라만 기운 레이싱 드론은 이 순간 아예 뒤를 바라보게 되니까요.

 

브레이크를 잡는 순간 뒤를 바라봅니다. 그러나 틸트로터는 어떤 급가속, 급정거에도 카메라가 전방을 향합니다.

 

레이싱 드론은 왜 일반적인 드론과 다를까요?

 

그래서 틸트로터 구조를 가진 레이싱 드론은 화면이 위 아래로 흔들리지 않는 고급스런 비행으로 많은 부러움을 샀습니다.

 

동체가 움직이지 않는 틸트로터 드론의 비행은 마치 떠다니는 자동차를 연상시킵니다. 사진=onlyflying machines.com

 

하지만 틸트로터도 단점은 있습니다. 이미 모터 4개를 사용하는 것도 복잡한데 그 모터의 방향을 회전시킬 모터가 더 필요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전방의 프로펠러가 만든 난기류가 후방의 프로펠러에 고스란히 쏟아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프로펠러 난기류는 진동의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보다 이미 날면 휙 지나가 잘 보이지도 않는 레이싱 드론이 이런 멋스런 구조를 가진들 누가 봐주나 의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참으로 덧없구나 하는 회의가 들기 시작할 때, 마징가 제트가 내놓은 틸트로터를 보완할 실마리를 그레이트 마징가에서 찾습니다. 그레이트 마징가의 조종실은 수직으로 결합해 조종실만 앞으로 돌아갑니다. 사진=www.toei-anim.co.jp

 

프로펠러를 통째로 움직이는 로터 구조 대신 그레이드 마징가처럼 카메라만 전방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어떨까요?

레이싱 드론의 FPV에서는 틸트로터 구조든 카메라만 움직이는 구조든 큰 차이가 없을 테니까요.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레이싱 드론 ‘까치 250’의 카메라는 서보모터를 사용해 위아래로 움직이는 짐벌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진=까치 250 매뉴얼

 

틸트로터라는 세련된 구조는 이렇게 더 간단한 대안으로 날아갔지만 까치 250의 위아래로 움직이는 1축 짐벌 카메라도 서서히 사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었습니다.

위아래를 뒤집어 비행하는 프리스타일 비행은 어쩌나 하는 고민도 있었지만 이 1축 짐벌도 복잡하잖아요. 레이싱 드론은 간단함이 최고의 미덕이니까요.

 

 

상업용 드론이 만난 틸트로터

이렇게 레이싱 드론에서 틸트로터 드론은 만나기 어렵게 되었지만 상업용 드론이나 촬영용 드론에서는 더 홀대 받습니다.

드론이 아무리 요동쳐도 한곳만 바라보는 고성능 짐벌의 등장 때문입니다.

 

드론이 어떤 방향으로 기울어져도 카메라는 제자리를 유지합니다. 사진=blog.naver.com/smoke2000

 

그래서 상업용 드론에서 틸트로터 구조를 만나기는 더 어렵지만 특별한 임무를 위해 드론의 몸체가 움직이지 말아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주 가까이에서 사물을 관찰해야 하는 경우인데 이때 사용하는 드론도 틸트로터 구조보다는 로터를 하나 더 사용하는 쪽을 선택합니다.

 

다리를 점검하는 이 드론도 방향을 바꾸는데 틸트로터 대신 로터를 추가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고 사진=www.prodrone.jp

 

드론 택배에 불씨를 당긴 아마존도 빠른 속도가 장점인 틸트로터 대신 전진을 담당하는 로터를 추가했습니다. 사진=www.amazon.com

 

구글과 인텔, 나사가 함께 연구한 무인기 관제 연구용 드론 역시 모터의 방향을 바꾸기 보다는 그냥 로터를 추가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사진=www.asec-incorporated.com

 

상업용 드론의 세계는 마징가 제트의 호버파인더처럼 변신하는 드론을 찾기엔 너무 건조한 곳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틸트로터에서 한발 양보하면 틸트 윙(Til Wing)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다국적 택배회사 DHL의 드론은 로터와 함께 날개까지 방향을 바꿉니다. 사진=www.wired.com

 

틸트 윙은 프로펠러와 날개가 함께 움직이면서 전진 비행에서는 비행기와 같은 구조로 바뀌기 때문에 더 효율적인 장거리 비행이 가능합니다.

 

헬기는 에너지 대비 많은 무게를 들어 올리는데 유리하지만, 수직이착륙기는 날개 면적 대비 많은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습니다. 사진=en.wikipedia.org

 

순수한 틸트로터는 전쟁 무기 말고는 만나기 어려운 걸까요? 단념하기에는 이릅니다.

틸트로터의 빠른 속도는 헬기와 비행기 사이의 성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용화가 어려운 기술입니다.

그러나 의외로 우리나라는 독자적인 틸트로터 항공기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의 TR-60은 빠른 속도와 고고도 비행으로 인공 강우 시험 등의 연구에 사용 중입니다. 사진=koreabizwire.com

 

인공 강우 연구는 빠르게 움직이는 구름을 따라 높은 고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틸트로터 드론에게 적합한 영역입니다.

틸트로터 드론은 이렇게 특별한 분야를 위한 특별한 기술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틸트로터 드론의 미래

틸트로터에 대해 알아볼수록 어쩐지 덧없이 느껴지거나 우리가 사용하기에는 너무 진지해 져버렸지만 아직 실망하지 마세요. 궁극의 틸트로터 드론이 남아 있거든요.

 

볼리로(Voliro) 드론은 6개의 프로펠러를 가진 헥사콥터로 각각의 프로펠러를 모두 다른 방향으로 회전할 수 있습니다. 사진=www.youtube.com

 

많은 드론이 새로운 방식의 비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6개의 프로펠러가 각각 다른 방향으로 양력을 만드는 이 독특한 구조의 드론은 기체를 어떤 방향으로든 기울일 수 있고 덕분에 독특한 움직임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독특한 움직임을 어디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건 나중에 천천히 고민해도 좋습니다.

이런 첨단스러운 드론 외에도 틸트로터 드론은 꾸준히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등장하고 있으니까요.

 

Eachine의 틸트로터 레이싱 드론입니다. 하늘만 날면 뭐든 만드는 Eachine이 왜 틸트로터는 안 만드나 했습니다. 사진=www.banggood.com

 

기술이 가진 장점과 경제성은 발전이라는 과제 앞에서 가장 중요한 인자입니다. 하지만 그런 기술일수록 재미있어야 합니다.

틸트로터 기술을 효율과 돈으로만 판단한다면 우리의 상상력은

 

영화 아바타의 나비족을 공격하던 틸트로터를 만들어 버리고 말테니까요. 사진=james-camerons-avatar.wikia.com

 

볼리로 드론의 독특한 움직임이 무언가 대단한 일을 담당할 때까지 우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모두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만으로도 그 기술은 대단한 일을 해내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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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연기

민연기

/ 아나드론스타팅필진
하늘을 나는 물건을 하나씩 공부하고 있는 엔지니어 입니다.
http://blog.naver.com/smoke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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