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은 기계이지만 드론을 만들고 날리는 것은 사람입니다. 드론스타팅에서 야심차게 기획한 ‘드론, 사람을 만나다’는 드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드론 왕초보부터 드론 제작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오늘은 그 세 번째 시간입니다.

 

‘초보부터 프로까지 훈훈한 대한민국 No.1 드론커뮤니티.’ 어디서 본 듯한 문구시라면, 당신은 아마도 ‘드플’의 멤버일 것입니다. 드플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드론커뮤니티인 ‘드론플레이(cafe.naver.com/dronplay)의 애칭인데요. 갑자기 드론플레이 이야기를 왜 꺼냈을까요? 감 좋은 분들은 이미 눈치 채셨겠죠. ’드론, 사람을 만나다‘의 세 번째 주인공이 바로 ’드플의 창시자‘ 신경승 대표이기 때문입니다.

 

2014년 12월 23일 11시 45분 28초. 신 대표는 드론플레이의 탄생 순간을 초 단위로 기억하고 있었는데요. 신 대표가 드론을 접하게 된 계기는 세월호 사건이었습니다.

“페이스북 친구들끼리 세월호 사건 전과 후의 인생은 달라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애들 학원 하나씩 줄이고 아이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 한다는 분도 계셨죠. 저도 웅이라고 아토피로 고생을 많이 한 다섯살 아들이 있는데 뭐라도 해야지 싶어서 직장 다니며 틈틈이 친한 후배와 ‘아빠와 함께’라는 캠프를 만들어 운영해 봤어요. 엄마한테는 휴가를 주고 아빠하고 애들만 캠핑을 가는 거죠. 그런데 생각만큼 재미가 없었어요. 아빠가 요리를 해주고 텐트 같이 치고 함께 하는 놀이 좀 하면 끝이거든요. 아이들과 같이 할 새로운 프로그램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마침 후배가 RC헬기를 가져 왔는데, 날려 보니까 너무 어려운 거예요. 이건 안 되겠다고 하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다시 또 그 후배가 2014년 말에 이번엔 드론을 들고 왔습니다. 날려보니 훨씬 쉬웠고, 이건 되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시작하게 됐죠.”

 

 

신 대표는 타고난 행동가입니다.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할 정도인데요. 일단 행동을 하면 시행착오를 통해 배울 수가 있는 반면, 지나치게 신중하면 때를 놓칠 수 있다는 겁니다. 드론플레이를 만든 과정에서도 신 대표의 추진력이 드러납니다.

“제가 드론 플레이를 만들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제가 너무 드론을 모른다는 걸 알고 카페를 접을 생각을 하고 다른 드론 동호회 오프라인 모임에 갔는데요. 이 때의 경험이 결정적입니다. 그 동호회 모임에 손바닥보다 작은 완구형 드론(CX-10A)을 가져가서 날리려는데 분위기가 권위적이고 작은 완구 드론 하나 날리는데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할 게 너무 많은 거예요. 지금 생각해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너무 고압적인 태도가 싫었습니다. 그 날 집에 돌아와서 드론 관련 커뮤니티들을 살펴봤는데 다른 곳들도 대체로 그런 분위기더군요. 수직적이고 권위적이고, 너무 엄격한…….
그래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드론플레이를 ‘저같은 초보를 우대하는’ 동호회로 키워보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다른 분들도 그런 경험이 많았는지, 초보 분들 대부분 드론플레이에 가입하시면 그 부분을 좋아하십니다.”

 

드론플레이라는 이름에 대해서도 묻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드론플레이’라는 이름은 ‘드론놀이연구소’라는 의미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드론에 대한 신 대표의 ‘놀이 철학’은 확고했는데요. 행여나 드론도 오래 즐기다보면 싫증날 수도 있기에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함께 하면 더 즐거운 놀이를 만들어 보려고 ‘드론플레이’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다고 합니다.

“비가 오는 주말이었어요. 열심히 해 보자고 마음먹고 한 주도 쉬지 않고 주말 정모를 했었는데, 그 날은 비 때문에 모임을 못 했죠. 혼자 드론으로 뭘 하고 놀까 하다가 집에서 머그컵 하나 엎어 놓고 ‘랜딩 게임(지정된 위치에 드론을 착륙시키는 놀이)’을 했어요. 오전에 해서 성공한 다음에 드론플레이에 올렸어요. 이거 도전해 보라고 말이죠. 그랬더니 회원들이 계속해서 동영상과 인증샷을 올리는 거예요. 비가 와서 못 날리니 답답한데 할 일이 생긴 거죠. 나중에는 몇 시간 붙잡고 노력한 끝에 소주병 꼭대기에도 착륙시켰죠. (웃음) 드론을 시작해서 이후에 촬영으로 가든, 레이싱으로 가든 결국엔 놀 거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래 못 해요. 저는 지금도 계속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게임을 구상하고 있어요.”

