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레이싱의 열기로 두바이를 뜨겁게 달궜던 ‘월드 드론 프리(World Drone Prix)’가 지난 12일을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12억원(100만달러)에 달하는 상금은 물론이거니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규모의 화려한 경기장이 전 세계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죠. 대회 참가 경험이 풍부한 우리 국가대표 손영록(18) 선수도 “실내 LED 경기장에서 비행해본 건 처음”이라며 “굉장히 새로운 기분이었다”고 말했을 정도니까요.

 


유튜브에 공개되어 큰 화제가 된 월드 드론 프리의 경기장 모습

 

월드 드론 프리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국가대표팀 ’GiGA5’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습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총출동해 기량을 겨룬 이번 대회에서, 총 3개의 참가 팀이 모두 본선(32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죠. 예선에는 무려 200팀이 참가했는데요. 대한민국의 드론레이싱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특히 아시아에서 32강에 3팀을 진출시킨 나라는 대한민국 뿐입니다. 중국은 32강에 1팀이 진출하는 데 그쳤으며, 일본은 모두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미국 대표 채드 노왁(Chad Nowak)을 만난 GiGA5 팀. 사진=KT 제공

 

예선은 1, 2차로 나뉘어 치러졌는데요. 1바퀴 랩타임(Lap time) 중 가장 빠른 기록을 기준으로 했던 1차 예선은 그나마 괜찮았지만, 5바퀴 완주 기록을 측정한 2차 예선은 본선 못지않게 치열했다고 합니다. 한 번만 실수해도 사실상 32강에 진출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본선 32강에 진출한 선수들이 얼마나 뛰어난 실력을 갖췄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우리 국가대표팀 중에서는 송근목(37) 선수가 파일럿으로 나선 ‘팀 D.Rush’가 16강에 오르며 최고 성적을 거뒀습니다. 송근목 선수는 16강 진출에 대해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두 모인 대회에서 본선 1라운드를 통과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영광”이라며 “관중들의 환호를 들으며 커다란 감격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대회 공식 영상에 등장한 ‘팀 D.Rush’. 선글라스 쓴 이가 송근목 선수. 영상=youtu.be/gc3_wEB9wnI

 

손영록 선수와 김민찬(13) 선수가 조종간을 잡은 ’팀 영록‘과 ’팀 민찬‘도 32강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손영록 선수는 기체 이상, 김민찬 선수는 충돌로 인해 아깝게 16강에 진출하지 못했습니다.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해서 아쉽습니다만, 지나치게(?) 창창한 두 선수의 나이를 고려하면 앞으로가 훨씬 기대됩니다. 손영록 선수는 “참가자들 모두 비슷비슷한 수준”이었다며 “다음에는 좋은 성적을 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대망의 우승은 영국 대표 바니(Banni) 선수가 차지했습니다. 1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실력을 선보이며 초대 챔피언 자리에 올랐습니다. 아무래도 드론은 어릴수록 잘 날리는 걸까요?

 

세계적인 선수 스틸 데이비스(왼쪽 사진), 이번 대회 우승자 바니(오른쪽 사진)와도 인사를 나눈 국가대표팀. 사진=KT 제공

 

이번 대회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프리스타일(Freestyle)’ 종목이었는데요. ’트랙레이스(Track Race)’가 속도를 겨루는 종목이라면 프리스타일은 화려한 묘기를 통해 조종 난이도와 예술성을 평가합니다. 비유를 하자면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스케이팅의 차이라고 보시면 될 텐데요. 김민찬 선수가 바로 이 프리스타일에서 ‘사고’를 쳤습니다. 드론계의 전설로 불리는 미국의 스틸 데이비스(Steele Davis) 선수를 꺾고 우승컵을 거머쥔 것이죠. 10년 동안 RC헬기를 조종하며 갈고닦은 프리스타일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경기 후 스틸 데이비스 선수가 김민찬 선수를 찾아와 기술을 배워 갔다고 하네요. 나이와 상관 없이 상대를 인정하는 자세가 참 멋지죠? 역시 최고들은 뭔가 다른가 봅니다.

김민찬 선수의 우승이 더 화제가 됐던 건 역시 나이 때문입니다. 이번 대회 통틀어 가장 어린 참가자가 챔피언 자리를 차지해버렸으니까요. 6천만원(5만달러)의 우승 상금도 덤으로 챙겼습니다. 김민찬 선수의 아버지는 두바이로 날아가서 대회 기간 내내 아들과 함께 했는데요. 트랙레이스 본선 진출에 이어 프리스타일 우승까지 차지했으니 효도 한 번 제대로 했죠?

 

프리스타일 종목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김민찬 선수. 대회 최연소 참가자가 사고를 제대로 쳤습니다. 사진=KT 제공

 

사실 우리나라에서 드론레이싱은 아직 씨앗을 뿌리는 단계라고 볼 수 있는데요. 꽃이 피기도 전에 성과를 냈다는 사실이 고무적입니다. 송근목 선수는 예전 드론스타팅과의 인터뷰에서 ‘젓가락 문화’를 언급하며 분명 한국 선수들이 드론레이싱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 말한 바 있는데요. 그 예언이 보기 좋게 적중했습니다. 뛰어난 레이싱 실력만큼이나 통찰력도 대단하네요.

다만 송근목 선수는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송근목 선수는 “국내에서는 아직 드론레이싱을 취미로만 여기는 반면, 해외 선수들은 업으로 삼는 경우가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전했는데요. 이어 “손영록 선수나 김민찬 선수처럼 재능 있는 선수들을 발굴하고 지원해서, 우리나라의 드론레이싱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길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포즈를 취한 김민찬 선수. 사진=KT 제공

 

GiGA5 팀의 메인 스폰서인 KT도 성과에 흡족해하는 모습입니다. 두바이 현지까지 날아가 대회 전 과정을 지켜본 KT 스포츠&프로모션팀의 오성계 대리는 “GiGA5 팀 창단 후 첫 출전한 대회라 걱정도 많았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 다행”이라고 말했습니다.

숱한 화제를 뿌리며 성황리에 마무리된 월드 드론 프리. 차기 대회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데요. 개최 후보지 중 하나로 대한민국이 거론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물론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뿌듯하네요.

한편 GiGA5는 네덜란드 아인트호벤(4월)과 하와이(9월)에서 열리는 드론레이싱 대회에도 참가할 예정입니다. 월드 드론 프리를 통해 충분한 경험을 쌓은만큼,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물론 ‘제 2회 KT GiGA 레이싱’을 포함해 국내 대회도 줄줄이 예약되어 있는데요. 2016년은 드론레이싱 팬 분들에게 정말 잊지 못할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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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운

박종운

/ 드론스타팅필진
드론에 대해 쓰면서 드론을 배우는 박종운입니다.
park@dronestarti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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