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레고(LEGO)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는 어떤 건가요? 아마 열 명에게 물어보면 일곱 명 이상은 “애들 장난감이요!”라고 대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네, 틀린 얘기는 아니죠. 레고는 장난감이 맞습니다. 하지만 약간 색다른 관점에서 보면 범용성이 매우 높은 ‘자재’이기도 합니다. 정교한 설계도 한 장만 있으면 만들어내지 못하는 물건이 없는데요. 변신 로봇 같은 건 기본이고 거대한 선박이나 총기류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충분한 비용을 들인다면 건축물까지 제작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굉장하죠?

레고로 만든 선박의 모습. 이 정도는 빙산의 일각입니다. 사진=commons.wikimedia.org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떠오르실 겁니다. ‘레고로 드론을 만들 수도 있을까?’ 물론 가능합니다. 단순히 만드는 것을 넘어서 사업까지 할 수 있어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스타트업 ‘플라이브릭스(FLYBRIX)’처럼 말이죠.

플라이브릭스 로고. 사진=flybrix.com

플라이브릭스는 아미르 히어쉬(Amir Hirsch), 롭 월터스(Robb Walters), 홀리 카슨(Holly Kasun)의 3인방이 의기투합해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창립 멤버들의 면면이 참 화려해요. 히어쉬는 세계적인 명문인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수학을 공부했고, 월터스는 로봇 전문가인 물리학 박사이며, 카슨은 나이키·아디다스·노키아 같은 굴지의 기업에서 일한 마케터입니다. 시쳇말로 ‘스펙이 빵빵’하다고 할 수 있겠죠.

플라이브릭스에서 대외 활동을 전담하고 있는 홀리 카슨. 사진=mercurynews.com

이 정도 인재들이 레고로 드론을 만드는 일에 매달렸다니, 언뜻 상상이 잘 되지 않는데요. 사실 이들의 최초 목표는 자율주행이 가능한 소형 드론을 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치열한 실험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시제품을 만들어야 했는데요. 시중에서 파는 드론용 키트는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부품을 3D프린팅으로 만들자니 비용이 만만치 않았고요.

고민에 휩싸인 3인방에게 섬광처럼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었으니 바로 레고를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렴하고, 어떠한 모양으로도 만들 수 있는데다가, 문제가 생기면 바로바로 변형이 가능하니(블록을 떼어내거나 끼워 맞추면 끝이니까요) 이보다 완벽한 대안은 없었죠. 그야말로 유레카! 일단 가능성을 발견하자 이후의 행보는 거칠 것이 없었습니다. 자율주행 드론이라는 원래의 목표를 잠시 미뤄두고, ‘레고 드론 키트’의 개발에 매달렸죠. 그렇게 플라이브릭스가 탄생했습니다.

사진=thenextweb.com

물론 부품이 레고라는 점 외에 별다를 게 없다면 드론스타팅에서 다룰 이유가 없겠죠? 지금부터 플라이브릭스의 매력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높은 자유도

플라이브릭스의 주요 타깃은 14세 이상의 청소년입니다. 하지만 시장에는 그 나이대 고객의 입맛에 맞춘 드론이 상당히 많이 존재하죠.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패럿(Parrot)의 미니드론을 꼽을 수 있고, 중국산으로 범위를 넓히면 헤아리기조차 힘듭니다. 그런데 기존 제품에는 태생적인 한계가 존재해요. 일단 구매를 하고 나면 날리는 행위 외에는 즐길 거리가 없다는 것이죠. 하나의 완성된 제품으로 나오기 때문에, 개조를 한다거나 기체를 꾸미기가 어렵습니다. 기껏해야 색을 칠하거나 스티커를 붙이는 정도인데요. 아무리 조종이 재밌다고 해도 똑같은 기체를 매일 날린다면 질릴 수밖에 없겠죠. ‘팬텀(Phantom)’처럼 멋진 영상을 찍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패럿의 미니드론 에어본 카고. 사진=parrot.com