 

드론플레이의 지역방 모임. 가장 왼쪽에 선 이가 신 대표.

 

드론플레이는 활발한 온라인 활동에 더해 ‘지역방’이라는 이름으로 20여개의 지역 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역방 시도 역시 즉흥적이었다고 하는데요. 신 대표의 든든한 후원자가 된 분들은 첫 전국 정모 참가자들이었습니다.

“제가 1년에 한 번씩 머리 식히러 가는 강원도 양양의 한 펜션이 있어요. 어차피 가는 거 회원들이랑 같이 가면 좋겠다 해서 공지를 했죠. ”올 테면 오세요“ 하고요. 14명이 함께 모였는데, 정말 그 날의 분위기는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너무 행복했죠. 제가 ‘떼질’을 좋아하거든요. 드론 여러 대를 한꺼번에 날리는 걸 전 떼질이라고 불러요. 석양을 바라보며 떼질을 하고, 새벽 4시까지 술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눴죠. 다음날 한 분씩 다 포옹을 하고 헤어졌어요. 나중에 지역방 만들면서 처음엔 그 분들께 우선 부탁을 드렸죠. 신뢰가 있으니까 가능했던 일입니다. 아무한테나 맡길 수 없는 자리니까요.”

 

신 대표는 드론 여러 대를 한꺼번에 날리는 것을 ‘떼질’이라고 부릅니다.

 

요즘도 지역방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쇄도한다고 하는데요. 신 대표는 지역방 개설을 위한 ‘꿀팁’을 공개했습니다.

“규정상 지역방이 생기려면 번개 모임이 세 번 성공해야 하고, 모임 공지와 후기가 올라와야 하고, 장소는 비행금지구역이나 비행제한구역이 아니어야 해요.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후기입니다. 사람들은 모임 공지를 보고 오지 않아요. 후기를 보고 오죠. 재밌는 모임을 했다고 올리면 다음 번개 때 사람들이 나오는 겁니다.”

 

어떤 모임이든 커지면 운영자에게 과부하가 걸리게 마련입니다. 신 대표 역시 마찬가지였는데요. 한동안은 하루에 2시간 밖에 못 잤다고 합니다. 몸무게도 7kg나 빠지고요. 어떤 점이 특히 힘든지 물었습니다.

“카페 이름도 ‘플레이’지만 재밌고 내가 좋아서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점점 해야 하니까 하는 일이 생깁니다. 원치 않게 악역을 맡아야 하는 일도 있고, 회원들 간 분란이 생기는 경우도 있고요. 온라인 상에서 의사소통을 하다 보니 서로 매너를 지키지 않아 기분이 상하는 일도 생기더군요.”

 

드론 소비자, 제조사, 유통업자, 언론 등과 끊임없이 의사소통하는 자리에 있다 보니 시장 상황에 누구보다 민감한 신 대표는 드론 시장의 현실이 결코 장밋빛이 아니라고 단언했습니다.

드론 시장은 많이 왜곡되어 있어요. 언론에서 계속 보도가 나오니까 마치 드론이 대세인 것처럼 여겨지는데 사실은 굉장히 시장이 작습니다. 일종의 선정적 아이템이죠. 드론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나눠 보면 다들 힘들어합니다. 생각보다 사용자가 많지 않아요. 드론플레이 만든 지 이제 1년인데 방문자나, 새 글, 오프라인 모임 등 모든 면에서 이미 압도적인 규모라고 말 하는 것 자체가 그만큼 드론 시장의 규모가 작다는 방증이죠.”

