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세계 3대 드론 제조사’라는 용어가 통용됐습니다. 중국의 DJI, 프랑스의 패럿(Parrot), 미국의 3D로보틱스(3DRobotics)가 이름을 올렸죠. 물론 그 당시에도 시장 점유율은 DJI가 많이 앞서 있었지만, 나머지 두 회사도 고유한 특성과 탄탄한 고객층을 갖추고 있어 무시할 수 없었죠.

왼쪽부터 3D로보틱스의 아이리스, DJI의 팬텀3 프로페셔널, 패럿의 비밥드론

그런데 이제 이 ‘드론 삼국지’는 흘러간 이야기가 돼 버렸습니다. 한 축을 담당하던 3D로보틱스가 드론 생산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인데요. 물론 드론과 아예 연을 끊은 것은 아닙니다. 드론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은 계속 하는 대신, 하드웨어 개발과 생산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죠. ‘아이리스(Iris)’나 ‘솔로(Solo)’ 등을 통해 드론 팬들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기업인만큼, 그 충격도 상당합니다.

아이리스는 어떤 드론?

솔로에 대해 알아보자!

솔로의 모습

3D로보틱스의 이번 결정은 물론 전략적인 선택이지만, 실패를 자인(自認)한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최근 1년 동안 3D로보틱스의 경영 상태는 그야말로 엉망이었는데요. 벤처 캐피털로부터 투자받은 100만달러(약 11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재정 악화를 막을 수 없었고, 결국 150여명이 넘는 직원을 해고해야만 했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회사를 떠난 임직원 중에는 DJI에서 일하다가 사이가 틀어져서 3D로보틱스로 건너왔던 콜린 귄(Colin Guinn)과 3D로보틱스의 공동 창업자인 호르디 무뇨스(Jordi Munoz)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콜린 귄의 모습. 사진=3dr.com

콜린 귄은 어떤 사람?

호르디 무뇨스의 정체는?

3D로보틱스의 공동 창업자인 크리스 앤더슨(좌)와 호르디 무뇨스(우). 사진=en.wikipedia.org

이런 대규모 구조조정으로도 모자라서 결국 드론 생산 중단 선언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리게 됐으니, 얼마나 회사 사정이 안 좋았는지 알 수 있겠죠? 미 경제 전문지인 포브스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3D로보틱스의 부채 수준은 2600만달러(약 290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3D로보틱스가 몰락한 원인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를 찾아볼 수 있겠지만, 가장 두드러지는 요소는 역시 솔로의 실패입니다(커플의 성공과는 관련없습니다. 오해 마시길). 솔로는 3D로보틱스가 취미용 드론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내놓은 첫 작품이었는데요. 2015년 초에 갓 출시될 때만 해도 세상을 발칵 뒤집어버릴 기세였습니다.

사람들이 솔로에 건 기대는 대단했습니다. 사진=flic.kr/p/rMS17F

고급스러워 보이는 검은색의 외관과 독특한 디자인, 고프로(GoPro) 액션캠 운용에 최적화된 짐벌과 소프트웨어, 다채로운 촬영 모드 등 드론 마니아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매력이 넘쳤거든요.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냉정한 눈으로 봤을 때 솔로가 실패한 원인은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모두가 예상하시다시피 DJI와 ‘팬텀(Phantom)’ 시리즈의 존재입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3D로보틱스는 DJI와의 정면승부를 피해야만 했어요. DJI는 중국에 위치했으며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반면 3D로보틱스는 미국 기업이면서 개발에 치중하고, 생산은 외주를 주죠.

이 차이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필연적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넘사벽’이 형성된다는 것인데요. 솔로가 출시됐을 때 기체와 짐벌을 합친 가격이 팬텀3 프로페셔널(Professional)과 비슷할 정도였습니다. 최소한 고프로 액션캠 가격만큼 솔로가 더 비쌌던 거죠. 거기에 성능은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팬텀 쪽이 좋다는 평이니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결정적으로 발목을 잡은 건 DJI와 팬텀이었습니다. 사진=commons.wikimedia.org

패럿의 경우를 보면, DJI와 제품군이 겹치지 않습니다. DJI가 손대지 않는 미니드론을 적극적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디스코(Disco)’처럼 독창적인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죠. 물론 촬영용으로 분류되는 ‘비밥드론(Bebop Drone)’이 있지만 팬텀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휴대성을 강조하며 차별화 전략을 썼습니다. 하지만 솔로는 누가 봐도 팬텀과 비교할 수밖에 없는 제품이었어요. 그리고 소비자들의 평가는 그야말로 냉혹했습니다.

