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4일, DJI가 전격적인 가격 인하를 발표했습니다. 그 대상은 ‘인스파이어1 V2.0’였는데요. 419만원이던 정가가 260만원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무려 40% 가까운 할인율을 보여준 것이죠. 졸지에 인스파이어1의 가격이 ‘팬텀4’와 비슷해졌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드론 애호가나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DJI의 결정에 대해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았다는 것입니다.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파는 게 문제가 되다니, 언뜻 생각하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럴 만한 사정이 있습니다. 가격 변동으로 인해 두 부류의 피해자가 생기기 때문인데요. 가격 인하 전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와 DJI의 도·소매상이 그들입니다.

 

가격이 200만원 가까이 떨어진 인스파이어1 V2.0. 사진=dji.com

 

일찍 구입했다가 100여만원 손해, 중고가는 ‘붕괴’

가장 억울한 이들은 가격 인하 전 V2.0을 구매한 소비자입니다. 눈 뜨고 200만원 가까이를 날린 셈이죠. 심지어 현재 정가인 260만원보다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V2.0을 중고로 구입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저 ‘운이 없었네’ 하고 넘기기에는 금전적 손해가 막심하죠. 어떤 제품이든 구형이 되면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폭이 지나치게 크고 인하 시점이 갑작스럽다는 게 문제입니다.

특히 드론은 중고 거래를 통한 기변(기기 변경)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품목입니다. ‘CX-20’을 팔고 ‘팬텀3’를 산다든지, 팬텀3를 팔고 인스파이어1을 산다든지 하는 식이죠. 그런데 이렇게 신품의 가격이 크게 떨어질 경우, 중고가가 붕괴되어 버립니다. 판매 후 기변을 생각한 소비자에겐 큰 타격이죠. 중고 거래자들 사이에서 쓰는 용어로 말하면 소위 ‘가격 방어’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도·소매상 신뢰도에 타격, 대응할 시간도 없어

또 다른 피해자는 DJI 제품의 도·소매상들입니다. 특히 소매상들은 직격탄을 맞았는데요. 아직까지 드론 소비자층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소매상들은 주로 단골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를 진행합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가격이 요동치게 되면 신뢰도에 문제가 생깁니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소매상이 가격 인하 사실을 알고도 알려주지 않고 이득을 취했다는 생각에 배신감을 느끼게 되죠. 단골 고객 입장에서는 충분히 섭섭할 만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소매상들도 가격 인하 사실을 갑작스럽게 통보받는다는 것입니다. 한때 소매상으로 활동했던 A씨는 “프로모션 내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2일 전에 할인 통보가 온다”고 말했습니다. 대응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는 셈입니다.

DJI의 ‘묻지마 할인’은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3월 23일에도 ‘인스파이어1 프로’의 가격을 620만원에서 520만원으로 내린 바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100만원이 허공으로 사라져 버렸죠.

이 당시 인스파이어1 프로를 가격 인하 1주일 전에 구입한 B씨는 “1주일 만에 가격이 100만원이나 떨어져서 가슴이 너무 아팠다. 그리고 프로를 살 돈에 조금만 더 얹었으면 최상급 카메라인 ‘X5R’을 장착한 인스파이어를 살 수 있었는데 그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에 아쉬웠다”고 말했습니다.

 

널뛰는 가격 원인, 경쟁사 의식? 재고 처리?

이 같은 DJI의 가격 정책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해석이 있습니다. 하나는 경쟁사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주장입니다. 다른 드론 제조사가 신제품을 내놓으면, 그보다 뛰어난 스펙을 가진 드론의 가격을 확 낮춰서 경쟁에서 우위에 서는 전략이라는 것이죠. 최근 유닉(Yuneec)이나 샤오미(Xiaomi) 등이 DJI의 대항마로 언급되는 상황에서 싹을 자르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입니다.

 

샤오미가 발표한 미드론(Mi Drone)의 모습. 사진=phonearena.com

 

다른 하나는 신제품 출시 전 재고 처리를 위한 방법이라고 보는 쪽입니다. 조만간 ‘인스파이어2’가 출시되며, 그 전에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는 것입니다. 인스파이어1의 기체 가격은 내렸지만 배터리 등 소모품의 가격은 그대로라는 점을 지적하는데요. 일단 기체를 보유하게 되면 계속 구매할 수밖에 없는 소모품을 통해 장사를 하고, 쌓아 놓으면 부담인 기체의 재고를 떨어낸 후에 신제품을 출시한다는 것입니다.