 

신 대표는 이런 작은 시장 규모가 드론 관련 규제와도 관련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존재하는 규제들이 대부분 20년 전쯤 RC헬기나 RC비행기에 적용되던 것들이에요. 그런데 아직까지 쓰고 있죠. 요즘 FPV가 대세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왜 꼭 시야비행만 해야 할까요. 고도 규제도 150m인데, 이게 비행기 때문이거든요. 어차피 관제구역에서는 날릴 수가 없는데 말이죠. 저희가 처음 오프라인 모임을 시작하여 ‘인천성지’로 불렸던 모임 장소에서 회원들이 쫓겨난 적이 있습니다. 관리공단 담당자는 지나가던 시민들이 민원을 넣어서 그렇게 된 거라고 하는데 모르는 분들이 보기엔 무조건 위험하고 시끄럽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죠. 만약을 전제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때문에 무조건 금지한다? 그렇다면 누릴 수 있는 취미가 얼마 없을겁니다. 중요한 건 사고 방지 대책을 가지고 있고 계도가 되고 있는지, 그리고 사고가 발생한 경우 대응이 가능한지 등이 중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가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가 날리던 공간은 1년 내내 방문/이용자가 거의 없어 세금만 축내는 곳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그 곳을 주로 이용하는 시민이 저희라고 생각하는데 다수 이용자에게 경고나 계도, 가이드도 없이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행복권 침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불합리한 규제가 많다는 것 자체가 아직 드론 사용자가 적다는 이야기예요. 자전거의 경우를 보면 도로도 잘 닦아주고 정책적으로 지원을 많이 해주지 않습니까? 사용자가 많기에 가능한 일이죠.”

 

이러한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는 방책으로 신 대표는 ‘연대’를 꼽았는데요. 드론 사용자 뿐 아니라 협회, 그리고 관련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두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역설했습니다.

“모두가 한 배를 탄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야 될 것 같아요. 아직은 드론이 소수의 전유물이에요. 그런데 사람들이 닫힌 마음으로 자기 것만 키우려고 합니다. 나누면 오히려 커져요. 각자 자기 앞길만 생각하면 단언컨대 드론은 몇 년 못 갑니다. 그저 예전 RC헬기나 RC비행기의 전철을 밟게 될 수 있습니다. 드론플레이 같은 커뮤니티가 여러 개 나와야 저변이 확대되는 거예요. 그러면 저도 덜 힘들겠죠. (웃음) 사명감으로 하는 건 결국 지쳐서 못 해요. 사람들이 한 배를 탔다는 생각으로, 동지의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조급해 하지 말고, 길게 보면서 말이죠.”

 

2015년 10월 무주리조트에서 펼쳐진 드론플레이 제 2회 전국 정모 단체사진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신 대표에게 앞으로 드론플레이를 어떤 커뮤니티로 만들어가고 싶은지 물었는데요. 돌아온 대답은 뜻밖에도 ‘목표가 없다’였습니다.

“드론플레이를 어떤 방식으로 키우겠다는 목적의식은 없어요. 행복은 어떤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어떠한 ‘상태의 지속’에 해당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행복해질 거야’ 하고 힘든 시간을 견뎌 봐야 지나고 보면 결국 불행하게 살아온 사람이 될 뿐이거든요. 커뮤니티도 마찬가지예요. 목적을 세우는 순간 모든 것이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됩니다. 거창한 목적보다는 ‘지금 당장’ 재밌을 수 있는 요소를 계속 찾으려고 해요.”

 

드론플레이의 이름은 ‘Droneplay’가 아니라 ‘Dronplay’입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고 단순한 실수였죠. 보통 사람이라면 당황하거나 부끄러워할 만도 한데, 신 대표는 그 이름 그대로 로고와 깃발까지 제작했습니다. 그런 배포와 열린 마음이 있었기에 드론플레이를 최고의 커뮤니티로 성장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요?

신대표는 드론의 장점 중 하나로 ‘오래 할 수 있는 취미’를 꼽습니다. 심지어, 늙어서 휠체어에 의지하더라도 ‘손가락 힘이 남아 있는 한’ 드론을 날릴 수 있다는 신 대표. 그가 만들어 갈 드론플레이의 미래가 정말 기대됩니다.

 

 

※ 드론스타팅에서는 ‘드론, 사람을 만나다’에 목소리를 담고 싶은 분들을 찾고 있습니다. 저희와 인터뷰하고 싶은 분들은 park@dronestarting.com으로 성함과 연락처, 간단한 사연을 적어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기사는 페이스북 공유 또는 기사링크를 직접 게시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공유하실 수 있습니다. 본문의 일부 또는 전체를 직접 활용(복사하여 붙여넣기 등)하려 할 때는 반드시 운영자의 허가를 받으셔야 합니다.
*기사는 매주 화,목요일에 업데이트 됩니다.
박종운

박종운

/ 드론스타팅필진
드론에 대해 쓰면서 드론을 배우는 박종운입니다.
park@dronestarting.com
박종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