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9억달러, 우리 돈으로 하면 약 188조원에 이르는 거금입니다. 드론스타팅답게 설명해볼까요? 이 돈은 100만원짜리 드론을 1억 8천 8백만 개 살 수 있는 액수입니다. 이 어마어마한 수치의 정체는 바로 인텔(Intel)의 시가총액입니다. 엄청나죠? 우리에게 친숙한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 BMW의 시가총액이 63조원,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맥도날드의 시가총액이 113조원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인텔의 규모를 짐작할 만합니다.

사진=flic.kr/p/8tFKxL

느닷없이 인텔 이야기는 왜 꺼냈는지 궁금해 할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사실 인텔은 드론과 상당히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입니다. 이미 드론스타팅에서 기사로 다룬 적도 있죠. 인텔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PC 산업의 사양세가 예견되면서, 향후 미래를 이끌어 갈 사업으로 일찌감치 드론을 낙점하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인텔의 드론을 향한 관심, 관련 기사 보러 가기!

팔콘8+의 모습. 사진=techreport.com

 

그리고 드디어 ‘팔콘8+(Falcon 8+)’이라는 이름으로, 인텔의 로고를 아로새긴 첫 번째 드론이 출시됐습니다. 팔콘8+는 엄밀히 말해 완전한 신제품은 아닌데요. 독일에 기반을 둔 드론 스타트업인 어센딩테크놀로지(Ascending Technologies)가 지난 2009년 내놓은 팔콘8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다 더 정확하게 설명하면, 팔콘8의 기체를 운용하기 위한 향상된 시스템이 바로 팔콘8+입니다. 그래서 인텔의 브리핑이나 언론 보도에서는 팔콘8+와 팔콘8+ 시스템(Falcon 8+ system)이라는 표현이 혼재하고 있는데요. 이 기사에서는 혼란을 막기 위해 팔콘8+로 통칭해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그렇게 중요한 내용도 아니니까요.

 

팔콘8의 모습. 사진=Topsy.fr

 

어센딩테크놀로지에서 만든 드론에 왜 인텔의 로고가 들어갈까요? 위에 링크한 관련 기사를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 설명을 드리자면, 어센딩테크놀로지는 인텔이 올 1월 인수한 회사입니다. 드론 사업에 대한 인텔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죠?

제품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우선 팔콘8+의 외관부터 살펴보면, 디자인이 상당히 독특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상하좌우가 대칭된 원형이 아니라 V자 형태를 그리고 있죠. 또 쿼드콥터가 아닌 옥토콥터(로터의 숫자가 8개인 멀티콥터)입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쿼드콥터가 아니라 거대한 옥토콥터라는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는데요. 팔콘8+는 개인이 취미 용도로 사용하는 드론은 아닙니다. 산업 현장에서의 조사나 측량, 그리고 매핑(Mapping) 등에 사용되는 상업용 드론이죠. 인텔이 만든 드론을 직접 날려보고 싶었던 분들에게는 아쉬운 소식일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취미용 드론 쪽도 이미 유닉(Yuneec)과 손을 잡고 공동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니 앞으로를 기대해 볼만 합니다.

 

유닉과 인텔이 공동 개발한 타이푼H. 소개하는 사람은 인텔의 CEO 브라이언 크르자니크입니다. 사진=ibtimes.co.uk

 

팔콘8과 팔콘8+를 비교했을 때 당장 눈에 들어오는 차이는 새로운 구성요소 두 가지가 추가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인텔 콕피트(Intel Cockpit)’와 ‘인텔 파워팩(Intel Powerpack)’이 그것이죠.

인텔 콕피트부터 그 정체를 살펴볼까요? 예전에 패럿(Parrot)의 ‘디스코(Disco)’ 출시 소식을 소개하면서 ‘콕피트’라는 단어에 대해서 알아본 적이 있는데요. 비행기나 글라이더의 조종석을 의미합니다.

디스코는 어떤 드론?

물론 무인기인 드론에 조종석이 있을 리는 만무하겠죠? 인텔 콕피트는 지상에서 기체를 통제하는 기기를 말해요. 조금 전문적인 용어로 표현하면 일종의 그라운드 스테이션(Ground Station)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컨트롤러와 태블릿PC, 영상 전송 시스템 등으로 구성된 인텔 콕피트는 실내와 야외를 불문하고 어떠한 산업 현장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튼튼하게 제작됐습니다. 방수 기능은 덤이고요. 태블릿PC를 통해 복잡한 비행 기능도 손쉽게 구현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또 지연 시간이 매우 짧은 영상 전송 시스템을 구축하여 1080p에 달하는 고화질 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종간은 한 손으로도 컨트롤할 수 있게끔 만들어져서, 사용자는 드론 조종에 대한 부담감을 최소화하면서 맡은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인텔 콕피트의 모습. 사진=techreport.com

 

한편 인텔 파워팩은 배터리 관리 시스템을 말하는데요. 배터리의 기능 이상을 막아주는 오토밸런싱(Auto Balancing), 장기 보관에 최적화된 스토리지 모드(Storage Mode)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LED등을 통해 배터리의 상태도 확인할 수 있고요.

팔콘8+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하나만 꼽으라면 바로 ‘리던던시(Redundancy)’입니다. 리던던시란 단어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불필요한 것’이라는 뜻으로 나와서 부정적인 의미로 오해하기 딱 좋은데요. 기술적인 용어의 리던던시는 내포한 의미가 많이 다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우리가 줄다리기를 할 때 사용하는 밧줄을 머릿속에 떠올려보세요. 한 개의 줄로 구성되어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개의 줄을 배배 꽈 놓았죠? 바로 이 ‘여러 개의 줄’이 리던던시에 해당합니다. 일견 불필요해 보이지만, 꽈 놓음으로써 강도가 확실히 향상되었죠. 우리가 사용하는 PC에서 말하는 ‘듀얼 CPU’도 리던던시의 좋은 예입니다. 이처럼 실제로 필요한 것보다 좀 더 많은 요소를 미리 적용해 놓음으로써 시스템의 성능과 안정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리던던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듀얼 CPU는 리던던시의 대표적인 모습입니다. 사진=commons.wikimedia.org

 

팔콘8+는 리던던시의 개념을 도입하여 여분의 전력 공급 체계, 여분의 통신 유지망, 그리고 여분의 센서를 갖췄는데요. 이를 통해 어떠한 비상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비행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히 ‘트리니티 테크놀로지(Trinity Technology)’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어센딩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이 기술은 기체 내부에 3개의 측정 장치를 부착한 것으로, 전자기장이 강한 산업 현장이나 강풍이 부는 야외에서도 높은 수준의 비행안정성을 담보해 줍니다. 인텔에 따르면 이와 같은 리던던시 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밀리미터 단위의 정밀성을 구현했다고 하는데요. 정말 그런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겠죠?

 

사진=asctec.de

지금까지 팔콘8+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인텔의 첫 번째 드론’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관심이 가는 제품이었는데요. 실제 성능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팔콘8+는 북미 지역에서만 판매한다는 소식이에요. 세계 시장에 무리하게 진출하기보다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도로 풀이되는데요. 과연 인텔이 거대기업다운 ‘포스’로 상업용 드론 시장에서 원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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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운

박종운

/ 드론스타팅필진
드론에 대해 쓰면서 드론을 배우는 박종운입니다.
park@dronestart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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