이에 비해 플라이브릭스는 사용자의 자유도가 굉장히 높은 드론입니다. 레고 블록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형태의 기체를 만들어낼 수가 있어요. 쿼드콥터를 옥토콥터나 헥사콥터로 바꾸는 건 일도 아니죠. 어제는 해적 선장을 파일럿 자리에 놓았다가, 오늘은 카우보이로 교체할 수도 있습니다. 개조를 했는데 드론이 날지 않는다면? 떠오를 때까지 블록을 다시 조립하면 그만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 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과학 학습 효과도 기대할 수 있고요. 호기심 많은 아이들에게 안성맞춤이겠죠?

영상=youtu.be/NzxD63AxMX0

 

2. 고장 걱정 無!

드론과 고장은 바늘과 실 같은 관계입니다. 특히 완구용 드론의 경우, 조심스레 다루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충돌이나 추락에 의한 고장이 흔하게 일어나는데요. 부품이 파손되거나 하면 고치기가 참 난감합니다. 그렇다고 전문 수리점에 맡기자니 비용이 마음에 걸리죠.

하지만 플라이브릭스는 고장 걱정을 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플라이브릭스를 구성하고 있는 부품은 수십 년 동안 험하디 험한 아이들의 손에서 그 튼튼함을 인정받아 온 레고 블록 아니겠습니까? 사고라고 해봤자 결합되어 있던 블록이 분리되는 정도죠. 그냥 도로 끼우면 모든 것이 해결됩니다.

 

3. 오픈소스의 매력

플라이브릭스가 청소년을 겨냥하고 만들어진 제품이긴 하지만, 단순한 장난감으로 치부하기는 어렵습니다. 확장성과 응용 가능성이 굉장히 뛰어나기 때문인데요. 모든 소프트웨어가 오픈소스(Open Source)로 공개되어 있습니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코드 목록, 물론 전 봐도 모릅니다

플라이브릭스의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모든 코드를 확인하고 내려받을 수 있는데요. 이를 통해 소프트웨어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물론, GPS 모듈을 추가하거나 오색찬란한 LED를 새로 장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만약 전문가 수준의 기술을 갖춘 사람이 플라이브릭스를 손에 잡는다면, 센서의 설정을 완전히 바꿔버려서 제가 상상도 못할 기능을 구현할 수도 있겠죠.

특히 요즘 아두이노(Arduino)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이쪽으로 공부하기를 원할 경우 플라이브릭스가 좋은 실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플라이브릭스 역시 아두이노를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MIT 출신의 수재와 물리학 박사가 힘을 합쳐 만든 아두이노라니 이보다 더 좋은 교재가 있을까요?

플라이브릭스는 앱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조종하는 베이직 키트(Basic Kit)와 전용 컨트롤러가 함께 들어있는 디럭스 키트(Deluxe Kit)의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될 예정입니다. 물론 베이직 키트를 먼저 구매한 후 나중에 조종기만 따로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고요. 현재는 이벤트 기간으로 특별가가 적용되며, 추후 가격이 인상된다고 합니다. 관부가세를 제외한 각각의 가격은 아래 표와 같아요.

사진=flybrix.com

 이벤트가격소비자가격
베이직 키트149달러(약 17만원)189달러(약 21만원)
디럭스 키트189달러(약 21만원)249달러(약 28만원)
전용 컨트롤러80달러(약 9만원)80달러(약 9만원)

 

“배우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노는 것(Play is the best way to learn).” 플라이브릭스의 캐치프레이즈입니다. 이 말이 무색하지 않게, 재밌게 놀 수 있는 요소들로 꼭꼭 채워진 독특한 레고 키트 플라이브릭스. 엄청나게 굉장한 기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를 조립해서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제작에 취미가 있는 분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제품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구매링크 첨부합니다.

https://flybrix.com/collections/flybrix-k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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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운

박종운

/ 드론스타팅필진
드론에 대해 쓰면서 드론을 배우는 박종운입니다.
park@dronestart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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