DJI의 의중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급작스러운 가격 인하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이 생긴다는 사실입니다.

DJI가 지적을 받는 부분은 가격 정책뿐만이 아닙니다. 애프터서비스(A/S)는 초창기부터 악명이 높았죠. 웬만한 고장은 전부 “중국 본사로 보내라” 식으로 응대하니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았습니다. 본사로 보낼 경우 짧으면 3개월, 길면 6개월 이상이 소요됐기 때문인데요. 긴 시간을 기다리는 것도 모자라 수리비까지 내야 하니 억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직원이 경찰 부르며 ‘갑질 논란’도

지난 3월 홍대입구에 플래그십 스토어가 들어올 때 국내의 DJI 제품 보유자들이 가장 기대했던 부분도 A/S 개선이었습니다. 하지만 개장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4월 1일 ‘대형사고’가 터집니다. A/S 담당 직원이 스토어를 방문한 고객을 업무방해 혐의로 신고한 것이죠. 만우절에 터진 거짓말 같은 사건이었습니다.

 

홍대에 위치한 DJI 플래그십 스토어. 사진=dji.com

 

이 고객은 예약제로 운영되는 DJI의 A/S 접수를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끝내 연결되지 않아 제품을 들고 플래그십 스토어를 찾았는데요. 접수증도 받지 못했고 직원에게 대기 시간이 얼마냐고 물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해당 직원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예약도 하지 않은) 고객 때문에 업무가 안 되고 있다”고 말했고요. 결과적으로 DJI 측이 사과 의사를 밝히면서 사태가 마무리됐지만, ‘갑질 논란’이 벌어지며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위 사건 이후로 DJI는 예약 접수를 위한 전화 회선을 늘리고 직원 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는데요. 효과가 있었는지 예전보다는 서비스가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세 가지 문제점이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여전히 예약 어려운 A/S, 고장 부품 못 돌려받는 고객도 있어

첫째, 예약이 아직도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회선을 늘렸다지만 전화량이 폭주하다 보니 연결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또 예약을 1주일 단위로 끊어 받기 때문에, 해당 주에 예약이 꽉 찼다면 다음 주에 다시 연락을 해야 하는 불편도 있습니다.

둘째, 고장 유형에 따라 중국 본사로 보낸다든지, 부품 교체 후 고장난 부품을 돌려주지 않고 폐기하는 경우가 존재합니다. 이는 DJI의 폐쇄적인 정책에 기인하는데요. ‘드론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DJI가 애플의 단점마저 닮아 가는 모양새입니다.

셋째, 비행 로그(Log) 분석에 비용을 청구하는 점도 아쉬움으로 지적됩니다. 비행 로그 분석은 고장의 원인이 사용자에게 있는지 기체의 초기 결함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인데요. 후자의 경우는 무상 A/S 판정이 나기 때문에 상관이 없지만, 사용자 과실로 인정될 경우 비행 로그 분석 비용 10만원을 추가로 지출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드론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가능하다면 플래그십 스토어를 찾기보다 비행 로그를 직접 추출한 후에 중국 본사에 직접 문의하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누가 뭐라 해도 DJI는 최고의 드론 제조사입니다.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자랑할 뿐만 아니라, 항상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아 드론 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기업이죠. 하지만 가격이나 A/S 등 주요 정책에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자사의 제품을 구매해주는 소비자와 사업 파트너인 딜러를 과연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의문입니다. 기업의 제 1 목표가 이윤인 것은 맞지만, 고객에 대한 배려 없이 돈만 밝혀서는 오래 가지 못합니다. 찬사를 받는 위대한 기업이 될 것인지, 그저 돈 잘 버는 장사꾼으로 남을 것인지. 창사 10주년을 맞은 DJI가 갈림길 앞에 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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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운

박종운

/ 드론스타팅필진
드론에 대해 쓰면서 드론을 배우는 박종운입니다.
park@dronestart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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