패럿 디스코의 모습. 사진=parrot.com

두 번째는 조급증입니다. 솔로 출시 초기를 보면, GPS 이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질 않았는데요. 빨리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품질관리(Quality Control)에 실패한 겁니다. 3D로보틱스가 얼마나 조급했는지 알 수 있는 사실이 바로 짐벌인데요. 기체를 내놓고 두 달이 지나서야 짐벌이 출시될 정도였습니다. 촬영용 드론에서 짐벌의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사실상 반쪽자리 제품을 내놓았던 셈이죠.

짐벌이 왜 중요할까요?

솔로의 짐벌은 제품 출시 후 2개월이 지나서야 나왔습니다. 사진=3dr.com

초장부터 제대로 꼬여버린 스텝은 이후의 판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물론 정확한 피해 규모까지는 추산이 어렵습니다만, 구매를 망설이던 잠재 소비자들 중 솔로에 대한 혹평을 보고 사지 않기로 결정한 이들이 분명 있었겠죠. 3D로보틱스라는 브랜드 자체의 이미지도 많이 손상됐고요. 출시가 좀 늦어지더라도 확실한 제품을 내놓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세 번째는 수요 예측 실패입니다. 3D로보틱스가 솔로를 출시하면서 예측한 2015년도의 판매량은 대략 6만 대 수준이었는데요. 실제로 2015년에 판매된 것은 2만여 대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한심하게도, 3D로보틱스는 론칭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생산업체에 4만 대의 추가 주문을 합니다. 실제보다 5배나 더 잘 팔릴 것으로 예측한 거죠.

투자받은 돈은 생산 비용으로 몽땅 써버렸고, 창고에 산더미처럼 쌓인 재고는 고스란히 빚이 됐습니다. 남은 것은 ‘땡처리’겠죠. 현재 한 쇼핑몰에서는 솔로 기체와 짐벌, 백팩으로 구성된 세트를 단돈 500달러(약 56만원)에 팔고 있습니다. 아무리 구형 제품이라지만 말도 안 되는 가격이죠. 생산 비용이나 건질 수 있을까요?

https://goo.gl/akd11X
(문제의 쇼핑몰 주소)

3D로보틱스의 몰락은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긴 하지만 확실한 마침표를 찍은 것이죠. 그렇습니다. 취미용 드론 시장은 중국이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물론 그 중심에는 DJI가 있고요. 유닉(Yuneec)이나 제로테크(ZeroTech), 치어슨(Cheerson), 시마(Syma) 등 허리층도 탄탄합니다. DJI가 왕좌에서 내려온다는 건 상상하기 힘듭니다. 중국 기업이 아닌 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은 더더욱 상상하기 어렵고요.

중국의 독주는 못해도 5년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애플이나 삼성전자가 드론 사업에 나서는 변수만 없다면 말이죠. 물론 그럴 가능성은 굉장히 낮습니다. 그리고 설령 뛰어든다고 해도 DJI를 위시한 중국 기업들이 자리를 쉽게 양보할 것 같지는 않아요. 그 정도로 중국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드론 약소국(?)인 우리 입장에서는 참 부러운 일이죠.

 

마지막으로 3D로보틱스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3D로보틱스는 앞으로 드론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에 진력할 예정인데요. 그 시발점이 바로 ‘사이트스캔(SiteScan)’입니다. 드론스타팅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사이트스캔은 건설 현장에서 드론을 활용해 측량이나 3D모델링을 하는 솔루션입니다.

사이트스캔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으신가요?

3D로보틱스의 운명이 걸린 사이트스캔. 사진=3dr.com

사이트스캔의 성공 여부에 3D로보틱스의 사운(社運)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새롭게 출발해야 하는 3D로보틱스. 과연 이대로 주저앉고 말까요? 아니면 멋지게 재기에 성공할까요? 저력 있는 기업인 것은 사실이지만 주위를 둘러싼 환경이 녹록치만은 않습니다. 앞으로 3D로보틱스가 보여줄 행보에 주목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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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운

박종운

/ 드론스타팅필진
드론에 대해 쓰면서 드론을 배우는 박종운입니다.
park@dronestart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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